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분양과 함께 시작된 새 인생

“이제는 술도 끊었고..., 헛된 욕심 없이 양심 것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흙냄새가 물신 풍기는 전통 흙집이 존재하는 곳. 나무로 골격을 세우고 지푸라기와 황토를 이겨 바른 흙집에 박종기(48)씨와 아버지 박해룡(74)씨가 살갑게 살고 있다.

 

박씨의 집에는 지금도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 생활을 하고 있다. 굴뚝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누워 있노라면 그날의 피로가 말끔하게 풀릴 것 같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은 찾아오는 이들로 하여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공간으로 존재하며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올봄부터 배나무 분양을 시작, 이름표 달기 행사에 이어 배수확을 위해 손님들이 다시 박종기씨의 집을 찾아왔다.

“경험이 없어 손님 대접에 미숙한 점이 많아요. 내년에는 분양자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먹을 것도 넉넉하게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작년 말부터 처음 분양을 시작했는데 첫술에 배부를 수 있나요. 그리고 저울로 달아가며 야박하게 할 수 없어요. 시골 인심이란게 있잖아요. 돈을 덜 받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고, 배를 조금 더 가져간다고 야박하게 빼앗을 수 없죠.”

 

이처럼 나눠주기 좋아하고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도 역경과 고난의 시기가 있었다. 작년 6월까지 만해도 술이 밥보다 더 좋았던 적이 있다.

“내 멋대로 생활하며 술로 인생을 보냈죠. 술 많이 마셨어요. 술 마시면 세상 걱정 없었거든요. 그런데 술을 끊고 정신차려보니 할 일도 많고 걱정도 많아졌어요. 그러나 자식들과 아버지가 좋아하니까.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떳떳하고 마음은 편안해요.”

하지만 아직까지도 주위에서 박종기씨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작년 6월에 술을 끊고 저를 아는 사람들은 ‘당분간 끊겠지’, ‘네가 설마 끊겠냐?’고 반신반의하며 믿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술 먹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지금은 자제를 하고 있어요. 떨어져 있는 자식들 생각날 때와 지난 과거가 생각나고 잘못했던 일들이 생각날 때도 있어요. 다시는 그런 일들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술을 끊고부터 가족을 위한 삶을 어가고 있는 박씨에게 신앙은 큰 힘이되었다.

“아직 빚이 많이 남아 있지만 신앙의 힘은 저에게 큰 버팀목이 되고 있어요. 성실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을 이겨낸 박종기씨가 얘기한 또 하나의 소박한 꿈은 바로 가족의 행복이다.

“꿈요. 꿈이 있다면 두말 하면 잔소리 아닙니까. 빚 갚고, 자식들 위해 열심히 살고, 아버지 잘 모시고 사는 거죠. 남들에게 신세타령하지 않고 배나무 가꾸면서 조용하게 살고 싶어요.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도움을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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