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힘, 다양한 ‘농촌문화체험’ 프로그램 마련

 으뜸마을을 찾아서 (5) ··· 안천면 노채지구


-편집자 주-

이전의 농업·농촌정책은 중앙정부에서 시달하는 내용을 지방정부에서 시행하는 이른바 하향식 정책이 중심이 되었다. 이러한 중앙정부 주도의, 설계주의 농정은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많은 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농업·농촌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처럼 외생적 지역발전에 대한 한계를 실감하고 내생적 지역발전에 대한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군에서는 2001년도에 시·군단위로는 전국 최초로 지자체의 독자적인 지역개발사업으로 ‘으뜸마을 가꾸기 사업’을 실시했다.

단기적으로는 지역특성을 살린 소득작목 개발과 관광기반 및 도농교류기반 구축으로 주민 소득향상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자연·문화·역사적 특징을 살린 마을로 개발하여 지속적인 지역공동체로서의 마을조성이 ‘으뜸마을 가꾸기 사업’의 목적이다.

해수로 5년. 으뜸마을 가꾸기 사업이 우리의 농촌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마을 사업에 주민들이 얼마큼 주체적으로 참여해 주민조직이 얼마나 활성화됐는지, 살펴본다.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임병식(72) 할아버지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집에 앉아 노느

니 군불이라도 때려고 길을 나섰

다"는 할아버지의 발걸음이 그리

가벼워보이지는 않는다.

 

산은 마을을 품고 있었다.

또 마을은 산을 병풍처럼 뒤세우고, 그 품에 안겨 있다.

마을을 둘러싸며 흐르는 계곡물은 마을을 지키는 또 다른 생명의 끈이다.

마을 뒤에 솟은 산들과 마을을 감싸고도는 계곡물.

자연에 기대어 있는 마을의 모습 그대로다.

청정농산물로 희망의 미래를 여는 안천면 노채마을도 바로 자연과 함께하는 마을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시행된 으뜸마을가꾸기 사업과 2004년 시행된 청정농산물 테마파크 조성사업으로 마을의 편의시설이 보강됐다. 마을입구에는 사라졌던 돌탑이 세워졌고 돌탑 주변으로는 주민들의 쉼터가 마련됐다.

 

마을의 옛 이야기

노채마을의 역사는 16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놋그릇을 많이 만들었다는 노채마을은 지금은 다양한 성씨가 모여 사는 각성바지 마을이지만 예전에는 의성정씨 집성촌으로 몇 명의 천석지기가 나올 정도로 부자마을로 통했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인 만큼 마을 곳곳에는 옛 조상들의 흔적이 담긴 다양한 이야기 거리가 전해져 내려온다.

먼저 노채마을은 커다란 배 모양을 하고 있다.

마을이 배 모양을 하고 있어서일까?

지금까지도 노채마을에서는 지하수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마을이 배 모양이기 때문에 지하수를 파면 가라 안는다는 생각에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지하수를 파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얘기다.

마을에 지하수가 없다는 특징과 함께 노채마을에는 배를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게 돕는 돛대가 마을 입구와 뒤쪽에 세워져 있다.

뱃머리에 위치한 마을 입구와 배 후미인 마을 뒤쪽에는 돛대 역할을 하는 짐대(솟대)는 배가 안전하게 운행될 수 있도록 하는 돛대의 역할을 담당하며 마을의 안정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 장갑철(54, 이장) 으뜸마을가꾸기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의 얘기다.

짐대와 함께 마을 앞 단지봉도 주민들이 위하는 성스러운 장소 중 하나다.

옛날, 마을에 큰 불이 났었다고 한다.

마을을 비롯해 들녘과 산이 모두 불에 타 재만 남았지만 유일하게 단지봉 정상 부근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유일하게 단지봉 정상만이 불에 타지 않은 이유는 바로 영험한 기운이 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주민들은 음력 2월 초 하루날, 솟대제와 함께 단지봉 정상에서 제를 올리고 있다.

제를 올리면서 주민들은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이곳에서 가늠한다.

