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문화의 집에서 열린 평생학습프로그램 '시를 읽고 책을 읽고'

▲ 김성숙 강사가 이용악 시인에 대해 수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찾은 문화의 집에 그윽한 분위기가 한 가득이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시를 읽고 책을 읽고'(강사 김성숙)수업을 들으러 온 수강생들이 저마다 한 손에 책을 끼고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직접 제작한 카드형태의 글단풍을 소개하고 있던 김성숙 강사는 "연말에 대량으로 생산되는 연하장 말고 글단풍에 시를 넣어 선물해 보세요. 몇 천 원, 몇 만 원 짜리 연하장 보다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 선물이 될 거에요."라며 수강생들에게 글단풍을 만드는 방법과 꽃 말리는 법 등에 대해 설명했다.

고운 빛깔을 가진 한지를 바탕에 두고 정성껏 말린꽃으로 장식된 글단풍은 수강생들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한참동안 글단풍을 구경하던 수강생들은 수업을 시작하는 시간이 되자 이윽고 총총걸음으로 강의실로 들어간다.

"오늘은 이용악 시인과 그의 시 '그리움', '전라도 가시내' 두 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니다. 이용악 시인이 살던 일제 강점기 시대의 시인으로써의 삶과 사회주의를 따라 월북하고 난 후의 삶을 조명하고 그의 시에 드린 슬픔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해요."

김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이용악 시인의 선택에 대해, 그리고 이용악 시인의 시적 감각에 대해 많은 이야기 꾸러미를 풀어놓았다. 그러자 모두 김 강사의 이야기에 매료된 모습이 역력하다. 곧이어 수강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시를 낭송했다.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白茂線)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그리움-"

시를 낭송하며 어느새 가슴 한 곳에 그리움을 담은 수강생들은 시 낭송이 끝나자 한 층 차분해진 모습이다.
김성숙 강사는 이 시에서 볼 수 있듯 이 시인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것에 그리움이라는 슬픔을 더해 시로 승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어쩌자고 잠을 깨어' 같은 표현은 정말 기가 막히죠. 너무 쉽게 와 닿는 시들은 한두 번 읽으면 금세 싫증나 버리지만 이용악 시인의 시들은 정리된 듯, 맑은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시라 아무리 읽어도 질리지 않고 가슴에 와 닿아요. 이런 것이 바로 좋은 시고 좋은 시인이죠."

시 낭송과 설명이 끝날 때 쯤 수강생 한소이 씨는 "'그리움'이라는 이 시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시 속에 이 시인이 얼마나 고향을 그리워하는지, 시인의 슬픔을 느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또 다른 수강생은 "우리는 모두 그리움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에 대한, 잃어버린 모든 것에 대한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죠. 이용악 시인의 그리움이라는 시에서 이유없이 공감이 되는 이유도 그때문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장미옥 씨는 "이 시인이 살던 시대적인 환경을 우리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라며 심도 깊은 이야기도 나누는 등 수강생들은 저마다 품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의미 깊은 토론도 자연스레 진행됐다.

한편, '시를 읽고 책을 읽고'는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문화의집 회의실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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