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늘진 곳을 돌아볼 때(3)
하반신 장애인 이규홍씨

▲ 이규홍씨

“저는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사회에서 받은 교육과 대인관계를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선천적으로 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들과 후천적인 장애를 얻은 장애인들에게 사회는 부자유스러운 벽으로 다가올 수 있죠.”
이규홍(40·주천면 무릉리)씨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또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삶을 사는 평범한 농민이었다. 그런 그에게 하반신 장애라는 불운이 닥쳐오리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지역에 쟁점으로 떠오른 골프장문제가 지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지역주민들과 늦은 시간까지 고민하고 돌아오는 길에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 사고로 이규홍씨는 현재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며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군으로부터 어떠한 혜택도 받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에서 지급받고 있는 39만 원의 국민연금이 전부이다.

복지 사각지대
“일반인 4인 기준으로 최저생계비가 120만 원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식구는 여섯 식구가 생활을 해요. 제가 어머니까지 부양했으니까요. 하지만, 국민연금으로 지급받고 있는 39만 원이 저에게 쥐어지는 수입의 전부입니다.”
이씨에게 주어진 39만 원의 적은 수입은 가정생활에 턱없이 부족한 생계비이다. 그러나 물질적인 풍요보다 이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의 풍요가 없다는 점이다. 정상인들에게는 높은 경사로와 계단은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일 공간일 뿐이다. 하지만, 휠체어를 움직여 이동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높은 경사로와 건물 안으로 진입하기 위한 계단은 거대한 장애물과도 같다.
“정상인으로 걷고 뛰며 생활할 때 보이지 않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이제는 보이죠. 장애인 초년병이라 아직 많은 것은 모르겠어요. 그러나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움직이는 것이 힘이 드는 것 같아요. 높은 경사로와 계단은 장애인들에게 큰 벽으로 다가온다는 것을요.”

장애인들이 필요한 것은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존재감이다.
“많은 사람과 대인관계를 맺었지만 이동이 불편하다는 점을 알고 계시는 분들은 저를 부르지 않아요. 물론 그분들의 처지에서 볼 때 저를 생각하시는 노파심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은 배제시키는 것보다 함께할 수 있다는 존재감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놓은 곳은 극히 드물다. 우리 지역의 예를 들어도 장애인이 방문하고자 하는 공공 기관조차 장애인 편의 시설이 안 되어있다. 그렇다 보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찾아볼 수 없다.
“혹시 진안에서 휠체어 탄 장애인을 보셨어요. 아마 진안에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 거예요. 하지만, 진안에 찾아보면 많은 분이 계세요. 그중에는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수양하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러나 이분들을 진안에서 불러들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참여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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