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느티나무앙상블 떠나는 이현숙 단장

▲ 이현숙씨
이현숙씨는 아이들은 흙냄새를 맡고 자라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10년 전 진안으로 왔다. 그렇게 흙을 따라온 진안이 어느새 고향이 됐고 ‘느티나무 앙상블’을 꾸려 3년간 단장으로서 지역주민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해왔다.

이제 그녀는 바다를 따라 남해로 간다. 3년 정을 쏟은 느티나무 앙상블을 떠나야 하지만 그녀는 섭섭할지언정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남해에 가지 않았더라도 올해에는 느티나무 앙상블 단장 자리를 물려줄 예정이었어요.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하잖아요. 책임자가 한자리에 너무 오래 있으면 그 단체는 발전이 없어요. 딱 2년에서 3년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진안에 왔을 때 주민들이 문화와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가장 많이 받았다는 그녀. 문화적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수단이 바로 음악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느티나무 앙상블’을 매개체로 지역주민들이 앓는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 왔다.

“느티나무 앙상블을 통해 음악이라는 문화를 전달해왔어요. 귀로 듣는 음악이야말로 가장 친숙한 문화표현이죠. 내가 가진 음악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활동은 저에겐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자 필수였어요.”
처음, 느티나무 앙상블을 하겠노라고 했을 때 주위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했다. 이현숙씨와 잘 알고 지내던 한 지인은 “진안 정서에 맞겠어?”라며 핀잔을 놓았다고 한다.

그녀는 그 지인의 눈을 똑바로 보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소리가 그리워지도록 만들겠다.”라고 단언했고 그녀의 바람은 결국 이루어졌다. 서서히 주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며 그들의 음악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하나 둘 생겼다. 하지만, 13일을 끝으로 진안과 영원한 작별을 고한 그녀는 ‘느티나무 앙상블’을 떠나며 섭섭함 보다는 앞으로 변할 앙상블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

“전 이제 밭을 갈았다고 봐야죠. 단장 바통을 이어받는 백현숙씨가 씨를 뿌리는 역할을 해 줄 것이고요. 그 후에 꽃을 피우는 작업은 후세대가 짊어지는 숙제죠. 힘들게 여기까지 온 앙상블인데 앞으로 쭉 주민들 사랑받으면서 지역 곳곳에 음악을 배달해야 하지 않겠어요? 나 하나가 빠짐으로 해서 느티나무 앙상블의 색깔도 분명 예전과 같지는 않을 거예요. 새로운 단장을 맞이해 새로운 앙상블로 도약해야겠죠. 우리 앙상블 단원들은 분명 잘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든든하게 지켜주니 걱정 없어요.”

그녀에게 있어 진안에서 보낸 10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은 세월이 흐른다는 의미가 아닌 감사와 배움과 나눔을 깨우쳐 가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이제 그녀는 남해를 고향이라 칭한다. “줄곧 바다를 그리워했는데 드디어 바다를 따라 남해에서 살게 되었어요. 하지만, 흙을 따라온 진안에서 배운 모든 것들과 사람들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앞으로 진안에 오게 될 기회가 몇 번이나 주어질지 모르지만 꼭 다시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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