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향 사 람

▲ 김관수씨
김 관 수 씨
'전라도음식이야기' 대표
전주 한정식발전협의회 회장

마이산, 이른 새벽에 어둠이 채 걷히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어머니가 깨우는 소리에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곤 했다. 당시에 어둠을 밝혀주는 불빛은 호롱불이 유일했다. 그 주위에 둘러앉아 이른 아침밥을 먹곤 했었다.

그러나 밥을 먹어도 허기를 면할 수는 없었다. 또 끼니를 거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도 마이산과 함께했기에 행복했고,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책보를 둘러메고 집을 나서면 마이산 주위에는 산딸기, 복숭아, 오디 등 자연이 준 먹을거리가 풍족했기 때문이다.

4km. 마이산에서 진안초등학교까지 거리다. 어린아이가 걷기에는 결코, 짧은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등교하면서 허기를 달래주기에 힘든 줄 모르고 등교하곤 했다
 
추억의 소중한 공간 '마이산'
전주 덕진구 우아동에 있는 '전라도음식이야기' 한정식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관수(52)씨. 그는 진안읍 단양리 사양마을이 고향이다.

어린 시절, 지금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순간은 마이산과 함께했던 시간이다. 그만큼 마이산은 부모였고, 다정한 친구와 같았다. 또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세상에 눈을 뜬 것일까. 부모에게 의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족을 위해 새벽부터 열심히 일하는 부모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던 마음에서다.

그 배경이 되었던 시기가 한국전쟁 휴전 협정을 맺은 후여서 더욱 깨달음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요즘 아이들처럼 부모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고, 그렇다 보니 친구들과 자연에서 하루 끼니를 해결할 때도 많았다.

현대인들처럼 여유롭게 천렵 국을 끓여 먹는 것이 아닌 그 당시에는 생존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맑은 개울에서 막 잡아 올린 물고기를 냄비에 넣고, 모닥불을 피워 매운탕을 끓여 먹는 것은 일상이었다.

"아직도 기억나요. 지금처럼 가방이 없던 시절에 어깨에 책보를 둘러메고 학교에 등교했어요. 학교를 오가며 마이산 주변에 자생하는 산딸기, 오디, 복숭아를 따 먹던 일. 물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천렵 국을 끓여 먹던 기억이요. 그때 나이가 9~10살 되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 배는 곯았지만 행복했던 것 같아요."
 
전주한정식 세계화 노력
전주한정식발전협의회 김관수 회장은 큰 포부를 갖고 있다. 그 한 가지가 전주 음식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나아가 세계화하려는 노력이다.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고장으로 만들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고향 진안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정식에 사용되는 음식재료를 진안농산물을 구입해 활용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주한정식발전협의회는 전주 음식 명품관 건립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진안출신 임병찬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 이형규 전 행정부지사, 임수진 한국농촌공사장, 재전진안군향우회, 그리고 지역의 교수 등이 뒷받침 하고 있다.

"전주한정식발전협의회 발전을 위해 유관기관과 학계, 문화계, 예술계 등과 공동협의체를 구성할 것입니다. 또 하나는 진안농산물을 사용해 한정식에 사용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진안군과 전주한정식발전협의회가 자매결연을 하고 상부상조하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또 명품관을 건립해 진안의 농산물을 알리고, 고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해요."
 
전북을 대표하는 한정식

음식의 본고장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관수 대표는 처음부터 음식에 대한 지식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의 '전라도음식이야기' 한정식 전문점을 이끌어왔다.

김관수 대표는 전라북도 음식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음식 솜씨를 인정받고 있다. 또 한국음식대전에서도 장려상을 받았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김관수 대표는 음식의 고장, 맛의 고장에서 차별성을 확보해가고 있다.

"전라도 음식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싶고, 맛과 음식재료의 이야기를 담고 싶은 마음에 전라도음식이야기로 상호를 정했어요. 그리고 전라도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김관수 대표는 지금은 전주에 활동하고 있지만 고향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고향의 선후배와 알고 지내는 지인들 그리고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향우들과 함께 모여 민속촌을 만들어 생활하고 싶은 소망을 밝혔다.

민속촌을 만들어 예절과 인성교육 등 교육장소로 활용하고,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만남의 장소로 구상중이다. 지금은 머릿속 생각에 그치고 있지만 현실로 이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옛 청학동을 재연하고 싶은 마음에서 추진하려 합니다. 그래서 아이에서 노인까지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함께한다는 느낌, 나눔의 시간을 간직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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