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하광호 독자위원, 진안문인협회 회원

'오! '나이스 샷(Nice Shot)' '굿 샷(Good Shot)' 탄성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어느 날 우연히 테니스 운동을 잘하는 선배 따라 퇴근 후 테니스코트에 갔는데 회원들 운동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그때 그 모습을 보고 진안 테니스클럽에 가입하였다. 테니스를 하면 할수록 보약을 먹는 것처럼 생활에 활력이 넘쳤다. 
벌써 20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다. 테니스를 처음 시작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나이스 샷 Nice Shot. 굿 샷 Good Shot이라는 사전적 의미로는 둘 다 '잘 맞혔다!', '좋은 공이다!'라는 뜻이다. 즉, '굿 샷'은 공이 원하는 목적대로 들어갔을 때 쓰는 말이고 '나이스 샷'은 평소 실력보다 더 잘 쳤을 때 쓰는 말이다. 하지만 선수끼리나 관전자들이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성격이 강하다. 또한 선수들끼리 공을 넘기다가 실수하여 다른 곳으로 갈 때는 '마이 미스'하며 손을 들어 인사도 한다. 그리고 강한 스매싱으로 득점하고도 으스대지 않고 고개를 숙여 묵례한다. 이런 모습들이 나의 눈에는 예의 바르고 환상적인 운동으로 보였다. 단식보다는 복식을 즐겼다. 같은 파트너와 호흡을 맞춰가며 서로 이해하며 잘못할 땐 서로 격려하며 라켓을 부딪쳤다.

진안테니스클럽에서 선두 활동하셨던 원종관, 최귀대 대선배님의 공치는 모습은 최고였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큰형님 격인 안형, 정종열, 최화중 고향 선배 사랑으로 배웠다. '예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운동이다'라며 처음엔 공이 밖으로 나갈 때면 손수 공을 주어오는 볼 보이부터 시켰다. 연습 코트에서 자세가 중요하다며 부분 연습만 많이 하라 독려했다. 선배를 배려하는 마음, 심판 보는 연습과 득점했을 때 부르는 이름도 하나하나도 익혀갔다. 처음에는 코트에 들어서지도 못하게 해서 그때는 왜 이렇게 엄하게 대했는지 섭섭했는데, 이제야 늦게야 그것을 깨달았다.
진안은 전북 도내에서 비교적 테니스가 일찍 도입되었다. 퇴근 후나 주말이면 회원과 팀을 구성하여 즐겼다. 그로 인해서 도내 각종 테니스 대회가 있으면 항상 선두 그룹에 속했다. 지금도 진안테니스가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 당시 우리 군의 테니스코트 현황이 떠올랐다. 테니스코트는 군청, 경찰서, 천주교, 한전, 세무서, 중앙초등학교, 공설운동장 코트가 있었다. 하지만 경찰서 코트는 2면으로 주변에 소나무가 잘 조성되어 좋은 코트였는데 건물이 들어서며 없어졌다. 군청 코트도 후 청사 신축으로 없어져 대신 공설운동장에 2면을 만들었다. 천주교 코트는 진안클럽에서 관리하며 사용하다가 해제되었다. 한전, 세무서, 중앙초등학교도 다른 목적으로 사용과 활용 부족으로 코트를 없어졌다. 공설운동장 코트도 청소년수련관이 들어서고 공설운동장 동쪽에 있는 코트는 주차장으로 사용하다가 현재 국궁원으로 편입 사용되고 있다. 그 뒤 우여곡절 끝에 군에서 군민을 위해 전통 문화전수관 앞에 4면의 코트에 실내 코트를 만들어 현재 사용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주변에 야외코트를 6면은 더 확보하여야 각종 대회를 활발하게 유치할 수 있다. 현재는 장수, 임실 코트를 빌려 대회를 하니 주최 측이나 선수가 대회 참여하여 경기 하는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테니스는 라켓으로 공을 쳐서 상대방의 코트로 넘기는 경기다. 초기에는 귀족 스포츠로 여겼으나 경기방식이 간단하고 용구도 많지 않아 오늘에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 스포츠가 되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많고 지친 일상에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어서 테니스는 매력적인 운동이다. 지금까지 나에게도 건강에 일조했으니 당연하다.
오래전의 일이다. 전라북도테니스협회장배 시합에 출전하기로 했다. 선수는 5 복이다. 후보 2명에 12명이다. 사전 파트너를 정해 연습도 많이 했다. 임실에서 시합하여 16강에 올라간 뒤 순창으로 옮겨 그곳에서 시합했다. 단체전 경기이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나는 2번째 경기에 임했는데 응원석에서는 응원의 함성이 귓가를 울렸다. 심적으로 중압감과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정신적 고통도 따랐다. 경기 중 다리가 쥐가 나 경기를 잠시 중단하기도 했다. 또다시 재개하여 결국에는 이기고, 8강에 오르고 4강까지 올라갔던 기억이다.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지금도 가끔은 그 기억이 나곤 한다.

