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새진안포럼 이규홍

내가 독해력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신문에 난 송군수의 변명(이건 분명히 변명이다. 그것도 아주 구차한)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좀처럼 이해가 가질 않는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농정정책을 지지합니다.' 라는 제목의 연서 내용에 서명을 해 놓고는 '단 FTA 비준 및 쇠고기 수입 반대' 라는 내용을 첨부해 서명했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해괴한 논리인지 알 수가 없다. 송영선이라는 개인과 정운천이라는 개인이 사적으로 주고받은 편지라고 해도 어디다 내놓기 민망한 내용일 텐데 미안하지만 한 사람은 대한민국의 농림, 수산업과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주무부처의 장관이고, 한 사람은 군의 살림을 도맡고 있는 지방정부의 수장이다. 그것도 공문의 형식을 갖춘 문서에다 이런 말장난을 한 것이다.

약국의 약사가 사람들에게 세 가지 약을 주는데 두 가지는 먹어서 몸에 이로운 약이고 한 가지는 먹으면 죽을지도 모르는 독약을 준다고 하자. 약사가 지어주는 약의 삼분의 이가 몸에 이로운 약이니 손님들은 그를 약사님이라고 부르며 계속 그 약국을 이용해야 하는 건가?
송군수는 진안신문과의 대담에서 자신은 소신과 고집으로 살아온 사람임을 자부했다. 과연 그 말은 맞는 말 같다. 어지간한 소신과 고집이 아니고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배짱이 나올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지금도 나는 쇠고기 협상을 반대한다. FTA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운천 장관이 하고 있는 유통회사나 아니면 뉴타운 건설은 찬성한다. 그리고 내가 민주당 중앙위원이다. 중앙위원인데 한나라당에서 정책을 가지고 가는 것을 내가 누구보다도 앞장서 반대할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여야 당파를 초월해서 농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정책이라면 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만을 지지했다.” / 송영선 군수의 변

송군수의 주장대로 되려면 정운천이 두 사람이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며 굴욕적인 쇠고기협상을 주도, 또는 묵인한 정운천과, 그런 엄혹한 현실 속에서도 농촌과 농업을 사수하고 농민을 잘 살게 하려고 몸부림치는 정운천. 극과 극을 내 달리는 정운천은 정말 바쁘겠다.
살인죄가 됐건, 사기죄가 됐건 멀쩡한 사람이 범죄자가 되어 감옥을 가는 경우에 우리는 그 사람의 인생전부를 심판해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건 아니다. 범죄의 성립요건을 갖춘 한 가지 죄만 가지고도 형을 살게 하거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것이다. 정운천장관의 열 가지 정책이 송군수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손 치더라도 그가 저지른 한 가지, 광우병이 의심되는 쇠고기를 국민에게 먹이려고 한 그 사실만으로도 국민은 분노하며 그 죄를 물을 수 있는 것이다. 고작해야 스스로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그치고 말겠지만.

야 3당에서 정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해임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정책을 펴는 사람의 의중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기조가 달라지는 것이다. 정 장관이 펴고 있는 그 정책을 지지한다는 거다. 따라서 해임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 장관이 해임되면 농촌을 살리겠다는 기조가 틀어지기 때문이다. / 송영선 군수의 변

이 말에서도 심한 논리의 오류와 비약을 볼 수 있다. 송군수는 정장관의 의중이 어디에 있다고 본 것인지 모르겠다. 정운천장관의 정책 중에는 진심으로 농촌과 농업의 미래를 걱정하고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분명하게 신자유주의를 옹호하고 농업에서의 국제적 경쟁력을 강조하며 FTA로 인해 한국농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개방찬성론자임도 사실이다. 송군수의 말마따나 그런 의중에서 정책의 기조가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 정장관의 정책과 철학을 지지한다면 그럼 송영선 군수는 신자유주의를 지지하고 당연히 FTA를 지지한다는 말인데 생뚱맞게 FTA를 반대하고 한미FTA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쇠고기 협상을 반대한다고 밑줄에 써 넣은 건 또 무슨 논리인가? 쇠고기 수입과 장관경질문제는 별개라고? 말이 너무 어렵다. 도대체 어떻게 앞뒤를 맞춰서 이해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살펴본 바로 정씨는 그런 소신을 밀고 나갈 힘이 없다. 이명박씨의 충실한 심복(개라고 하려다...)노릇 말고는 한 일이 없다. 애초에 그럴 능력도 의사도 없는 사람일뿐이다.

