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전통있는 마을 어귀에는 보통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이 나무를 일러 정자나무라 한다. 나무가 크면 그늘이 넓어 마치 정자처럼 쉴 수가 있다는 뜻에서 정자나무라 불린 것이다.

한편 정자나무와는 달리 마을 주변(특히 마을앞)에는 일부러 조성한 숲들이 있다. 일러 「마을숲」이라 한다.

풍수적으로 허(虛)하거나 흉한 곳을 비보(裨補)하거나 차단하기 위하여, 또는 마을이 행인에게 뻔히 노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또는 방풍림, 방재림, 경승림 등의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조성한 것이다.

우리 진안은 다른 곳에 비하여 이런 마을숲이 잘 보존되어 있어 문화적 자산으로 자긍심을 가질 만도 하다.
특히 정천면 월평리 하초마을숲은 9,000㎡ 넓이에 느티나무 등속 200여 그루의 숲이 조성되어 있어, 진안읍 반월리 원반월, 가림리 은천마을숲과 더불어 그 규모가 크고 보존상태가 매우 좋다.

이에 문화재청에서는 하초마을숲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요량으로 공고까지 마친 상태라 하니 만일 지정만 된다면 마을의 자랑은 물론, 우리 고장의 자랑이 될 것이다.
그런데 마을 주민들이 천연기념물 지정을 반대한다는 해괴한 소리가 들린다.

무엇 때문일까? 불감청(不敢請)이언들 고소원(固所願)이랬는데 마을 주민들이 앞장서 천연기념물 지정을 서둘러야 할 판에 오히려 반대라니 영문을 모를 일이다.

혹시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라 주변 토지의 이용에 제한이 따르지 않을까, 또는 개발이 제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반대를 한다면 이는 오해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는 경우 주변에 나무의 생육을 저해할 분진, 가스, 유독물질 배출시설은 들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작, 영농시설 등의 행위는 제한이 없다.
혹시 공해유발업체라도 유치하여 돈 좀 만져보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편 개발이 제한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이다. 온 국토가 난개발되어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는 지금 청정자연은 오히려 경쟁력이다.
굳이 경쟁력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다. 삶의 질에서 돈이 우선인가, 환경이 우선인가?

하초의 마을숲은 주민들의 조상이 마을의 안녕을 위해서 조성한 것이다. 마을숲은 풍수 등 속신(俗信)이 아니라도 환경, 정서, 건강 등 여러 면에서 주민들에게 많은 편익을 가져다준다. 다른 마을들도 토지 등 여건만 허락한다면 모두 마을숲을 가꾸려 할 것이다.

만일 하초마을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만 된다면 그 보존비용은 정부가 댄다. 주변환경은 더욱 깨끗이 정비될 것이다. 하초마을은 보다 살기 좋은 청정마을이 될 것이다. 나아가 진안군은 국내 유일무이의 천연기념물 마을숲을 가진 자랑스러운 고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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