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촌이 함께하는 ‘친환경실천마을’

으뜸마을을 찾아서 (3) … 성수면 중길지구


마을에 들어서자 할머니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올해 55의 고순임씨와 박세나(4)양. 친손녀는 아니지만 허물없이 따른다며 세나의 손을 잡은 고순임씨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농업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외국 농산물들이 물민 듯이 밀려와 이제는 전 세계 농민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농산물 생산과 함께 이제는 판매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지속적인 판매를 위해서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또 다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개방화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내 농산물이 다른 것들보다 더 좋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팔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새롭게 변화하는 농업환경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의 농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소비자를 중시하고 소비자를 아는 농업인이어야 하며, 둘째 계속해서 연구하는 농업인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물을 판매하려는 농민이어야지 변화하는 농촌환경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세상이 바뀌는 만큼 우리의 농촌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와 농촌이 함께 하는 친환경실천마을 ‘성수면 중길지구’.

그들은 세상이 변화하기에 앞서 스스로 농업환경을 바꿔나가고 있었다.


◆젊은 마을

그렇게 깊은 곳에, 그렇게 큰 마을이 있을 줄 몰랐다.

성수면 중길지구는 참 넓었다.

마을에 들어서자 성수면 중길지구에 포함된 7개 마을이 만덕산 자락 아래 길게 늘어서 있다.

정면으로는 이 마을의 주산이라고 할 수 있는 만덕산이 위치해 있고, 만덕산 줄기에서 흘러내려오는 계곡을 따라 오른쪽으로는 상달길, 중달길, 하달길 마을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계곡 왼쪽으로는 만덕산 기슭으로부터 차례대로 마치, 사기점, 중근마을이라고 불렀다.

지난해 발행된 중길지구 컨설팅 보고서에는 7개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가구 수가 98가구에 이르며 주민 수는 남자 112명, 여자 118명 등 모두 230명인 것으로 적고 있다.

인구 구성비율에 있어서도 50세 미만의 주민이 120명으로, 50세 이상 주민 수 110명보다 많아 고령화되고 있는 다른 농촌 마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97년부터 시작된 ‘친환경농업’

 


지난해 중길지구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 판매액이 1억5천만원에 이르렀다. 달기마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친환경 농산물 생산은 이제 중길지구 전체로의 확대를 꿈꾸고 있다. 사진은 중길지구에서 생산되는 친환경농산물.

 

중길리 3개마을(달길, 중마, 오암) 주민들이 농업환경 변화에 맞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 것은 1997년부터다.

달길마을을 중심으로 농림부의 중소농고품질사업을 지원받으면서부터 중길리의 친환경농업은 시작됐다. 이후 99년 성수 친환경농업지구 조성사업을 바탕으로 서서히 친환경농업을 정착시켜 나간 주민들은 2004년, 으뜸마을가꾸기 사업을 통해 주민 스스로 장기적인 마을 발전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2007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기도 한 중길지구는 이제 도시 소비자들과 함께 하는 농촌체험마을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

정부의 지원방침에 발맞춰 친환경농업에 대한 시설투자는 갖춰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의식개선이었다.

“농촌이 어렵다보니 농업에 대한 철학 없이 단순히 돈을 쫓는 농업으로 변해갔고, 이런 상황은 결국 친환경농업을 기피하는 농가를 양성해 냈다”는 성수면 중길지구 으뜸마을가꾸기 사업 최영복 위원장의 얘기처럼 친환경농업 실천을 위한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내기가 그리 녹녹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던 2001년, 달길마을을 중심으로 경지정리가 이루어지면서 중길지구의 친환경농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경지정리사업 후 주민들을 만나 다시 한 번 친환경농업에 대한 중요성을 얘기했습니다. 그 결과 귀농인 2명을 포함해 모두 10농가가 오리농법으로 벼농사를 시작했죠.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오리농법에 사용한 오리를 처분할 길이 없었죠. 살도 없을뿐더러 고기도 질겨 도매업자들이 사가지를 않는 겁니다. 결국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농교류 행사를 계획했죠. 시식회도 갖고 판매도 하고. 다행이 오리농법에 사용된 오리 모두를 소비했고, 결과적으로는 300여 마리 정도가 부족할 정도였습니다.”

최영복 위원장은 오리를 이용해 자리를 만든 도농교류 행사의 의미를 단순히 오리를 처분했다는데 두지 않았다.

도시민들과 교류행사를 하며 주민들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자신감은 한, 두 농가씩 친환경농업을 해 보겠다는 결심으로 연결됐고, 지금은 하달길마을 아래 들녘을 제외한 중길지구 대부분의 지역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2004년, 친환경농업을 중길지구에 국한되지 않고 성수면 전체로 확대하기 위해 친환경농업을 실천하는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이 결성됐다.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을 중심으로 도시민들과의 교류행사는 더욱 확대 돼 이제는 자매결연 한 전주시 인후동 주민들과 매 달 두 번씩 직거래 장터를 통해 만나고 있다.

변화하는 농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주민들의 의지가 담긴 또 다른 결실이다.


