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로 인해 온통 아수라장이 된 밭
이순주(84, 마령면 강정리)

알탕갈탕 길러놓은 고추와 깨들. 전번 가을때는 새들의 찜질방에 뽑히고, 부러지고, 마음이 아팠는데, 학교에서 오자마자 밭에 가 둘러보니 소나기로 인해 주렁주렁 매달린 고추며 한참 꽃이 피기 시작하는 참깨며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해.
호미를 들고 우두커니 서 바라만 보았다.
난 소일거리로 심어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농사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농민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이런 재항을 이겨가며 살아가는 농민들이 오늘 따라 더 겸손하게 느끼며, 참담한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