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폐교활용 현장을 가다 (3)
강원도 평창 감자꽃스튜디오·

▲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감자꽃 스튜디오의 외관. 폐교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흡사 폐교를 보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녹음이 짙은 산과 졸졸졸 흐르는 도랑으로 둘러싸인 마을로 들어선 길, 희미하게 붉은 빛을 띠는 거대한 건물을 만났습니다. 철 구조물과 투명 플라스틱으로 둘러싸여 현대적인 감각을 물씬 풍기는 이곳은 신기하게도 현대적인 때라고는 묻지 않은 주변경관과 완전 동화된 모습입니다.

운동장으로 들어서 건물 앞에 섰을 때, 햇빛아래 유난히 눈부신 외관 구석으로 삽살개 한 마리가 일행을 반겨줍니다. 현대적이면서도 고유의 무엇인가가 아른거리는 이곳, 감자꽃스튜디오(대표 이선철)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새로운 감각, 하지만 보존된 '폐교'
'건물 한 번 멋들어지게 지었구나.'라며 들어선 감자꽃스튜디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폐교(옛 노산초등학교)는 그대로 보존하고 폐교 주위로 구조물을 세워 흡사 구조물 속에 폐교가 보존된 느낌이다.

안에서는 바깥 외부가 훤히 보이고 심지어 하늘까지 보이는 내부.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쉬어갈 수 있도록 카페테리아 같은 잘 꾸며진 공간도 만들어 놓았다.

"폐교의 원형을 바꾸는 것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고 학교를 그냥 쓰자니 좀 밋밋하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저렴하게 리모델링하는 방법을 생각해 아는 지인께 설계를 부탁해 좀 싸게 리모델링했습니다. 그런대로 괜찮죠?"

▲ 감자꽃 스튜디오의 이선철 대표.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능청을 부리는 감자꽃스튜디오의 이선철 대표는 시골이라고 옛날 건물을 고집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못 박았다.

"외관에 현대적인 구조물이 들어섰지만 내부는 옛 것들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에게 큰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여전히 감자꽃스튜디오는 언제든지 주민들이 모일 수 있고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으니까요. 다만 지역주민들에게 '서울 교수님'이 왜 쓸모도 없는 시골 학교를 사서 들어왔는지 지역주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처음 이 대표가 감자꽃스튜디오를 개관하고 군과 함께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주민들은 '왜 개인 영리사업에 군이 지원을 하느냐.', '서울사람이 시골에서 군의 지원을 받는데 무슨 꿍꿍이냐.'는 식의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그러나 수년간 주민들과 소통하고 정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온 결과, 이제 이 대표는 주민들에게 '이 사장', '이 교수', '이 선생님'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게 됐다.

◆평창의 평생교육에 날개를 달다
감자꽃스튜디오는 주민들과의 '소통'의 도구로, 농촌지역 폐교의 활성화 매개로 학교의 본 기능인 '학습'의 기능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교육에는 남녀노소가 없습니다. 청소년뿐만 아닌 지역의 모든 교육을 열망하는 주민들이다. 우리 스튜디오를 찾을 수 있게 했죠. 교수님들 모아놓고 강의하는 것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모셔놓고 강의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는 거 아세요? 특히 이곳은 문화에서 소외된 분들이 많아서 더욱 그렇고요. 하루는 '진주만'영화를 빌려서 어르신들과 보는데 한글을 아는 분이 한 분도 안계시더라고요. 그때 '아차'싶었죠. 그때부터 모든 층들이 쉽게 접근하는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감자꽃스튜디오는 어르신들뿐만 아닌 발달장애아들을 위한 프로젝트, 외국인 주부를 위한 프로젝트 등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활동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 폐교와 철 구조물 사이에 만들어진 주민들의 휴식공간.
대표적으로 김상덕 프로젝트가 있다. 김상덕(22)씨는 감자꽃스튜디오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참여를 하는 '집사'나 다름없는 역할을 맡고 있는 발달장애인이다.

미술교육과 음악치료로 나뉜 이 프로젝트는 김 씨의 이름을 따서 만든 평창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도움반(장애인)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또 외국인 주부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코리아인 사이트'도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부들은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함께 한국 생활, 문화, 음식 등을 함께 교육 받는다.

외에도 다양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외부단체 탐방을 위한 워크숍 등으로 일주일이 멀다하고 쉬는 날이 없다.
 
◆서울 교수님의 시골 알아가기
이선철 대표는 주민들에게는 고마운 사장님이다. 특히, 인근의 산장과 연계 아닌 연계를 맺고 감자꽃스튜디오를 찾는 방문객들을 인근 산장으로 데리고 가 주민들의 소득도 올리고, 방문객들도 서비스에 만족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았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숙박시설은 절대 짓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역 주민들도 민박을 운영하고, 식당을 운영하는데 구지 폐교에서 숙박시설을 지을 필요가 없는 거죠. 각종 프로그램운영이나 행사는 스튜디오에서 하되, 금전으로 직결되는 부분들은 주민들에게 돌아가도록 운영했습니다. 결과는 주민들 표정에서 벌써 알 수 있죠."

이 대표는 한 해가 넘어가면 어김없이 서울의 전문가들에게 의뢰해 마을 달력도 제작한다. 그림 전문가, 사진 전문가들에게 맡겨진 달력은 마을에서는 인기다.

이 대표는 달력을 제작하면서 노인들이 많은 것을 감안해 글씨를 크게, 그림을 작게 만들자고 말을 꺼냈다가 호되게 혼이 났다.

▲ 바깥풍경이 훤히 보이는 주민 휴식공간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인기다.
"사진이 좋은데 왜 사진을 줄이냐고 꾸짖으시더라고요. 이 달력 아니어도 집에 달력은 많으니 글자크기 걱정은 접어두라고 하시더라고요. 날짜를 보려면 다른 달력을 보면 된다고 하시면서요. 그때 알았습니다. 이 분들도 문화에 목이 마르다는 걸요."

지역 주민들을 알아가고 어르신들의 문화갈증을 이해해가는 길목에 선 이선철 대표.
이 대표는 폐교를 지역 발전의 도구로 인식시키며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예술적 가치뿐만이 아닌 지역 경제에도 톡톡히 기여를 하며 강원도 사람으로, 감자꽃 사장님으로 거듭나고 있다.

▲ 외국인 주부들은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친목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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