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전체를 매도 말라
공직사회 전체를 매도 말라
  • 디지털 진안일보
  • 승인 2006.11.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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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균 전북도공노조 의회사무처지회장

지난 달 휴일 아침이었다. 여느때 처럼 물통을 메고 기린봉으로 향했다. 정상에서 보는 전주 시가지는 아름다웠고 새벽 공기도 상쾌했다.

약수터로 향하는 하산 길은 나무계단을 설치해 친환경적으로 잘 정비돼 있었다. 예전엔 바위가 울퉁불퉁하고 경사가 심해 노약자가 다니기엔 불편했었다. 가지런히 잘 정돈된 나무계단을 밟고 내려가는 하산 길은 남녀노소 누구든지 왕래하기 편하게 돼 있었다.

 

약수터에 도착하자 20여명 안팎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약수터 역시 많은 예산을 들여 잘 정비했고 벤치와 물 받는 장소를 잘 꾸며 놓았다. 필자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에게 가벼운 목례를 나누고 물을 받다가 사람들의 얘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A가 기린봉과 약수터 정비공사에 얼마의 예산이 소요되었다고 말하자, B가 “그 예산에 플러스 알파가 추가되었다”면서 플러스 알파 금액은 공무원들이 쉽게 말해 착복하였을 거라는 것이다. 다른 C도 “내가 아는 사람은 모 부서에 근무하도록 고위인사에게 청탁하여 3년간 근무하다가 그만두었는데 그 사람의 재산은 집이 몇 채라고 거들었다. 또한 과거엔 모 부서에 몇 년 근무하면 많은 재산을 축척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떤 공사를 막론하고 업무와 관련, 공무원들이 개입하여 착복하는 것이 우리사회에 일상화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공직자들을 비리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물을 받으면서 어이가 없고 부끄럽기 한이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한마디 해주고 싸움질이라도 하고 싶었다.

 

나이가 60대 초반이나 50대 후반 쯤 되는 것으로 보아 이 사람들의 대화 내용은 공직사회가 변하지 않고 여전히 업무관련 비리에 연루되기가 과거와 마찬가지라는 인식이었다. 물을 받고 좀 쉬려다가 공직자들을 질타하는 분위기를 참을 수 없어 그냥 나와 버렸다.

장마와 무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올 여름 날씨에도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기린봉과 약수터를 정비하느라 업자들은 물론이고 공사현장을 감독하는 담당공무원은 땀을 뻘뻘 흘리며 수십 차례 다녀갔을 것이다. 그 분들의 노력과 고생덕분에 기린봉은 시민들의 휴식처로 자리잡아 시민들의 사랑 속에 많은 분들이 찾는 공간이 됐다. 현장을 뛰어다니는 공직자들의 힘든 역경은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과거는 어떠했는데 지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억울함이 치밀어 올라왔다.

 

하산하는 길에 공무원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우리 사회가 공직사회를 보는 눈이 변하지 않고 여전히 의구심을 갖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공직사회는 비리공직자들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고, 개혁과 혁신을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였으나 공직자에 대한 불신풍조가 가시지 않아 자괴감이 든다.

예로부터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고 하였다. 또한 영어로 civil(주민)+servant(하인, 종)의 합성어이다. 국민을 위하여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무한 봉사하는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공직자들은 고도의 청렴성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온갖 어려운 여건에서도 헌신 봉사하는 공직자들이 있기에 우리사회가 이만큼 발전되지 않았을까.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업무와 관련한 소수의 비리공직자 때문에 공직사회 전체가 폄하되고 부패집단으로 매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지금 이 시간에도 다수의 선량한 공무원들은 묵묵히 자기직분을 다하고 있다. 우리 공직사회가 언제쯤 싱가포르, 대만, 홍콩, 핀란드 처럼 청렴국가가 되어서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을 받을 날이 올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씁쓸한 마음으로 귀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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