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허락하는 한 이웃과 함께할래요

“자녀들이 아버지 회갑을 맞아 회갑연을 열어주겠다는 것을 만류하고, 회갑연 대신 그 비용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 올해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선행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는 고영성(64)씨.
“제가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언론에까지 알려진다고 보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아요. 제 의도와는 다르게 언론에 오르고 있지만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선행을 베풀고 싶어요.”
고씨는 자신의 선행이 알려져 좋을 것이 없다는 말을 남겼다. 하지만 고씨의 마음과는 달리 주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고씨의 선행을 칭찬하고 있다.
주천면 구암마을 고영성씨는 지난 2003년 회갑을 맞았다. 자녀들도 마땅히 자식의 도리를 하려는 마음으로 준비한 회갑연을 취소하고 아버지 고영성씨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당시 고씨는 가족들과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조촐한 식사와 간식으로 회갑연 대신했다.
회갑연에 사용하려는 비용 가운데 300만원은 어려운 이웃에게 사용해줄 것을 당부하며 면사무소 직원에게 전달했다.(본보 2003년 12월 29일 제137호)
또 마을 개발위원장에게 전달한 100만원은 정수기를 마련해 마을회관에 비치해 놓고,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사용을 하고 있다.
고영성씨는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이 마을에 살고계신데 젊은 사람이 회갑연을 한다는 것도 어르신들 뵙기 민망했다”며 “그때 당시와 지금도 자녀들에게는 미안 하지만 회갑연을 하지 않고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준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고씨의 선행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03년에 이어 2004년에는 백미 20kg 30포, 2005년 백미 20kg 40포, 2006년 20kg 30포 등과 매년 20kg 4포를 마을회관에 기증을 했으며, 진안에서 운영하고 있는 작은 공부방에도 20kg 4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내 어려운 겨울을 보내시는 분들이 작은 정성이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며 “제가 직접 돌아다니며 전달하지 못하는 일을 면사무소에서 대신해 주었으면 좋겠다.”
고영성씨는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아름다운 선행과 인정 넘치고, 살맛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바지한 공을 인정해 주천면체육회으로부터 표장패를 받았다.
또한 핵가족 시대에 경로효친사상 교육에 앞장서면서 화목한 가정을 가꾸는 등 타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고영성씨에게 행복한 진안 만들기에 앞장선 공로로 송영선 군수가 제10회 노인의 날을 맞아 3대 가족패를 수상했다.
고씨는 회갑연을 못해 서운한 것보다 기분이 좋고, 마음이 흡족해 하며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고영성씨는 “주천면에 살면서 아버지와 형제들을 욕되게 살고 싶지 않고 보람있게 살아야 겠다는 마음을 항상 가슴속에 지니고 생활하고 있다”며 “지금은 고인이 된 아버지께서는 마을을 위해 헌신하시며 생활을 하셨는데 자식이 누를 끼쳐서는 않되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고 있듯이 저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몸이 건강하면 죽을 때까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선행을 베풀고 싶고, 자식들도 저를 본받아 마을에 봉사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며 “여유가 된다면 더 큰 선행을 베풀고 싶지만 사실은 저도 빚쟁이이라 많이는 돕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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