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택겸(성수 좌포리)

역시 이분의 이름은 ‘황석영’이라고 불러야 맞는 것 같다. 왜냐면 시인 신석정을 부를 때는 ‘석정’으로 정지용은 ‘지용’으로 불러야 더 정감(情感)이 가는데 왜 이분의 이름을 ‘석영’이라고 부르면 실감이 안 날까? 이것이 혹 시(시인)와 소설(소설가)의 차이일까? 알지 못하겠다.

‘황석영’씨가 우리 진안으로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으로 ‘석영’으로 불러보니 어찌 어색하여 해본 생각이다.

근래 들어 부쩍 눈이 침침하여 책을 읽는답시고 두어 장을 읽다 한참을 눈을 감고 있다 뜨고 또 두어 장을 읽다 눈을 감고 있다 뜨고 하던 책을 그마저도 옆으로 밀어놓고 이분의 작품들을 챙겨보았다.

반갑게도 ‘장길산’도 있고 ‘바리데기’도 있고 ‘손님’도 있고 또 ‘객지’ ‘삼포가는길’도 있어 우선 ‘장길산’을 1권부터 꺼내어 다시 읽기도 하였다. 이분이 이곳에 오시어 혹 다행스러운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그분의 작품을 정독해 두는 게 예의일것 같아서다.

이분의 인생행로의 깊은 고뇌를 나 같은 山中樵夫가 어찌 짐작이나 할까마는 동시대인으로써의 그에게 경이감과 자괴감 같은 것을 노상 느끼고 살았는데 이제 갑자기 이분이 우리 곁으로 다가오신다 하니 참 알 수 없는 기쁨이 생기는 것이 이상하기도 하다.

혹 알 수 있으랴. 그분의 거처에 비슷한 또래의 유현종이, 김주영이, 안정효가, 이윤기가 또 뜻밖의 고은 등 진정 ‘산다는 것의 명인(名人)’들이 모이게 될 것을. 그래서 月下千江之酒(월하천강지주)를 마시며 梅香(매향)보다 菊香(국향)보다 더 짙은 정취를 발할지.
참으로 즐거운 상상이다. 오서 오시오. 당신을 기다립니다.

☞후기 … 여기 실명을 거론한 작가는 본인이 평소 비슷한 또래라고 좋아하는 분들이기에 무심히 생각난 데로 적은 것이고 고은시인은 수년전 이곳 진안을 방문하였을 때 상전 어느 곳의 식당에서 지인들과 한잔 술을 들다 그 술을 예찬하기를 月下千江之酒(월하천강지주)라 하였다기에 이를 원용한 글이고 ‘산다는 것의 명인들’은 전주 출신 석학 최정호 교수의 명저 ‘산다는 것은 명인들’의 제목은 통체로 훔쳐 쓴 것을 자수하는 바이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