◆친환경농업의 중심, 푸른 건강촌

 


푸른건강촌 중길지구 친환경농업의 중심이라면 원불교 중달교당 양성원 교무는 푸른건강촌을 이끄는 중심이다. 양교무가 가꾸고 있는 400평의 하우스에는 농약 한방울 섞이지 않은 유기농 채소 11가지로 가득 채워졌다.

 

400평의 하우스 시설 안에 11가지의 채소들이 가득하다.

4년째 유기농인증을 받고 있으니 6년 이상 농약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셈이다.

중길지구 친환경농업의 중심에는 바로 ‘푸른 건강촌’이 있다.

쌈채 하우스 시설을 비롯해 친환경농업 약재로 사용되는 목초액 생산시설과 매실, 쑥, 솔잎, 엉겅퀴, 질경이 등을 발효해 차로 만드는 발효시설, 그리고 친환경농업을 체험할 수 있는 숙박시설인 황토방 5채까지.

‘푸른 건강촌’이란 공간속에는 깨끗한 자연환경과 더불어 친환경체험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이다.

푸른 건강촌이 중길지구 친환경농업의 중심이라면 원불교 중달교당 양성원 교무는 바로 ‘푸른 건강촌’을 이끄는 중심이다.

“95년도였죠. 그때부터 친환경농업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농촌은 점점 더 고령화되어가는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여야 하는데 할 것이 없었죠. 젊은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란 생각의 대안으로 친환경농업을 생각한 것입니다. 친환경농업을 통해 우수한 농산물을 만들고, 판매체계를 보장한다면 젊은 사람들도 농촌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양 교무에게 있어 친환경농업은 결국 우리 농촌의 미래다.

검은 비닐로 덮어 재배하는 멀칭재배 또한 흙이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비닐 하나 조각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양 교무가 갖고 있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철학이다.

“농촌지역에서 환경오염의 주범은 생활하수가 아닌 제초제와 농약, 비료입니다. 김제 지역 대단위 하우스시설에서 농작물들이 저절로 고사하고 잇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바로 환경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입니다. 지속가능하고 우리 후대에게 농촌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경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성수면 중길지구 주민들이 지향하는 마을발전의 기본 목표는 바로 ‘환경친화적인 농업생산과 쾌적한 환경을 지켜나가는 마을’이다.

주민들의 자발적 활동으로 마을 발전을 이끌어 온 중길지구 주민들이 2007년 녹색농촌체험마을 선정과 함께 새로운 발전을 꾀하고 있다.

바로 환경농업을 안정적으로 확대, 정착하기 위한 가칭 ‘중길지역 발전 마을자치위원회’ 구성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의 활동과 노력을 바탕으로 친환경농업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바로 이 모임의 주된 역할이다.

친환경농업과 함께 중마마을 앞 마을 숲 개발과 인터넷을 통한 직거래 확대, 마을 도로변 야생화 꽃길 가꾸기까지. 마을 발전을 위한 중길지구 주민들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푸른건강촌 내에 설치된 목초액 생산시설. 이곳에서 생산된 목초액은 친환경농업에 필요한 약재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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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면 중길지구 으뜸마을가꾸기 사업 최 영 복 위원장■

 자연을 독차지하기보다,자연과의 융화를 꿈 꾼다

 


한 때, 그는 행동가였다. 아니 투쟁가라고 해야 옳다.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농업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그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투쟁가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투쟁현장을 떠나 지역농업 현장으로 돌아왔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다급했던 당시 상황은 농민들에게 싸움과 집회 활동에 전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후 투쟁 일변도의 농민활동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 기획국장으로 활동하며 지역바꾸기 사업을 추진하게 됐습니다.”

 

어렵고 힘든 투쟁의 현장을 떠나 지역농업현장으로 돌아왔지만 지역을 바꾸기 위한 그의 노력은 지역에 쉽게 녹아들지 않았다.

농촌이 어렵다보니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돈을 쫓게 되었고, 오히려 친환경농업은 ‘미친놈들이 하는 짓 꺼리’란 비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강산도 변하게 한다는 10년이란 세월동안, 지역을 바꾸기 위한 그의 노력들이 하나, 둘씩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몇몇이 시작한 친환경농업이었지만 마을 주민들이 보기에도 수확량은 적지만 수익은 더 높다는 것을 점차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결국 욕심이 문제였다고 봅니다. 친환경농업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주민 스스로 자연을 독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자연에 융화되어 살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중길지구에서 친환경농산물 판매액이 1억5천만원에 이르렀지만 최 위원장의 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달기마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친환경농산물 생산을 중길지역 전체로의 확대를 꿈꾼다.

 

“지금까지 중길지구 친환경 벼 생산은 상달길마을에서 하달길마을까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하달길마을에서 오암마을까지의 들녘 또한 친환경 벼 생산지역으로의 변화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또 중마(중근, 사기점, 마치) 마을은 친환경 채소 재배를 확대해 중길지구 전체를 친환경농업생산마을로 가꾸어 나갈 계획입니다.”

지역을 바꾸기 위한 그의 노력이 서서히 주민속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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