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사가 딱 내 얘기여
노래가사가 딱 내 얘기여
  • 박채량 기자
  • 승인 2008.06.09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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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보금자리에서 부르는 신나는 노래

▲ 주공1차 아파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튼 수몰지역 주민들은 매주 월요일 노래부르는 시간만은 항상 즐겁다.
수몰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주공1차 아파트도 여느 사람 사는 곳과 다르지 않다.
이른 오후, 몇몇 꼬마아이들이 뛰놀고 있을 뿐 한산하기 그지없는 낮 시간이 계속됐다.
그러던 중, 적막을 깨고 신나는 노래방 소리가 아파트 단지 내에 울려 퍼졌다.

좀처럼 듣기 힘든 할머니들의 호탕한 웃음소리, 가슴 속 답답함을 날려버리는 듯 마이크 노랫소리가 근처 주민들마저 흥겹게 만든다.

소리를 쫓아간 곳은 주공1차 관리사무실 내의 경로당이다.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그 어느 때보다 신나는 모습으로 노래열창에 한창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주공 할머니들은 화요일, 목요일만 기다리신답니다. 이곳에서 요가도 가르쳐 드리고, 노래도 가르쳐 드리고…. 이날만큼은 하루 종일 웃어도 힘들지 않으시데요."

할머니들의 노래를 가르쳐 주고 있던 주채연 강사는 할머니들의 흥을 조금이라도 돋우기 위해 노래방기계를 대신하는 노트북을 가져온다.

할머니들은 노트북의 전원이 켜지는 순간, 세상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노래방에 온 기분이다.
이날 주 강사는'웃고 살자(노래 송미나)'라는 곡으로 노래와 함께 율동을 가르쳤다.

'영화 같은 한 세상이 돌고 돌아 눈물인데 포창마차 구석자리 소주 한잔 앞에 놓고, 울지 말고 웃고 살자. 웃으며 살아보자.'

할머니들은 저마다 지나간 세상살이의 추억, 잊을 수 없는 수몰의 아픔들을 떠올리며 조그맣던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꼭 내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놓은 것 같아요. 가사가 입에 착착 달라붙는구먼."

열심히 노래방 기계소리에 맞춰 노래를 부르던 할머니들은 모두 입을 모아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목청껏 부르는 노래에 맞춰 열심히 율동을 하는 할머니들, 힘들 만도 한데 할머니들은 입가의 호를 놓지 않았다.

"내 집 잃고 아파트에 살면서 얼마나 심심했던지…. 동네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고작이었는데 이렇게 젊은 강사가 노래도 가르쳐 주고 춤도 가르쳐주고 요가도 가르쳐주니 좋지요."

잃어버린 고향의 아픔을 짓누르며 수몰의 참담함을 애써 외면하는 우리 할머니들이, 주공아파트의 조그만 경로당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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