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의 ‘지리산바이오랜드’


 

‘친환경’과 ‘유기농’, 그리고 ‘웰빙’은 최근 농촌과 도시를 강타한 새로운 바람이다.

농민들에게 있어 ‘친환경’과 ‘유기농’은 자연의 섭리를 그르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또 도시민들에게 있어 농촌은 도시환경에서 벗어나 단순히 관광이 아닌 농촌의 자연환경, 녹지공간,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도농교류사업은 도시민들에게는 ‘보는 관광’에서 농촌을 깊이 이해하고, 느끼고, 배워가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농민들은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 확산과 우리의 고유한 전통문화, 공동체의식 등 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농외소득 활성화를 위한 효율적인 대안사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인구 3만 명의 작은 농촌지역인 ‘전남 구례’가 새로운 농촌체험관광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조건과 문화재, 지역의 농업을 하나로 묶어 스쳐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고 추억을 담아내는 ‘체험관광 구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20여명의 ‘진안군 도농교류발전연구모임’ 회원들과 농촌체험관광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 ‘전남 구례’를 찾았다.

 

지리산 바이오랜드

구례주민들에게 있어 주5일 근무제는 농촌 회생의 새로운 기회였다.

지역의 각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구례를 아끼고 사랑하는 뜻있는 사람들이 지역 회생의 새로운 기회를 붙잡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지리산과 맑고 깨끗한 섬진강, 그리고 우리나라 삼대 사찰중의 하나인 화엄사 등 수많은 문화유산과 농업을 연결, 스쳐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고 추억을 담아내는 ‘체험관광 구례’를 만들기 위해 구례주민들은 ‘지리산 바이오랜드 협의회’를 구성했다.

“지리산 바이오랜드는 구례를 그린투어리즘으로 묶는 연결고리 구실을 담당합니다. 영농업체와 관광 숙박업소, 향토음식점, 문화자원, 그리고 지리산과 섬진강 등 천연자원과 지역 주민들을 지리산 바이오랜드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협의체를 구성했고, 도시생활자와의 만남을 위한 홈페이지(http://지리산바이오랜드) 구축과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프로그램 설계로 도시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나갔습니다.”

주민들을 하나로 묶은 지리산바이오랜드협의체와 도시생활자와의 만남을 위한 홈페이지, 그리고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프로그램에 앞서 구례를 농촌체험관광지역으로 이끈 것은 바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라고 최근범 지리산바이오랜드 대표는 얘기한다.

“출발 당시 40여 체험농가와 50여개의 민박농가, 그리고 3개의 호텔이 자율적으로 참여했고, 더불어 끼와 재주가 있는 지역 주민들을 모여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체험프로그램이 만들어 질 수 있게 됐습니다.”

직원은 물론 조그마한 사무실 공간조차 없는 구례의 농촌체험관광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가장 큰 밑거름인 구례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의지가 튼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 대표의 얘기다.

 

소비자 교육 현장으로 활용

우리 농촌의 현실은 생산자가 중심이던 시대에서 소비자가 중심인 시대로 변화했다.

소비자들이 찾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우리의 농산물이라도 갈아엎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결국 농촌관광의 중요한 구실 중 하나는 바로 도시민들에게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키고 우리의 농산물이 왜 필요한지를 인식시켜주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국 유일의 ‘순 우리밀 공장(대표이사 최성호)’은 도시민들에게 우리의 농촌을 알리는 데 중요한 구실을 담당하고 있다.

6년 전이다.

21세기 수입개방에 맞서 교육과 체험을 통해 도시민들에게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의지는 ‘농촌관광체험관’ 건립으로 이어졌다.

이곳을 통해 매년 3천여 명의 도시민들이 우리 농산물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수입하고 있는 밀의 양이 350만 톤에서 400만 톤에 달합니다. 40kg 한 포대로 계산하면 1억 가마인 것입니다. 돈으로는 1조원이죠. 하지만 우리 밀은 어떻습니까? 83년 수매가 중단 된 후 7년만인 90년, 종자를 구하기도 힘들어졌죠. 어렵게 종자를 구해 14kg으로 시작한 것이 이제 겨우 25만 가마에서 30만 가마를 생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년 365일 중 우리 밀은 단 하루치에 불과한 것입니다.”

‘순 우리밀공장’ 최성호 대표이사가 강조하고 있는 점도 바로 우리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이다.

