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람

▲ 이옥순씨
이 옥 순 씨
성수면외궁리원외궁 출신
교보생명변액보험관리사
교보생명성동지점왕십리영업소
재경성수면향우회
재경진안군민회 사업간사

프랑스의 작가 모파상은 그의 장편소설 「여자의 일생」에서 도덕의 기준을 본능, 충동등 과 같은 사실주의에다 두었다. 결혼생활에 대한 희망과 꿈에 부풀어 있었던 순결한 처녀 잔느는 한 남자와 결혼해서 그 꿈이 차례로 깨지고 자식 때문에 마음 아파 하지만 결국 자신의 손녀를 통해서 희망도, 절망도 아닌 삶을 또 이어 간다. 우리가 여기서 생각 해 볼 수 있는 것은 잔느가 결혼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후 느낀 그 고독감과 외로움을 공감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잔느는 바람둥이 남편이 살해당하고 남겨진 아들 포올에게 모든 희망을 걸지만 그 아들까지도 방탕아가 되어 그녀의 곁을 떠나 그녀를 절망시킨다. 이 선량한 여성의 불행한 일생을 지켜보면서 작가 모파상의 관찰력의 적확무비(的確無比)함과 그의 인생에 대한 애감(哀感)과 시정(詩情)을 느껴 볼 수가 있다.

필자가 여러번의 망설임과 설득 끝에 안개 자욱히 내려앉고, 잠실 보(洑)가 내려다보이는 잠실 선착장에서 이옥순씨를 만나 그의 소설처럼 엉켜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사생활에 혹시라도 누가 될 수도 있겠다 하는 노파심을 떠나서, 어쩌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의지에 용기를 주고, 주위의 모든 고향사람들에게 귀감(龜鑑)으로 영향을 줄 수도 있겠다하는 작은 마음임을 먼저 밝혀둔다.
그녀는 1957년 향리에서 6남3녀 중 넷째로 태어난다. 외궁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일 년 동안 집안일을 돕는다. 일 년을 그렇게 허송한 그는 고집하여 다시 진성중학교에 진학하고 그 시절 그는 체육선생님의 눈에 들어, 전북도체전에 투포환선수로 출전, 2위를 기록하는 쾌거를 보인다. 체육 특기자로 발탁되는 행운을 잡았으나 종목(투포환)에 대한 주위와 그 자신 불확실성의 고민으로 체육특기자를 포기하고 당시 오빠의 직장을 따라 군산여상에 진학하고 졸업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제약에 입사, 제품관리 사원으로 3년을 그렇게 보낸다.

그리고 중매로 당시 동판업에 종사하는 강건성씨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집도 작만하고 아들 효식이도 생겨나고 그렇게 평탄한 여자의 길을 가는 것 같았다. 최소한 그것이 그의 부모님이나 그가 원하였던 여자의 길 이였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신성제판을 인수하고 온 가족이 걷어 부치고 나서서 자영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런데 마른하늘에 날 벼락이라 하던가, 맑은 하늘가에 어느 날 먹구름이 몰려왔다. 남편의 우연찮은 병환이 혈전증으로 진단되고 그것은 다시 시한부인생의 멍에로 그들 단란했었던 가정을 옥죄어 왔다.
세상의 아무것도 모르고 친정 이후, 남편에게만 의존하여 왔었던 그의 인생에 새로운 어두움이 닥쳐 온 것이다. 당혹하고, 그렇게 허망하게 남편을 보내던 날, 까무러쳤다가 깨어난 그의 마음에 하늘의 권면(勸勉)이 응답(應答)으로 그의 가슴 속에 새겨왔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으로서 인간의 죄 값을 대신하였다는 허무맹랑하게만 들려오던 그 소리가 오늘 저렇게 확신하는 음성으로 그녀의 귓가에 축복으로 전하여 왔다.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리라. 오늘의 이 시련이 하늘이 내게 준 연단(鍊鍛)의 시험임을 확신하였으니 이 한 몸 불속에 기쁘게 던지리라.”
그 날 이후 그녀의 달라진 종교적 행적을 우리가 상상 해 보면 오늘의 그를 충분하게 이해가 된다. 남편과 함께 이끌었던 신성제판의 부도, 혼자서 어린 아이 효식이를 기르면서 운영하던 오락실의 정리, 사기꾼들에게 당한 그 이야기들은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 그대로다.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의 사랑에서 소외되어 자라온 아들과의 갈등,가출한 아들에게 보냈던 그녀의 소망은 한 어머니로서의 외침이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애절한 바람 이였다고 그는 기억한다. 자퇴를 요구하는 학교와 맞서 끝내 아들의 졸업을 고집한 그의 의지는 어머니만 할 수 있었던 천륜(天倫)의 정도(定道)였다고 강조한다.
이 세상 험하고 나 비록 약하나/늘 기도 힘쓰면 큰 권능 얻겠네/주의 은혜로 대속하여서/피와 같이 붉은 죄 눈같이 희겠네./

우리의 고향사람 이옥순씨. 그는 지금 웃을 수 있다. 두 모자가 단란한 모습으로 성서와 찬송가를 옆에 끼고 나란히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것이 그녀의 작은 소망이다. 우리는 머지않아 그녀의 이 소박한 소망이 이루어 질 것을 확신한다. 그것은 그가 절망에서 접수한 모든 현실을 꿈으로 이어가는 절제된 인간의 용납되는 의지를 배웠기 때문이다.
(이옥순 H.P: 016-333-3832)
/서울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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