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군사 지휘관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현명하고도 부지런한 타입,
둘째는 현명하지만 게으른 타입,
셋째는 어리석지만 부지런한 타입,
넷째는 어리석으면서 게으른 타입이라고 한다.

이중에서 넷째 어리석으면서 게으른 타입은 승진할 가망이 없으니까, 즉 영향력이 없을 그룹이니까 아예 배제하기로 하고 남은 세 그룹만 논한다면, 두 번째 현명하지만 게으른 타입이 지휘관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한다.

이 경우 게으르므로 부하들에게 일할 기회를 줄뿐 아니라 현명하므로 부하들의 진언과 조언에 대하여 올바른 판단을 내려 조직이 불안해질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첫 번째 현명하고도 부지런한 타입이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은 발견하기도 어렵고, 또 그런 사람 아래서는 부하들이 전혀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서 문제가 된단다. 그런데 세 번째 어리석지만 부지런한 타입이 지휘관으로는 가장 최악의 경우라고 한다.

도대체 철학과 균형 감각은 없지만 특유의 부지런함과 끈기로 치열히 노력하여 운 좋게 승승장구하여 만일 지휘관이 된다면 도무지 대책이 없다는 거다. 자신의 성공이 오로지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고 맹신하고 매사에 독선적일 뿐만 아니라, 참모들의 조언도 무시한 채 조직의 사활에 관한 문제라도 함부로 독단적 결정을 내려 휘하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한국전쟁당시 김 아무개 장군이 어느 사단장이었을 때 현대전의 전술을 무시하고 마치 19세기의 기병전술처럼 "사단, 돌격 앞으로!"라는 명령을 내려 그 사단을 괴멸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지금 정부출범 100일 남짓해서 대통령의 리더십이 도마에 올랐다. 우리의 대통령은 위의 어느 타입일까?
대통령의 부지런함은 정평이 나 있으니까 아마 현명하고도 부지런한 타입이거나 아니면 어리석지만 부지런한 타입 둘 중 하나일거다.

아무리 민심이 등을 돌려도 오로지 "내 탓"하며 부하들을 감싸는 걸 보면 전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처럼 문제 많은 참모들을 반대를 무릅쓰고 고집스레 인선한 것을 보면 후자 같기도 하다. 어쨌든 대통령의 판단에 따른 이해득실은 일개 일선 지휘관의 경우에 비할 바가 아니다.

혹시 대통령이 전 국민을 상대로 "돌격 앞으로!" 했다가 만일 잘못이라도 되는 날이면 나라는 거덜이 난다. 이는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이미 증명이 된 사실이다.
굳이 동서고금의 역사를 들먹일 필요도 없겠다.

쇠고기 졸속협상, 무모한 교육정책, 시대에 맞지 않는 경제정책, 타당성 없는 한반도 대운하 추진을 포함한 전반적인 국정의 난맥상이 취임 100일밖에 안된 정부에 심각한 민심이반이 일어나고 있다. 이어지는 촛불시위는 물론 이번 6.4 재보선에서 여당의 참패 사례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정책의 실수와 실책은 고쳐질 수 있지만 몸에 배인 리더십은 고치기 힘들다. 진정 국민이 우려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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