단지봉에서 제를 올린 주민들은 단지봉 정상에 단지를 묻게 되는데, 이 단지 안에 동서남북을 나누는 목침을 넣고 물을 가득 채운다. 단지 속에 물이 채워지면, 목침은 물 위로 떠올라 한 방향을 가리키고, 주민들은 그 방향을 보고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는 것이다.

 


현재 머루영농조합법인의 머루주 저장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금광굴. 이 시설은 머루주

체험프로그램에 참가한 도시민들의 와인보관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청정농산물 마을의 힘

노채마을에는 모두 56가구 123명의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123명의 주민 중 50세 이상 인구가 70명으로 50세 미만 인구(53명) 보다 많지만 마을 주민들의 부지런한 성향은 어느 마을보다 다양한 작목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벼 재배 농가는 7가구 10ha에 불과한 반면 과수농가는 22농가 28.3ha, 특작 농가는 8가구 10.4ha, 복합영농 농가는 19가구,23.8ha에 이른다.

다양한 작목과 함께 축산도 소 1두, 돼지 30마리, 사슴 20마리 등을 키우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작목의 개발은 작목반 활성화로 이어져 마을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목반은 포도작목반(반장 정해용), 고추작목반(반장 황의택), 영지버섯작목반(반장 장갑철), 천마작목반(반장 최규문), 장뇌삼작목반(반장 안완섭), 고구마작목반(반장 안완섭), 배작목반(반장 이철희), 머루가공공장(대표 황의택) 등 8개에 이른다.(2005년 11월 기준)

하지만 무엇보다 안천면 노채마을의 특징은 다양한 작목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청정농산물 생산이다.

2003년, 안천면 노채마을이 으뜸마을가꾸기사업 추진마을로 선정되기 전부터 마을주민들은 청정농산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포도 재배 면적의 2/3 가량이 저농약으로 포도를 생산하고 있으며, 마을 전체 머루재배 농가인 15농가가 저농약으로 생산해 내고 있다.

“머루의 경우 저농약 인증 기준이 없어 저농약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인증여부에 관계없이 청정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주민 모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주민 모두 제초제를 사용하지 말자는 의지와 포도와 머루 외에도 마을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을 친환경으로 생산해 내겠다는 의지가 높다는 것이 장갑철 위원장의 설명이다.


으뜸마을과 테마파크

청정농산물을 이용해 마을의 발전을 이끌어 가겠다는 주민들의 의지는 으뜸마을가꾸기사업과 청정농산물 테마파크 조성사업의 추진으로 더욱 큰 힘을 받게 됐다.

먼저 으뜸마을가꾸기사업을 통해 주민들은 다양한 교육의 기회와 경험을 쌓게 됐고, 이러한 교육과 경험을 토대로 마을의 발전계획을 스스로 개발해 나갔다.

마을 발전을 위한 주민들의 고민은 2004년도 전북청정농산물 테마파크 조성사업 유치 신청으로 이어졌고, 7억3천만원(자부담 1억3천만원 포함)의 도 예산과 군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청정농산물 테마파크 조성사업으로 지원된 사업비는 마을 발전을 이끌 다양한 기반시설 설치로 이어졌다.

우선 민박과 교육장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40평 규모의 방문자 센터가 마련됐고, 마을 주민들이 신성시 하고 있는 단지봉에는 해넘이 쉼터가 조성됐다.

또 마을 입구에는 당산탑 복원과 함께 공원이 조성됐으며 향토정원과 아담한 돌담이 방문자를 맞을 수 있도록 경관조성 사업도 시행됐다.

농업생산시설에 대한 지원도 이루어졌다.

1만여평의 땅에 청정고사리 재배를 위한 해가림 및 관수시설이 설치됐고, 포도와 머루 재배를 위한 친환경시설하우스, 고추 태양초 건조시설, 20평 규모의 저온저장고도 설치됐다.

시설투자는 올해로 모두 마무리됐다.

이제부터는 마을 발전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시설들을 주민들의 소득과 연결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장 위원장의 각오다.