나는 그 당시 평소에 기회 있을 때마다 천주교 코트, 진안군청 코트나 경찰서 코트에서 운동했다. 아내가 직장에 다니는 때라 휴일에도 나는 아이들을 돌봐야 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월례대회 때는 큰애를 테니스코트 한쪽에 앉혀놓고 운동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웃지 못할 풍경이었다. 언젠가 아들이 혼자 놀다가 넘어졌다. 손과 무릎이 다쳤다. 저녁에 약을 발라주었다. 아내는 애를 어떻게 보았으면 저렇게 되었냐고 호랑이가 되었다. 그럴 때마다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회 생활하면서도 가정에서도 테니스는 나의 건강 생활에 보답했다. 우리는 대부분 일상의 만남 첫 인사가 건강이다. 엊그제 산림 아카데미 동창 모임에 나갔더니 사업하는 김 사장 이야기가 회자 되었다. 삼 일 전에 대화하고 건강 관련 물품을 보내주었는데 별세했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듣고 지난밤 인생의 허무함에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엊그제 통화했는데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아무리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지만 나이가 들어가니 첫째도 건강, 둘째도, 셋째도 건강이지 싶다.

요즘 얼마 전부터는 오른쪽 무릎이 시큰하다, 관련 병원에서 확인해보니 연골이 많이 달았다고 한다. 하긴 오랜 세월 사용했으니 당연지사다. 치료 중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고다. 
나는 지금도 테니스를 좋아한다. 테니스를 생각하면 힘이 난다. 그동안 어깨를 펴고 가끔 테니스코트에서 운동했다. 운동 후에 친구들과 맥주 한잔으로 삶을 보듬는다. 친구들과 허심 탄하게 대화할 수 있게 해준 테니스는 유일한 나의 친구이다. 
테니스는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테니스에서는 0점 포인트를 '러브love'라고 말한다. 이는 '테니스를 하다가 득점에는 실패할지라도 이 운동에 대한 사랑으로 경기에 임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엊그제 밖은 눈이 오는데 실내 코트에 모여 이순 클럽 월례대회를 했다. 이순을 훨씬 넘긴 40여 명 회원이 몸동작은 40대를 보는 것 같다. 눈은 많이 왔지만, 실내에서 테니스 운동 하는 모습은 가히 일품이다. 아울러 올해 진안군테니스협회 주관으로 출전한 전라북도 테니스대회에서 당당히 우승하였다. 이는 운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준 진안 군정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테니스 운동은 절대 자만심에 빠지지 않고 나에게 늘 겸손을 가르친다. 자만심에 우쭐거리면 본인 스스로 치열하게 되고 심한 경우 자신감마저 상실하게 된다. 내 마음에 고독을 치유해 주고 손잡아주는 테니스다. 오늘 새벽에도 회원들과 함께 야외테니스코트에 내린 눈을 치우고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날리니 보약 한 첩 먹은 것처럼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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