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 방화산촌생태마을 산촌매니저 이재선씨

▲ 이재선씨
6월 18일, 저녁 9시가 넘은 시간. 불이 환하게 밝혀진 용담면 방화마을 회관에서 동네 부녀회원들이 모여 8월에 있을 마을 만들기 축제에 관련한 회의가 한창이다. 그 속에 이재선(41)씨가 회의를 경청하며 자리하고 있다.
산촌생태마을 산촌매니저 이재선씨. 그는 현재 용담 방화마을을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자연이 어우러진 생태마을로 만들어가기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출발
이제 4개월, 귀농 초년병 이재선씨. 그는 올해 2월 가족과 함께 이곳 용담면 방화마을에 정착했다.
전주에서 10여년 여행사를 운영했던 그는 IMF로 회사가 도산하자 부산으로 터전을 옮겨 10년을 살았다. 그 후 다시 전주에서 2년을 살았고 이제 그는 처음 시작했던 '진안'을 마지막 터전으로 앞으로 새로운 삶을 그려나가려 하고 있었다.

"상전면 송내마을이 고향입니다. 7살까지 살았어요. 그래서 어렸을 적 뛰어놀던 것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학창시절과 청년시절 등 많은 시간동안 도시에서 살았지만 그는 항상 농촌에 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린 시절 추억 때문이었을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귀소본능 때문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당시의 처한 환경에 의한 것이었을까. 이유야 어쨌든 이재선씨는 귀농이라는 이름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고향에서 산촌매니저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발로 뛰는 마을간사
"제가 산촌매니저, 즉 마을 간사로 귀농을 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어요. 귀농을 행정적 도움과 절차를 통해 하고 싶은 생각에 군청을 찾아가 문의를 하던 중 마을 간사제도에 대해 듣게 됐고 서류를 받았거든요."

그는 처음 귀농을 계획했을 때 용담면에 살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을 간사로 처음 배정받은 지역도 주천면 중리마을 이었다. 하지만 아이들 학교가 가까운 곳으로 장소 변경을 요청했고 다시 정해진 곳이 용담 방화마을이었다.

마을에 살면서 마을 일을 돕고 주민들과 융합해 지역에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는 마을 간사제도를 통해 인연이 맺어진 방화마을. 간사 면접 바로 전날에 서류를 받아 접수시키는 등 정말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 마을 간사지만 이재선씨는 간사를 하면서 그렇게 방화마을에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농사일은 마을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해 온 일이잖아요. 제가 그런 분들을 상대로 농사일에 대해서 따라갈 수는 없어요. 저는 마을 분들보다 젊고 사업을 하면서 경험했던 행정의 일 등, 발로 뛰고 머리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에 보탬이 된다면 말할 것도 없이 기쁜 일이죠."

열심히 뛰어 다닌 만큼 좋은 결과를 이루면 마을 주민들도 마음을 열고 받아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활동하는 이재선씨.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주민들이 믿어주는 만큼 그는 앞으로 2년 동안 마을 간사로 활동하며 농산물 가공, 체험활동, 마을 민박 등 마을에 소득창출의 창구를 열어가기 위해 계획 중이다.
 
◆느리게 마을사람 되기
이재선씨는 간사로 마을에 들어와 살고 있지만 마을에 뿌리 내리고 살겠다는 마음으로 방화마을에 들어왔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 지역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면 더욱 쉽게 정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텃밭 있는 집 지어 살면서 앞으로 약초재배를 꿈꾸는 이재선씨. 그는 처음 와 본 마을이었지만 맘에 들었고, 살면서는 야채 한 가지라도 나눠주는 주민들의 따뜻한 정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재선씨는 말한다. "아주 천천히, 단계적으로 지역에 정착하려고 합니다. 시간이 흐른 후 마을 주민들의 머리 속엔 귀농인이 아닌 평범한 마을 사람이 돼어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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