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표(정천면 봉학리)

(5)수술
입원실에서 오후 3시에 기분 좋게 아내 손 잡고 나왔는데 수술실에 들어간 것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오후 5시 넘어서 나와 입원실로 옮겨 오면서 잠에서 깨인듯 의식이 돌아왔다. 아프지도 않고 오히려 시원하고 훨훨 날으는 새 같았다. 다만 코에 산소 호흡기를 달고 다니는게 불편했다.

죽 먹고 수술 첫날 밤에 단잠을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앉아 있는데 갑작이 부두둑하며 설사를 바지기로 쌓다. 냄새도 나고 나는 황당한데 바로 옆에 환자분이 정상적인 수순이라며 창피하게 생각말라고 말 하고는 자기 아내 보고 거드러주라고 하는데 어찌나 고마운지 고분 고분 절을 하고 남의 아내의 부축을 받으며 목욕실에 가 남의 남자 옷을 벗기고 씻어 주고 환자 옷을 가져다 입혀 주고 침대 위에 설사 치워주고는 데리고 와 눕혀 주고 가는데 수줍어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데 아내가 대신 인사를 하기는 했어도 염치가 없었다.

다음 날 부터는 밥을 먹고 밤에 깊은 잠이 들고 늦게 일어났는데 아내가 둘째 며느리가 아침을 해서 싸 왔는데 그 자리에서 창피한 흉을 보는데 또 다시 절푸덕, 부두둑 설사를 했다.

며느리 앞에서 무슨 망신이냐며 안절부절 하는데 며느리가 소매를 걷어 부치고 대들어 옷을 벗기고 목욕실로 데리고가 목욕을 시키고 환자복을 가져다 입혀 주고 침대 치우고 머리 맡에 앉아 기도 그리고 찬송가 불러 주고는 하나님의 시험이라며 걱정하지 말라며 의사 선생님 말씀 대로만 하라고 위로 해주고 그 후부터는 정상적인 활동을 하였다.

아내가 반신불수라 환자분들과 가족 되시는 분들이 도와 주어 감개무량하였고 수술 일주일만에 뽕∼ 하고 가스가 크게 나와 환자분들이 다 듣고 박수 갈채를 보내주며 이제는 코에 산소 호흡기도 빼겠다며 간호사를 불러 의사 선생님께 가스 나왔다고 알려 주라고 서두르니까 총총 걸음으로 가서 김종훈 박사 외 4∼6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와 산소 호흡기를 빼 주고 수술 담을 하는데 고희도 넘고 각종 질환을 앓아 수술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대비를 많이 했는데 의외로 수월하게 끝이 났다며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육식도 하지 않고 채식을 좋아해 배를 갈으니까 깨끗하고 냄새도 안나서 젊은 사람들보다 수술이 일찍 마쳤다고 말 했다.

그리고 혹이 사방 3센치만 자라도 암으로 전이가 되어 애를 먹는데 5센치이상 자랐어도 암으로 전이가 안된것은 술, 담배 안피우고 채식을 즐겨 먹은 것으로 사료 된다며 나에게 연구 과제가 생기었다며 앞으로 일주일만 참아 달라고 말하고 나를 격려해 주었다.

(6)꿈
수술을 마치고 입원실에서 첫날 밤에 잠이 들었는데 꿈에 가래가 숨통을 조이려니 꼭꼭 막고 숨을 못 쉬게 하여 쩔쩔 매다가 간신히 가래 침을 뱉으니까 그 가래가 공교롭게도 하얀 머리의 작은 어머니였다.
이상하게 생각이 들어도 언짢은 생각은 안나고 다음날 밤에 꿈에는 아버지께서 남루한 핫바지 저고리 입고 기운이 하나도 없이 내 곁에 앉아 계시어 이게 어떻게 된 일 입니까 하고 대성통곡을 하니까 불쑥 일어나 가기에 죽을 힘을 다 쓰며 쫓아 갔더니 금방 행방불명이 되어 정처없이 찾아 헤매다가 꿈을 깨었다.

내가 4살때 서울 큰 병원에서 수술 받다가 돌아가시어 기억이 없는데 새로웠다. 3일째 되는 밤에도 꿈을 꾸었는데 어머니께서 하얀 치마 저고리 입고 옛날 살던 큰 집에서(오동 마을) 덕석을 펴 놓고 잠을 주무시고 큰 형수(박해윤)가 마당을 부엌 빗자루로 쓸고 있어서 나도 어머니 품에 안기어 자고 싶어서 젖 가슴을 파고 들어갔으나 받아 주지 않고 인정사정 없이 밀어내 뜻을 못 이루고 꿈을 깨었다.

큰 형수가 살아생전 시 부모님 비석을 못해 드리고 역수했다며 나 살아 생전에 비석을 해서 죽은 뒤에 저승에 가서 시부모님을 떳떳하게 보게 해 달라는 말을 수차하고 예수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문병만 가면 말을 했는데 그 소원을 못 들어드리고 부모님 살아 생전 효도 한번 못하고 불효막심하게만 굴어 벌을 주시나 보다 생각하고 병만 나아 퇴원하면 만사 제쳐놓고 비석을 해 드려야 하겠다고 생각이 들면서 꿈도 꾸지 않고 병세도 점점 호전되고 밥 맛도 좋고 더 먹어 몸무게도 52킬로그램에서 55킬로그램으로 늘어나고 날이면 날마다 기분이 좋고 늘 얼굴에 웃음 꽃이 피고 지금 이 순간도 행복에 겨웠다.

(7)퇴원
드디어 퇴원 수속 밟고 퇴원하라는데 걱정이 되었다. 아내가 나를 간병 못하고 오히려 내가 아내를 간병해야 할 처지라서 한달만 더 입원했다가 퇴원하고 싶어 병원 측에 문의한바 다음 환자가 예약이 되어 안된다며 퇴원하라기에 아들 충진이와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며 아내와 함께 집에 왔다.

아들과 며느리는 직장과 아이들 때문에 가야만 했고 찬 바람이 돌도 도는 집에서 늙고 병든 환자 부부가 지내기는 힘에 벅찼다.
나는 쌀 씻고 밥을 하고 설거지 하고 아내는 절뚝 절뚝하며 찬을 준비하며 별 다른 이상 없이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아 온 것은 어머니의 배려와 하나님의 은총으로 생각하고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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