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며칠 전 위성TV의 어느 과학교양채널을 보다가 너무 잔혹한 사실에 놀란 일이 있었다.
파푸아 뉴기니의 서쪽 지방에서 살고 있는 한 소수 종족은 1970년까지 식인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한다.
식인이라고 해야 남의 종족을 사냥해서 먹는 게 아니라 동족이 죽으면 그들을 가져다 삶아 먹는 식이었다.

 죽은 사람을 먹는 것은 대부분 여자들과 어린이들이었는데 단순히 영양보충을 위한 행위였다고 한다. 성인남자들은 짐승사냥을 해도 고기를 그들끼리 나눠먹어 버렸으므로 여자들은 고기를 먹을 기회가 없어 그런 습관이 들었다고 하니 문명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그건 그렇다하고 이 종족에게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괴질이 발생한다. 여자들에게만 발생하는 이 병은 발병하면 온 몸의 근육이 마비되고 마치 히죽이 웃는 표정을 하면서 흔들흔들 걷다가 필경에는 죽어버리는 무서운 병이었다. 웃는 듯 한 표정을 짓는 것은 안면근육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원주민 언어로 히죽히죽 웃는다는 뜻인 「쿠루쿠루」로 명명된 이 병은 당시 이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선교사들에 의하여 촬영되고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관심을 가진 세계 의학계는 광범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했으나 발병경로나 병원균, 독성물질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다만 발병층이 모두 1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여자라는 사실과 그들이 공통적으로 예전에 인육을 먹은 사실이 있다는 점만 알아냈을 뿐이었다. 이런 사실을 토대로 의학계는 다음과 같은 추론을 이끌어냈다.

"쿠루쿠루병은 상습적으로 인육을 먹은 결과 인간의 뇌세포에 이상을 가져온 결과다. 이 병의 잠복기는 5년에서 50년까지다."
이 프로가 방영된 이유는 지금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광우병'에 대한 경고 메시지였을 것이다.

광우병은 인간의 탐욕스런 두뇌가 만들어낸 작품이다. 1980년대 초부터 영국은 젖소의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양과 소의 내장, 뼈 등 축산부산물을 소의 사료 원료로 사용했다.

이후 1986년에 광우병 발생이 알려진 후 영국정부는 1996년에 가서야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으면 사람도 비슷한 병에 걸릴 수 있다고 발표했고 또 광우병에 감염된 사람이 속출하여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에서도 채산성을 높이고 소의 육질을 좋게(부드럽게)하려고 미국에서는 먹지 않는 내장, 뼈 등을 가공하여 소에게 먹인지 오래된다. 따라서 광우병에 대한 우려와 의심도 해소되지 않아 관련국들이 쇠고기의 무역에 관해서만은 여러 가지 까다로운 제한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보도된 대로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소는 되새김질 위를 따로 가지고 있을 만큼 대표적인 초식동물인데, 돈을 더 벌기 위하여 초식동물을 육식동물로 개조하려 한 인간의 업보가 광우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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