“우리 밀이 미국의 거대 자본에 맞서 이기려면 소비자들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21세기 수입개방에 맞서 우리의 농촌이 싸울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바로 우리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며,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체험행사

이름도 참 이쁘다.

돌담길이 예쁘다고 해서 마을 이름도 다무락 마을이다.

이 작고 조용한 마을이 황토의 진한 기운과 함께 농촌의 무한한 가치를 뿜어냈다.

학생수 감소로 주인을 잃었던 작은 폐교는 이제 황토천연염색기업인 (주)황기모아(대표 류숙)의 체험장과 황토제품 판매장으로 변해 도시민들의 발길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날 ‘진안군 도농교류발전연구모임’ 회원들이 체험할 프로그램은 ‘천년비누 만들기’와 ‘산수유 초콜릿 만들기’다.

류숙 대표의 주문에 따라 회원들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먼저 ‘산수유 초콜릿 만들기’다.

코코아 분말가루가 펄펄 끓는 지장수 속 작은 국자에서 부드럽게 녹아든다.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아가는 회원들의 손놀림에 붉은 빛 산수유 가루가 진한 초콜릿 향기 속으로 스며든다.

이번엔 ‘천연비누 만들기’다.

예쁘게 포장된 주머니 속에서 꺼낸 비누 원재료를 초콜릿과 마찬가지로 작은 국자 속에서 천천히 녹인다.

작은 국자 속에 녹은 비누 원재료에 이번에 황토와 산수유, 해바라기, 태반 추축물이 담긴 분말가루가 천천히 스며든다.

“딱딱한 것을 부드럽게 녹일 때에는 오른쪽으로 돌리고, 딱딱하게 만들려고 하면 왼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류숙 대표의 주문에 따라 회원들의 손놀림이 이번엔 왼쪽으로 돌아간다.

완성된 산수유 초콜릿과 천연비누가 작은 용기에 담기며 첫 날의 체험행사는 마무리됐다.

21일부터 24일까지 진안군 도농교류발전연구 모임 회원들이 체험할 프로그램은 ‘산수유 초콜릿 만들기’와 ‘천연비누 만들기’를 비롯해 모두 13가지다.

둘째 날인 22일에는 다도예절 체험과 도자기 만들기, 압화 열쇠고리 만들기, 잠자리 만들기 체험활동을 가졌고, 23일에는 화엄사 문화유적 답사에 이어 전통한지 부채 만들기, 전통두부 만들기, 동편제 판소리 공연과 실습 등의 활동을 가졌다.

구례에서의 체험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지막 날인 24일, 회원들은 우리밀로 찐빵과 다슬기 수제비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구례가 지닌 다양한 자원과 생활문화 유산을 도시민들과 함께 체험하며 농촌에 활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체험프로그램이 이어지는 다른 지역의 농촌관광체험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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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것, 우리가 지켜야’


황기모아 대표 류숙

 

“옛날, 한 여자 하인이 아이를 업고 죽을 끓이다 아이를 솥에 빠트리고 말았답니다. 큰 화상을 입은 아이가 더 이상 살지 못할 것으로 알고 산 속으로 데리고 가 흙을 파고 묻었더니 3일 후에 산을 내려왔다는 얘기가 있어요. 화상도 치유한다는 황토의 효과죠. 또 음식물에 담긴 독 중 가장 무서운 독이 바로 버섯의 독입니다. 하지만 이 버섯의 독을 지장수가 해독할 수 있습니다.”

류숙(55) 황기모아 대표가 걸죽한 입담과 함께 풀어낸 황토와 지장수에 대한 효과다.

황토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개발로 황토천연염색기업인 (주)황기모아를 설립하고, 황토천연염색 기술을 실생활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온 류 대표가 이 처럼 황토와 지장수 연구에 열정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자는 것이 바로 FTA다.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와 홍콩처럼 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우리의 것을 우리가 지켜나가지 않으면 우리의 전통문화인 제사도 외국에 로얄티를 주고 지내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우리 것을 지키기 위한 대안으로 류 대표는 특허를 강조했다.

FTA로 농산물을 비롯해 의료, 문화, 교육 등이 몰려와도 ‘특허’를 받은 우리의 것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농촌문화도 특허라는 제도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류 대표의 주장이다.

“우리의 농촌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원대한 꿈과 목표를 세우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노력의 결실로 태어난 우리의 농촌문화는 특허를 통해 제도적인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문화뿐 아니라 농사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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