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주(84, 마령면 강정리)

물 한 바가지에 엄마와 날 펑펑 울게 만든 구수한 꽁보리밥이 생각나 뒤 텃밭에 가 이것저것 푸성가리를 씻어 준비하고, 투가리에 된장을 쩌 놓고 보리쌀을 삶아 밥을 지어 양푼에 넣고, 준비 된 푸성가리, 된장을 넣어 비벼서 영강님과 함께 먹으면서 예전에 일이 떠올라 목이 매어 울고 말았다.
갑작스레 아버지를 일찍 여이고, 엄마와 난 가장이 되어 피눈물 나는 생활을 하며 살아왔던 그 시절.
철없는 네 살 동생은 "큰 누나. 나 배고프단 말이야. 빨리 밥 더 줘"하며 수저를 입에 문 체 마구 울어대든 동생.
흐르는 세월은 아팟던 추억만 남기고 안개처름 말 없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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