 


아직은 세 농가만이 재배하고 있는 영지버섯이지만 올해 1억원의 소득을 올릴 정도로

마을을 대표하는 작물로 성장하고 있다. 장갑철 위원장(사진 오른쪽)과 한견종 머루영농

조합법인 전 총무가 영지버섯 재배장을 둘러보고 있다.

 

새로운 소득원을 꿈꾸며

농촌관광을 성공으로 이끌어 가는데 있어 청정농산물과 함께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다.

다른 으뜸마을처럼 노채 마을도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광산을 이용한 체험이다.

현재 머루영농조합법인의 머루주 저장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금광굴을 이용한다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한견종(54) 전 머루영농조합법인 총무의 얘기다.

우선 사람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박쥐들의 생태모습을 CCTV로 담은 박쥐 체험 프로그램과 가족과 함께 머루주를 만들어 금광굴 저장고에 넣어 두는 프로그램, 그리고 상품성은 없지만 아직 남아있는 금광을 캐 보는 금광채취 체험도 구상하고 있다.

한 전 총무는 “금광굴 앞 머루 농장이나 마을 내 농장을 이용해 농촌체험관광을 위해 마을을 찾은 도시민들에게 머루주 제고 공정을 직접 체험하고, 또 체험을 통해 만들어진 머루주를 금광굴에 보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박쥐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과 금광을 채취해 보는 체험 등 금광굴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어느 마을에서도 볼 수 없는 노채마을 만의 특색 있는 체험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마련한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안천 중·고등학교 설립의 모태인 대덕학원 설립자 정병희(전 도의원)씨, 군 의료보험조합 이사장을 지낸 정경균(전 안천면장)씨, 진안군 성일근 노인회장을 비롯해 정채균(전 외환은행 지점장), 한상진(서울 한성건설 대표이사)씨 등 노채마을에서 배출한 출향인들의 도움 또한 마을발전을 이끄는 힘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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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갑철 으뜸마을추진위원장
           청정농산물 체험 통해우리 농산물의 우수성 홍보


마을을 나타낼 특산품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마을의 단점을 그는 장점으로 변화시켜 나갔다.

안천면 노채마을 장갑철 으뜸마을가꾸기사업 추진위원장은 노채마을 주민들이 오랜 기간동안 일구어 온 다양한 재래 작목을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작목으로의 전환을 꿈꿨다.

 

“농촌이 어려워지다 보니 젊은 주민들이 한 가지 특산품 개발에 힘을 기울이지 않고 돈이 되는 작목을 대규모로 재배해 왔습니다. 하지만 소득이 없다고 해서 고추나 고구마, 옥수수 등 주민들이 오랜 기간 재배해 온 전통 작목들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도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작목으로 전환해 또 다른 소득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하지만 마을 발전을 위한 장 위원장의 계획은 단순히 전통 재래작목을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 운영에 국한되지 않는다.

머루를 비롯해 영지버섯을 노채마을의 특산품으로 개발하겠다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아직은 3농가가 재배하고 있지만 영지버섯은 올해 1억원의 소득을 올릴 정도로 마을을 대표하는 작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머루 또한 머루영농조합법인을 통해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머루, 영지버섯과 함께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임야를 이용해 재배하고 있는 드룹, 고사리, 장뇌삼 등의 산채 또한 장 위원장이 의지를 갖고 추진하고 있는 작물들이다.

하지만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눈길을 돌리게 했다.

도시민들에게 우리의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채마을의 농촌관광은 우리 농산물 홍보에 무게를 두었다.

 

“고령화된 우리의 농촌은 깨끗한 농산물을 입증할 수 있는 친환경인증 확보를 어렵게 했습니다.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안 되겠죠. 내년부터 마을 노인들을 대상으로 친환경인증을 위한 일지작성 교육을 꾸준히 실시할 계획입니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작업과 함께 장 위원장은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노채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얼마나 깨끗하고 우수한지를 직접 체험을 통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규모 체험단을 운영하기 보다 가족과 함께 농촌을 느끼고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체험하는 행사를 마련해 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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