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돈의 한자어는 화폐(貨幣)다. 예전에는 조개(貝) 껍질을 돈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돈이나 재산에 관련된 글자는 대부분 패(貝)가 들어간다. (財,貨,賣,買 등)

폐(幣)는 비단이나 피륙을 뜻하는데 역시 예전에 피륙을 돈 대신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종이돈을 지폐(紙幣)라 한다.

돈을 뜻하는 한자는 전(錢)인데 얇은(?) 쇠(金), 즉 엽전을 뜻한다.
우리나라 돈의 단위는 '원'이다. 그런데 1962년 통화개혁 이전에는 '?'이었다. 모두 둥글다는 뜻이다. 예전의 통화는 엽전이었으므로 엽전모양을 본뜬 단위다.

한편 중국에서는 돈을 인민폐(人民幣)라 하고 단위는 위안(元)이라 하는데 간자화 차원에서 圓과 음이 같은 元을 차용한 것이다. 대만에서는 신대만달러라는 뜻으로 신대폐(新臺幣)라 하며 '달러'를 쓴다. 한편 일본은 '엔(円)'이라 한다. 円은 圓의 약자이다.

미국은 물론 달러(dollar)이며 기호로는 $로 쓴다. 이 기호가 한자의 弗과 유사하여 달러를 '불'이라고도 한다. 명칭이야 어떻든 돈의 위력은 대단하다. 오죽하면 "돈이면 처녀 불알도 산다"는 속담이 생겨났을까.

그래서인가 사람들은 너나없이 돈에 올인하는 것 같다. 그러면 돈이 있으면 인생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하면, 부자들도 걱정도 많고 자살도 선택하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실 가난한 사람들이 근심은 더 적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할지 몰라도 "가난한 사람 걱정은 결국 돈 한 가지 없다는 걱정이다."라는 속담을 봐도 가난한 사람 걱정은 돈 없는 걱정 하나 뿐이지만 부자들의 걱정은 돈을 더 벌 걱정, 돈을 지킬 걱정, 세금을 아낄 걱정, 걱정이 하나둘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데에는 돈이 한 몫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데 돈이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은 아니다. 무소유를 화두로 정진하는 수행자가 돈에 환장이 된 인간들보다 훨씬 숭고해 보인다.

돈은 사람을 치사하게도 만든다. 돈만 아니면 사람들은 보다 정직해지고 할 말도 하며 살게 될 것이다.
중국 진(晉)나라 때 왕연이라는 사람은 돈을 치사하게 여겨 돈이란 말을 입에 담지 않고 돈을 칭할 때는 아도물(阿堵物)이라 했다 한다. 아도물이란 '이것'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래도 대다수 사람들은 돈을 좋아한다.
사실 돈을 좋아하는 것은 나무랄 수 없다. 돈이 있으면 생활이 훨씬 편리하다. 근검 저축해서 일군 재산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등의 방법으로 번 돈은 결국 (남의 몫을 가로챈 셈이므로) 장물(臟物)에 해당한다.

급기야 국민들은 돈을 더 벌게 해주겠다는 사람을 갖은 도덕적 하자가 있음을 알면서도 대통령으로 뽑아주기에 이르렀다.

참으로 치사하다. 어느 소설가의 지적처럼 "돈만 벌어다 주면 배우자가 간통을 하건 범죄를 하건 상관없다"는 논리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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