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폐교활용 현장을 가다 (2) … 경기 평택시 웃다리 문화촌·

도시의 폐교는 어떤 모습일까? 이번 호에는 지난 2000년 폐교된 경기도 평택시 서탄초등학교 금각분교를 소개한다. 드넓은 운동장 가장자리에 만들어진 동물농장이 특이하다.

우리 안에는 거위, 타조, 토끼, 돼지 등의 다양한 종류의 집동물들이 살고 있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선 거위 우리. 거위가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낯선 듯 목을 길게 늘어뜨리고 날개 짓을 푸덕인다. 적개심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꿱꿱' 거리는 거위를 보며 "아, 거위는 싫다는 표현을 저렇게 하는구나."라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나도 모르게 또 하나 배운 이곳, 복합문화예술체험학습의 장이라고 불리는 '웃다리 문화촌'이 더욱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편집자

▲ 웃다리 공예촌에 있는 공방.
◆모두가 힘을 모은 폐교 살리기
금각 분교는 폐교 후 5년이 지난 2005년 웃다리 문화촌(이하 웃다리촌)으로 명명돼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평택 문화원(원장 오용원)은 금각분교가 농촌이나 산골이 아닌 도시와 가까운 도시형 폐교로서 도심지와 10분 거리에 있어 이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평택교육청으로부터 무상임대 사용승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평택 문화원은 곧이어 금각분교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공개토론회를 시작으로 시민, 문화예술계 전문가 등과 다양한 의견 수렴을 40여 회 거쳐 복합문화예술체험학습의 장이라 일컬어지는 '웃다리문화촌'을 탄생시켰다.

웃다리촌에 대해 설명에 나선 평택문화원 박성복 상임이사는 "공청회 등 여러 토론회를 거칠 때 예술작가촌 요청을 많이 받았습니다. 예술촌 사례를 분석해본 결과 90%가 실패로 끝난 곳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상주작가를 영입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보자고 입을 모았죠."

박 이사에 따르면 문화원이 주민과 함께 직접 나서 작가를 공개모집하고 심층 면접을 하는 방식으로 입주 작가를 모집했고 입주한 작가들은 프로그램 강좌를 진행하며 작품 활동에 열중한다.
이렇게 웃다리촌은 12개의 정기 강좌와 40개가 넘는 일일문화예술체험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 웃다리촌 목공예실 전경. 그림 같은 그네의자를 탐내는 방문객이 많다고 한다.
◆옛 정취 그대로, 열린 체험학습
웃다리촌으로 리모델링한 금각분교는 누가 말하지 않아도 '학교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학교 내부에 인위적인 리모델링은 하지 않았고 교실 문, 복도 바닥 등에 옛 금각분교의 추억을 그대로 간직해놓았다.

 1층 어느 학년 어느 반의 교실이었을 입구에는 '금각 국민학교'라고 쓰인 팻말이 걸려있다. 오랜만에 국민학교를 본 90년대 초반을 기억하는 이들은 '내가 다녔던 학교도 국민학교 였다.'며 추억해 본다.

교실 군데군데 근 현대사를 정리해 놓은 물건들로 진열을 해놓은 웃다리촌은 특히 옛 영화의 포스터와 '소년중앙'같은 추억의 잡지 등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이 되어버린 옛 물건들을 보며 "그래, 이런 것도 있었지.", "우리 집에도 저 잡지 있었는데."라며 구경꾼들은 잠시 근현대사의 유물에 잠시 눈을 맡기며 추억에 잠겼다.

한참 근현대사 구경을 하고 있을 즈음 학교 창문 너머로 투박한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발걸음을 옮긴 그 곳은 도자기 공예실.

상주해 있는 도기 작가는 작품을 만드는 중인 듯 도자기 만들기에 열심이다. 곳곳에 진열된 도자기들 주위로 도자기공예에 참여했던 많은 사람들의 작품 위에 사진이 걸려있다. 그 때를 기억하려하는 사진 속에서 도자기 공예에 참여한 방문객들은 모두 같이 '도공'이 된 모습이다.

도자기 공예실을 지나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큼지막한 그네의자가 반겨주는 건물이 있다. 갖가지 목재들이 즐비해 있고 여러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곳은 가구DIY를 체험하는 목공예실이다.

원자재가격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가구들을 마음껏 만들 수 있는 목공예는 요즘 방문객들 사이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이 외에도 웃다리촌에는 다른 곳에서 흔히 배울 수 없는 꽃이나 잎을 말려 만드는 압화 공예, 돌 가루로 그림을 그리는 석화 공예 등 다양한 체험학습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 옛 추억 속에 기억하고 있는 전방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희망 품은 웃다리촌
소통과 연대를 원칙으로 하는 웃다리촌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계층과 연결하는 끈을 놓지 않았다.
가장 먼저, 웃다리촌은 지역의 '어르신'들을 품었고 결과 어르신들은 '희망솟대'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박성복 이사는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짚풀 공예, 솟대 만들기 등을 가르치는 실버문화학교를 운영했습니다. 다양한 실습을 거쳐 강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 시작해 이제 어르신들이 외지 강사로 초빙되는 등 부수적인 수입도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조금씩이지만 수입도 생기니 어르신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희망 안테나'인 것이죠."라고 말했다.

두 번째 품은 희망은 바로 다문화 가정이다.
웃다리촌은 미군기지 이전과 이주 노동자 증가, 국제결혼 증가 등으로 급격히 늘어나는 '다문화 가정'에 한국의 문화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평택에 주둔 중인 미군 장병과 가족들에게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도록 우리 민족 고유의 민속놀이 체험, 전통 떡 만들기, 우리 탈 만들기, 농악 배우기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체험하면서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웃다리촌의 고민, 아직도 목마르다
꺼져가던 폐교의 불씨를 다시금 활활 타오르게 만든 웃다리촌은 매달 5천여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으며 수도권 주민의 명소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웃다리촌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문화예술 수요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방문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거위가 목을 길게 늘어뜨리며 처음보는 방문객을 견제한다. 거위 외에도 타조, 돼지, 토끼 등 다양한 동물이 있다.
박성복 상임이사는 "'찾아가는 문화예술 체험학교', '체류형 문화예술 심화교육'등 깊이 있는 문화예술로의 접근을 시도 중입니다. 입주작가나 프로그램운영자를 추가로 모집해 좀더 양질화되고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로 보다 다양한 계층이 웃다리촌을 방문할 수 있도록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라며 조심스레 말했다.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웃다리촌은 반드시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한번 쯤 가고 싶은 곳으로 각인되고 싶다. 이곳에 전시된 옛 물건들을 보면서 향수에 취해볼 수도 있고 동물들과 쫓고 쫓기는 관계도 되어 보며 의도되든, 의도되지 않았든 모든 이들에게 '한번쯤은 꼭 가보아야 하는 곳'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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