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향 사 람

▲ 이환선씨
이 환 선 씨
부귀면 수항리 출신
기아자동차 대전써비스센터 관리주임
(사)한국연예인협회 가수분과 회원
가수 지중해

오늘도 역시 아버지께 점심을 대접하려고 시간을 비웠다. 이날의 특별 메뉴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송어회'로 정했다. 아버지가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자주 내려오지 못 하는 게 죄송스러울 뿐이다.
현재 대전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환선(56)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거의 매주 아버지를 뵈러 고향을 찾는다. 오랜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지만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아버지 이정열(81)씨와 있는 짧은 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
 
잊혀서 더 소중한 기억
이환선씨는 현재는 폐교된 수항국민학교(4회)를 졸업했다. 초등학교를 입학했을 때, 그의 나이는 6살이었다. 동창생들과는 적게는 한두 살, 많게는 5~6살 정도의 차이가 나는 형, 누나들과 함께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너무 이른 나이에 학교에 입학해서 초등학교의 기억은 희미하다고 말한다.

"지금 동창들을 보면 할아버지가 된 친구들이 많아요. 어렸을 땐 멋모르고 지냈지만 지금 만나면 나이 차이가 나서 어려울 때도 있어요."

그래도 동창들을 만나면 즐겁다는 그는 며칠 있으면 서울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친구의 전시회 참석 겸 동창모임을 갖는다고 한다. 비록 나이차이가 나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 동창들과의 만남은 소중한 모양이다.

이환선씨의 초등학교의 기억은 잊혀서 더 소중하다면 중학생 시절은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기억들이 그의 추억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다. 부귀에서 진안중학교(17회)로 입학한 그는 친구와 함께 군상리 웃샛골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했다.

자취생활을 시작하면서 아버지는 일주일분량의 쌀과 땔감을, 어머니는 주전자에 밑반찬을 담아 오셨다. 그렇게 자취생활을 하면서 보낸 중학교 생활에서 그가 잊지 않는 것은 지겹도록 간 마이산으로의 소풍과 베토벤 같았던 미술선생님에 대한 기억이다.

"그때 미술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셔서 '이환선'하고 부르시면 저는 '성불사의 밤' 이란 노래를 불렀어요. 그래야 수업이 진행되곤 했었죠."
대부분 잊힌 기억인 줄 알고 살아왔지만 짧았던 학창시절의 기억의 편린들이 떠올라 그는 새삼 행복감에 젖는다.
 
젊음의 열정으로
1968년. 중학교를 졸업한 이환선씨는 형편상 학업을 중단하고 이듬해에 아무런 연고도 없었던 대전에 정착하게 된다. 당장에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시급했던 그가 찾아간 곳은 자동차 정비 공사였다. 그렇게 기술을 익히며 열심히 살았던 이환선씨.

그는 그때의 노력을 바탕으로 현재 기아자동차 대전써비스센터 관리주임으로 일하고 있다. 한 가지 일에 매진하며 살아온 동안 이환선씨의 가장 아쉬움은 도중에 중단한 학업이었다.

그래서 40대 후반에 야간 고등학교에 입학, 2002년도에 한밭대학교 일본어과에 입학했다.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지난 7년의 시간동안 남들보다 늦은 만큼 참 열심히 공부하며 열정적으로 살아온 것이다.

"제 이름은 지중해입니다"
가수 지중해. 이환선씨의 또 다른 이름이다. 어렸을 때부터 장기자랑의 단골손님이며 '성불사의 밤'을 불렀던 소년은 정식 음반까지 낸 가수 지중해로 이환선과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대학교 졸업 선물로 부인에게 음반을 받게 된 그의 타이틀곡은 '여보 정말 미안해'다. 그동안 어려움을 함께 해 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노래이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점심시간이나 주말에 효도회나 행사에 참석해 흥겨운 노래를 선물하는 이환선씨. 그는 연락이 오면 고향에 있는 행사에도 한걸음에 달려온다. 가수로 활동하면서 꿈을 키웠던 진안에서 고향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제 앞으로 정년이 2년 남은 그는 퇴직 후 노래강사를 하려고 준비 중이다.
"지금 한밭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노래교실에 다니며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있어요. 자격증을 따서 강사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연륜을 쌓고 다져서 남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강사가 되고 싶다는 그. 정비기술로 대전에서 알아주는 이환선. 노래로 행복을 전달하는 가수 지중해. 어느 이름으로 불리던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그 삶에 후회하지 않는 그는 모두 같은 사람인 것이다.  <연락처 018-416-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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