농림부장관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청와대와 외교통상부가 한 것인데 장관 한 사람을 해임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 송영선 군수의 변

송군수는 또 쇠고기협상의 책임이 전적으로 정장관에게 있지는 않다고 친절한 해명도 해주고 있다. 맞다. 쇠고기협상을 주도한 세력은 외교통상부와 안보관련 부처라고 한다. 그러나 정운천장관은 쇠고기 관련 국회청문회에서 “정부청사 구내식당에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꼬리곰탕을 1년 내내 올릴 용의가 있다”고 망발을 하거나 서울대 농생대 특강에선 미국산 쇠고기 우려에 대해 “부안 인근에 원자력 발전소는 들어섰지만 방폐장이 들어설 수 없었던 것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선동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등,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대해 염려하는 국민들을 날조된 유언비어에나 놀아나는 한심한 축들로 취급하고 그것도 모자라 끊임없는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했다. 최근에는 진안신문에도 보도됐듯 초중고학생들을 상대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변하는 인쇄물을 돌리려다 미수에 그친 일도 있다. 이렇듯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정운천은 막중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농림부장관 혼자 독박 쓰는 게 그리 안타까우면 관련부처 장관과 책임자 모두를 갈아치우면 될 일이다. 마침 나라를 죽 쑨 국무위원들께서 일괄 사퇴하신다고 하니 잘됐다. 우리나라에 장관할 사람 많다. 국민들은 지금 대통령도 갈아치우라고 한 달이 넘게 거리에서 외치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진안의 4개 농민단체가 진안군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건 아니다. 농민단체가, 아니 그 대표들이 이해를 했으니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그건 참 기가 막히는 오해시다. 누가 농민단체장들에게 군민의 대표권을 부여했는가. 진안군 농민회장이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 군수가 농민단체들과 상의를 해 달라고 했다는데 좋은 말이다. 그러나 이런 중차대한 사건 앞에 입 닫고 있는 농민단체들을 보면 상의해 봐야 별 뾰족한 수가 나올 것 같지가 않다. 송군수는 진안신문과의 대담에서 농민단체장들이 군말 없이 이해를 했다고 하는데 이 말은 분명한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 만일 농민회의 본의를 송군수가 자의적으로 해석한 거라면 이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될 것이다. 농민단체들의 향후 행보를 지켜볼 일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송군수가 상황을 인식하는 방식이 이명박씨와 너무도 닮았다는 점이다.
주민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고, 결국에 농민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 중에 일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여론화시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보고 있다. / 송영선 군수의 변

어쩌면 말투까지 이리도 닮았는지. 농민회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 중 일부라는 건 무슨 의도에서 나온 말인가. 언필칭 좌파, 불순세력의 선동을 말하는 건가? 미안하지만 나는 농민회원이긴 하지만 그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이번 45곳 자치단체장들의 물색없는 짓을 비판하는 국민들 중 농민회원 아닌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쯤은 알아두시길 바란다.

전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씨는(나는 이 사람을 이미 대통령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소신과 신념으로 개도 안 물어갈 정책들을 미친 듯이 밀고 나가고 있다. 나라를 통째로 갖다 바치려는 한미FTA와 맥도날드만도 못한 쇠고기 협상이 그 하나요, 온 국토를 망칠 한반도 대운하가 그 하나요, 없는 사람은 몸이 아파도 치료조차 받지 못하게 될 의료민영화가 그 하나요, 아이들을 경쟁의 전쟁터로 몰고 가는 교육자율화가 그 하나요, 순서에도 들지 못할 친기업 정책들, 공기업, 수돗물민영화 등등등……. 그 결과가 어떨 것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부디 송군수는 이명박을 반면교사삼아 농업과 농촌을 살리고 진안을 살만한 고장으로 만들 철학이 담긴 정책으로 군민의 뜻을 바르게 헤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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