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읍 군상리 김순자씨, '장한 아내상' 수상

▲ 김순자씨
한 여인이 있었다. 예순을 훌쩍 넘긴 그 여인이 지난 6월20일 서울 중앙보훈회관에서 ‘장한 아내상’을 받았다.
40년 가까이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아온 그 여인이 장한 아내상을 받은 것은 ‘사랑’ 때문이었다. 남편과 가족뿐만이 아닌 ‘지역의 어머니로서’ 보여준 따뜻한 온정이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올해 예순셋의 김순자(진안읍 군상리)씨. 김씨는 지난 1969년 남편 박춘식씨를 만나 결혼했다. 결혼할 당시만 해도 남편이 시각장애(상이1급)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군대까지 다녀온 사람이었기에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조금 다른 불편함이 있을 뿐 문제가 될 것 없는 장애였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가정형편과 예상하지 못했던 심리적 부담에 김씨는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고 한다.

김순자씨는 달콤하고 행복한 단꿈을 꾸어야 할 신혼을 온통 눈물로 보내야만 했다. 그런 아내를 지켜보는 남편 박춘식씨도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의 괴로움에 몸서리를 쳐야 했던 시기였다.
그렇게 고통의 4년을 보내고 좌절하는 남편을 지켜보던 아내 김순자씨는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냈다. 어떻게든 가정을 꾸려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단칸방에서 삯바느질을 하고 바깥 활동을 하는 남편의 눈이 되어 주었다.

그 의지와 노력에 대해 보답이라도 하듯 기다리던 큰아들도 얻게 되었다. 마침, 1974년 보훈지청에서 사업자금 대출을 해 줘 시장에 가게 한 칸을 얻어 장사를 시작했다.
좀 더 싼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대전까지 직접 다니다 1979년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목뼈와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게 되었다. 하지만, 맘껏 병치레도 할 수가 없었다.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밤잠을 설쳐 가면서 열심히 일했고, 삼 남매를 무사히 잘 키워냈다.

김순자씨의 ‘사랑’은 가정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 사랑은 넘쳐 지역으로 흘렀다.
당뇨 합병으로 병원 신세도 지었지만 지역의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말벗도 해 주고 간식도 챙겨드리는 일을 시작했다. 실버민요교실에서 배운 노래와 국악 솜씨도 사랑실천에 도움이 되었다. 각종 노인행사에서 노래와 국악 실력을 뽐내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김장철에는 상이군경회원 중 고령과 지병으로 고생하는 이웃을 위해 김장김치도 담가 전해 주기도 했다.
고통의 시간을 행복의 시간으로 바꿔버린 것은 김순자씨의 의지와 사랑이었다. 김씨의 그 같은 의지와 사랑이 강한 바이러스처럼 진안 전 지역에 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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