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잡동사니의 사전적 뜻은 "잡다한 것이 한데 뒤섞인 것. 또는 그런 물건"이다.
더 부연하자면 당장 쓸 곳은 없는데 내버리기는 아까운 물건을 말함이다.

예컨대 벽장에 장난감이 있는데 그것을 가지고 놀 어린애가 있다면 그건 장난감이지 잡동사니는 아니지만 어린애가 없다면 잡동사니가 된다.

그러나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아직 물건의 가치가 남아있어 이웃이나 친척에게 어린애가 있다면 선물하고도 싶고 또는 앞으로 손주가 생길 경우에 필요하지 않을까싶어 남겨두는 것이다.

잡동사니의 어원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안정복(安鼎福 : 1712~91)이 편찬한 백과사전적인 책 잡동산이(雜同散異)에서 왔다고 한다.

이 책은 53책이나 되는 방대한 양인데 내용은 유교의 경전에서부터 온갖 잡설(雜說), 패설(稗說)을 다 모아 수록하여 그야말로 잡동사니의 원조라 할만한 책이다.

잡동사니는 생활부산물이라 할 수 있다.
다채로운 삶을 살았거나 또는 여러 취미를 가졌던 사람은 집안에 잡동사니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잡동사니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잘 정돈된 집안에 들어가면 그 주인의 삶이 어쩐지 무미건조한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이 꼭 필요한 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생각만 하며 사는 것도 아니다. 레저, 취미생활 등 자신이나 가족의 의식주 해결이나 개선에는 직접은 불필요한 모든 행동은 잡동사니적 행위라 할 수 있다.

어쩌면 단순히 삶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란 측면에서는 사람들의 문화, 예술활동 등은 잡동사니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다른 동물들은 그런 무익한(?) 행동은 결코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진안신문> 지면에 '지방자치를 위한' 칼럼을 쓰다가 쉰지 두 해가 다 되어가는 때에 다시 이 '잡동사니'라는 칼럼으로 독자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내용은 제목에서 시사하는 대로 그야말로 온갖 잡동사니를 다 취급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주로 문화지향적 칼럼을 쓰고자 한다.

필자로서는 글쓰기가 즐겁기는커녕 고통스러운 작업이지만 유익한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게으름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정기간행물의 원고는 게으름을 피울 여지가 없어 밀려서라도 무언가 삶의 궤적을 남기게 되니 그것이 보람이라면 보람이 된다.

또한 글쓰는 작업이란 불특정다수 독자와의 단방향 대화이다. 허튼소리를 쓸 수는 없으니 지식정보를 더 검색하게 되고, 생각도 정리해보고, 문장도 다듬어진다. 그 자체가 큰 공부가 되니 고마운 마음으로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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