담장 없는…정 많고 인심 좋은 마을

정천면 봉학리 마조마을

 



정천면에서 승용차로 10여분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가을임을 느끼게 한다.

길 양옆으로 누렇게 익은 벼는 고개를 숙여 주인이 오기만 기다리고 산자락에는 빨갛게 익은 감들이 한 폭의 그림을 떠오르게 한다. 옛날 동화 속에 나오는 조그맣고 외부인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전형적인 시골 풍경이다.

마을 안으로 들어섰을 때 이 마을를 상징하듯  길 가운데에 큰 나무가 마치 엄마가 아이를 안고 있는 것처럼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한쪽에 자리잡은 마을 경로당은 주민들의 삶과 애환이 묻어 있어 보였다. 누가 적어 놨는지 알 수 없지만 <공지사항>을 통해 마을을 훈훈한 인심을 엿볼 수 있다. [매월 1일과15일은 마을 청소하는 날 매월 4일9일은  ‘진안장날’ 맛있는 것 많이 사세요! 오늘 날씨 참 좋아요.]


◆옛 마을 이름 ‘가리점’

 


마을이 온통 빨강색 물감으로 색칠해 놓은 듯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려 나무 가지가 늘어져 금방이라도 감이 떨어질 것 같다.

마을를 둘러 보다 몇몇 마을 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몇 마디 건네지도 않았는데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70년대 이전만 해도 이곳 마조마을은 ‘가리점’이라고 불리었다. 이 곳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나무가 많아 목기도 만들고 사기도 굽고 솥을 만드는 곳이라 하여 가리점이라고 불렀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얘기다.

2년3개월 전 이곳 마조마을에 새롭게 터를 잡은  박태식(54) 전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전부터 사기를 굽던 가리점이란 지명때문인지는 몰라도 집을 지을  당시, 땅속에서 많은 사기조각들이 나왔다”며 “마을 어른들에게서 이곳  마조마을이 옛날부터 투가리나 기왓장 등을 굽는 터가 많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때 불 탄 ‘심원사’

가리점이라는 옛 지명과 함께 마을 뒷산에 있었던 ‘심원사’라는 절터는 마을주민들 사이에 전해지는 재미난 전설을 갖고 있다.

신복술(86) 노인회장이 들려주는 신원사 절터에 대한 얘기다.

“지금도 그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마조마을 뒷 산에는 심원사라는 큰절이 있었지. 일제시대 때 불이 나서 없어진 이후 다시  조그만 암자를 지었지만 그 또한 한국전쟁 때 불타 없어졌지. 그런데 이 절이 왜 유명하냐 하면 규모가 큰 절이었던 만큼 스님들도 많이 기거하고 있었는데 스님들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쌀을 씻은 물이 면 소재지까지 흘러 내려갈 정도였다는 거야. 그만큼 스님들이 많았다는 거지. 이렇게 큰 절을 잃었다는 것은 후손으로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지.”


◆사라진 아이들 웃음소리

마조마을에서 마지막 남은 학생들, 사진 왼쪽으로부터 김진주, 신미영, 오승현

 

마을를 돌아 보면서 특이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바로 집집마다 대문과 담이 없다는 것이다.

이웃과 허물없이 가족처럼 지내는 마조마을 주민들의 인심을 엿 볼 수 있는 부분이다.

20가구, 40여명의 주민들이 살아가는 마조마을은 다른 농촌마을처럼 아이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현재 마조마을에 있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진주(김진주, 13)와 초등학교 1학년 승현(오승현, 8)이,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미영(신미영, 7)이가 전부다.

불과 30년 전 만해도 아래, 윗동네를 합쳐 100여명의  학생들이 분교에 다니던 큰 마을이었지만 마을주민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도시로 떠나면서 이제  마을 전체를 통 털어 3명의 학생들만이 남게 됐다는 것이 신 이장의 얘기다.

“예전에는 공을 차고 놀려면 두 팀으로 나누고도 아이들이 남아 순번을 정해 기다리곤 했는데 요즘은 농촌에 큰 소득이 없어서인지 인구가 자꾸 빠져나가기만 하니까 안타깝죠.”


◆곶감과 표고버섯 주 소득원

마조마을의 주 소득원은 곶감과 표고버섯이다.

곶감은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전 주민이 모두 농사를 짓고 있고, 표고버섯도 절반 이상의 주민들이 재배하고 있다.

전 주민이 모두 농사를 짓고 있는 곶감은 주민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신상화(48)이장은 “지금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예전에는 곶감으로 2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요. 곶감수익만으로도 면 소재지 수익을 능가했던 때도 있었구요”라며 “특히 이곳은 곶감은 씨가 없기로 유명합니다. 고증시, 남양주시, 단감 등 세 종류의 감이 모두 이곳 마조마을에서는 모두 씨 없이 재배됩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주 소득원이었던 곶감은 용담댐으로 인해 수확량이 줄어들어 주민들의 한숨이 늘어가고 있다.


◆주민 소득 앗아간 용담댐


곶감은 마조마을의 가장 큰 소득원 중 하나다. 신상화 이장이 감나무에 올라 곶감을 수확하고 있다.

 

 

이처럼 곶감의 수확량이 줄어든 원인에 대해 주민들은 용담댐으로 인한 일조량 감소를 들었다.

신 이장은 “예전 마조마을의 곶감 수입은 2억8천만원에 이르렀다”며 “하지만 용담댐이 건설 된 후 95% 이상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마조마을에 둥지를 튼 전북대  경제학과 박태식 교수도 “평소 친분이 있는 유태선(미국 거주, 농학박사) 교수에 의하면 ‘파이프 현상으로 인해 마조마을을 둘러싼 안개가 쉽게 가시지 않으면서 일조량이 크게 줄었다. 일조량이 줄면서 햇빛을 받지 못하는 곶감의 수확이 현

저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며 “특히 댐 주변에서 5km이상 지역의 경우 보상도 받지 못하고 농작물 피해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마을주민들의 어려움을 전했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