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행정감시하는 시민모임(옥천살림지킴이)

주민이 만들어가는 예산(광주 주민참여예산)
‣ 행정에 참여하는 주민(인천 행정모니터링제)
민원해결 주민힘으로(울산 민원공개법정)
우리의 현주소

1989년 12월 19일 새로운 지방자치법·개정안이 만들어지면서 다시 찾아온 지방자치가 올해로 18년째 접어들고 있다. 1991년 첫 민선 군수와 의원들을 뽑은 후 총 다섯 번의 선거로 지역의 일군을 만들어내며 지방자치의 한 쪽 틀은 견고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지방 자치의 한 틀을 이루고 있는 주민자치는 아직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즈음해서 본지는 우리 고장 ‘진안의 자치’를 심층 분석 진단해보고자 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여러 주민 참여제도를 둘러보고 주민과 공무원 그리고 의회의 역할에대해 알아보며 ‘우리 고장의 모습에 맞는 진정한 주민 참여제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아보려 한다. 
이번주는 인천 자치행정 모니터제를 찾았다. 주민 스스로 제안해 만든 제도가 아닌 행정에서 주도해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이 제도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 문화분과회의에 참석한 모니터들이 인천 시청 앞 공원에서 봄 햇살을 맞으며 활짝 웃고 있다.
“oo 박물관은 너무 동떨어져 있어 찾아가기가 힘들어요.”
“xxx 박물관은 터가 너무 넓은 것 아닌가요?”
지난 4일 인천 자치행정모니터 문화분과 위원들이 인천광역시청 앞 모 식당에서 모였다. 온라인상의 활동이 주된 것이지만 이 날은 분과회의 겸 친목모임의 성격을 가미해 별도의 자리를 만든 것이다. 이야기는 인천지역 문화에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되었다.
“문화재 보존에 대해 미흡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세심한 배려가 요구돼요.”
“문화재는 많은데 가치있는 게 별로 없는 거 아닌가요?”
“과거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지인 000에는 공연장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황폐해가는 지역도 살리 수 있잖아요. 공무원들이 타당성을 검토해 봤으면 좋겠는데….”
끝도 없이 나올 것 같은 위원들의 이야기는 며칠 후 관내에서 있을 모 축제행사에서 모니터링을 하기로 약속하는 공지를 들으며 매듭을 지어갔다.

◆시책과 제도 개선 제안
인천광역시의 자치행정 모니터제도는 2004년 시행한 후 2005년 6월에 ‘인천광역시자치행정모니터운영조례’를 제정해 틀을 확고히 만들었다.
주부, 회사원, 자영업자, 학생 등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되었으며 현재는 7개분과(기획자치, 보건사회, 환경녹지, 건설, 교통, 경제, 문화) 총 395명(각 분과별 55명정도)이 활동하고 있다.
임기는 2년제로 2006년 1월에 시작한 현재의 자치행정모니터 제2기는 2007년 12월로 임기를 마치게 된다.
이 제도는 모니터광장 홈페이지에서 활동을 하는 온라인 활동제도다. 모니터들은 주요 시책과 제도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그에 따른 개선사항을 제안하게 된다.

연 6회의 현장 모니터링을 하고 주제별로 행정에서 의뢰하는 설문조사에 응하고 분과별로 지정된 주제에 대해 자유토론을 하는 분과토론회를 상·하반기 각 한차례 갖는다. ‘모니터 소리’라는 창구를 이용해 수시로 시정관련한 사항을 제보하고 제안하게 된다.
모니터들의 시정 견학은 분과별로 이뤄지나 관심 있는 다른 분과 모니터도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인천대교와 인천항, 근대건축물 전시관, GM대우 부평공장, 갯벌타워 등을 돌아보았다.

시에서는 모니터활동을 종합하여 매달 한 명의 ‘이달의 모니터’를 선정 주 화면에 올려 사기를 진작시킨다.
올해에는 2월에 분과별로 모임을 해 시정설명회 및 전산소양교육을 했다. 주민자치, 광고물, 청소년 수련관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회당 평균 130명 정도 참여하였다. 또 55명의 위원이 참여해 교통 관련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시정반영은 글쎄(?)
시의 행정에 대해 주민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인천광역시의 자치행정모니터제도는 막상 시정반영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부분이 있다. 인천광역시 자치행정과 이경녕 여론담당은 “설문조사의 결과와 모니터들의 제안 등에 대해 시에서는 운영 및 계획을 할 때 참고를 한다. 우리가 그것을 반영하는 것에는 의무가 없다. 단지 참고를 할 뿐이다”고 말했다. 자치시대인 요즘 거의 모든 자치단체에서는 주민의 참여에 대해 많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주민의 의견에 대한 행정에서의 수용 정도는 각 자치단체에서 얼마나 의지가 있는지에 달렸다. 현장 모니터링을 하고, 설문조사를 하고, 수시로 의견을 접수하는 방식인 인천광역시의 자치행정 모니터제도는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법으로는 많이 앞서간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값진 주민의 의견들이 단지 행정의 참고사항으로만 여겨지는 게 안타까운 부분으로 보인다.

◆값진 주민의견 '들러기' 전락 우려
인천 민주언론 시민연대 구교정 사무처장은 “모니터링한 의견과 제안을 수용·반영하는 부분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며 “반영한 사례를 거의 찾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모니터한 의견과 활동사항에 대한 것을 공개적으로 처리해 일반 시민들이 알 수 있는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모니터들의 주 활동창구인 온라인 홈페이지는 회원들만 접속할 수 있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을 폐쇄성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 제도를 실행하는 공무원의 태도도 봉사자 모습이 아닌 관리자 모습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공무원들에게 자료를 요청하면 거절을 많이 하고 기피한다. 이로써 폭넓고 깊이 있는 모니터링에 제약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한 예를 들었다. “문화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에 대해 자료를 나눠 줬는데 토론에 필요한 연구시간이 없어서 결국 계획내용에 대한 소감발표 수준으로 진행한 적이 있다”며 “결국, 행정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께 고민해 개선안 도출
행정을 하는 공무원들의 태도가 주민의 의견을 알고 그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행정을 이루고자 하는 즉, 주민의 의견을 ‘알고 싶어하는 태도’로 바뀌어야 하지 그냥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다’라는 요식행위에 그쳐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이 주인인 자치시대라면 주민의 의견은 주인의 의견이며 그만큼 중요한 의견, 값진 의견이 되는 것이므로 결코 참고사항으로 다뤄져서는 안 되겠다. 또한, 모니터들도 주인의 행위로서 모니터링을 하며 제안을 하는 것이므로 제안을 할 때는 깊은 분석과 성의가 있어야 하며, 행정과 함께 인천을 만들어간다는 자긍심에 맞는 책임의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비판만 하는 주민은 아무나 어디에나 있다. 인천광역시에서 자치행정모니터 홈페이지를 통해 이야기하듯 ‘시정운영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한 후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안을 함께 만들어 해결해내는’ 그날이 현재 활동하는 인천모니터들의 열의를 볼 때에는 그다지 먼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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