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200여 명 숙박, 씨 없는 곶감 체험 프로그램 개발 중

▲ 학동산촌생태마을 최명근 운영위원장
백운면 신안리, 정천면 봉황리, 주천면 대불리, 성수면 중평·음수동, 용담면 방화마을, 안천면 지사마을 등은 모두 산촌생태마을 조성사업이 완료되었거나 추진 중인 우리 고장 마을이다.
지금, 산촌마을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우리가 복원하기 어려운 자연자원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 여러모로 열악한 삶의 질에 대표 공간으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국가는 경제성장 중심의 정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산촌마을을 바라보고 주민은 그 같은 문제 해결이 주민소득으로 이어지면서 그동안 어려웠던 삶의 여건을 반전시킬 기회로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산촌생태마을조성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여하고 있지만 사업의 계획과 운영 등에 따른 실효성 문제, 다른 기관의 중복투자 등 때문에 예산 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 자연과 전통, 여유, 휴식 등과 거리가 멀어진 도시민들을 끌어들이고 이를 지역 소득과 연관짓는 콘텐츠 개발이 그리 만만치 않다. 콘텐츠를 개발하더라도 운영할 수 있는 운영인력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 한몫한다.

게다가 임야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국토의 특성상 산촌마을 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2003년에 국립산림과학원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선정한 산촌마을을 보면 전국 508개 읍·면 4천972개 리가 해당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마을마다 독창적이고 차별성 있는 내용으로 산촌생태마을을 육성하고 주민의 바람대로 소득 증대로 연결 시키는 것은 그리 녹록지않다.

◆올여름 1천200명 묵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 고장 정천면 학동마을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하다. 학동마을은 이웃 마조마을과 함께 지난해 말까지 모두 14억 2천7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산촌개발사업을 완료했다.

올해 3월10일 첫 손님이 들기 시작해 드문드문 도시인들이 찾다가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에 접어들면서 빈방이 없을 정도로 방문객이 폭주했다. 정확한 결산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방이 세 개뿐인 산림문화휴양관에 1천200여 명이 머물렀다. 콘도 형식의 방은 10명이 정원이다. 하지만, 단체 예약자는 최대 50명까지 묵어갈 정도였다. 정원을 설명해도 감수하겠다고 하니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지금보다 방이 두 배로 있었어도 밀려드는 예약을 모두 받아주기 어려웠을 정도라니 그 인기를 실감할 만하다.

학동마을 산림휴양관 앞을 흐르는 마조천 가 동산에 놀러 온 사람까지 합할 경우 방문객은 근 5천여 명은 훌쩍 넘어설 것으로 학동산촌생태마을 최명근 운영위원장은 추정한다.
설문지를 만들어 돌린 것은 아니지만 매일 산림휴양관을 정리하며 확인한 방문객들의 만족도는 대부분 높은 수준이었다고 한다.

여름 휴양지로 학동산촌생태마을이 각광을 받은 것은 일단 천혜의 자연조건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산촌마을치고 공기 좋고 물 맑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1970년대 초반 마을에서 조성한 마조천 동산이 꽤 알려져 자연발생 유원지 구실을 했다. 이를 통해 학동마을과 인연이 있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산촌마을의 체류형 방문객으로 이어졌다 추정할 수 있다.

여기에 학동마을과 자매결연을 한 전주 초청교회가 큰 구실을 해 주었다. 기존에 일회성 행사로 끝나기 일쑤였던 도농 자매결연 형태와는 분명 달랐다.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초기에는 신도들을 중심으로 예약이 이루어졌고 이분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가족을 데리고 오고 그것이 소문나면서 예약이 밀렸던 것 같아요.”

이번 여름 휴가기간 동안 학동산촌생태마을을 세 번 찾은 사람까지 있을 정도였다. 가족과 직장, 친구 등 각각 다른 집단에 학동마을을 추천하며 벌어진 결과였다. 지역 방송국과 언론 등에서 ‘산림청에서 선정한 산촌마을 베스트 10’에 학동마을이 선정된 사실을 일제히 보도하기도 했다. 그래도 역시 그보다는 한 번 방문했다 만족했던 사람들이 낸 소문이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최 위원장은 분석한다.

“마을 주민들의 단합된 힘도 무엇보다 올여름 성공을 견인하는 주요한 요소였습니다. 노인회와 부녀회 등 마을자치조직에서 각자 맡은 영역의 일을 꼼꼼하게 잘해 주었거든요. 모난 사람 없이 힘을 모아 준 우리 마을 주민들이 제일 고맙습니다.”

▲ 학동산촌생태마을 산림문화휴양관
◆사계절 방문지 만드는 것 관건
지난해 말, 산림생태마을조성사업을 준공한 학동마을은 올해 첫해 사업치고는 훌륭한 성과를 거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에 만족할 수는 없다. 산촌생태마을 조성취지에 걸맞게 자리를 잡으려면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지역의 소득작목과 방문객을 연결해 주민들의 소득향상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체험 활동의 장을 마련해 여름 휴가철 반짝이 아닌 사계절 방문지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올여름에도 씨 없는 곶감을 찾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현재는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항상 부족한 형편이라 제공을 못 했죠. 현재 1천 주밖에 안 되는 곶감 나무를 1차 3만 주로 확장하고 2차 10만 주까지 확대할 생각입니다. ”

최 위원장에 따르면 이를 위해 주민들을 설득해 씨가 생기는 감나무를 모두 제거해 나가고 있다. 명실상부하게 씨 없는 곶감의 지역 브랜드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또, 마을 앞산에 씨 없는 감나무 2만 주 정도를 심어 공원형 감나무 단지를 조성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곶감 깎기나 곶감 걸기 등을 하면 그게 체험형 테마 사업이지 않겠어요? 그런 사업들을 발굴해야죠.”
최 운영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학동마을이 산촌생태마을로서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촌생태마을을 이미 조성했거나 조성을 추진 중인 마을이 있다면 학동마을 방문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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