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폐교활용 현장을 가다 (4) … 경남 밀양시 연극촌·
지역주민 문화복지 수준 향상은 물론, 문화 콘텐츠 개발로 관광수익까지

발길이 닿는 곳마다 관광지라고 불리는 밀양시. 도시라고 하기엔 농촌의 정겨운 모습이 훨씬 많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사뭇 여느 조용한 농촌과는 다른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잘 보존된 문화재와 관광지가 해마다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한편, 새롭게 태어난 옛 월산초등학교는 '연극'이라는 현대적 테마를 통해 8년 동안 지역발전의 효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1999년도에 밀양연극촌으로 새롭게 태어난 구 월산초등학교에 부는 연극바람은 관광객뿐만 아닌 주민들마저 흥겹게 합니다. 올 여름 연극에 젖어든 밀양, 밀양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편집자


▲ 소극장 '우리동네'에 꾸며진 연극세트장. 수십개가 넘는 조명과 아기자기한 세트가 흡사 서울의 유명 소극장에 온 기분이다.
◆밀양시와 예술인이 함께 일궈
부산, 서울 등 대도시에서 활동하던 연극단체 '연희단패거리(감독 이윤택)'가 밀양에 둥지를 틀었다.
이들이 바로 폐교가 된 옛 월산초등학교를 극장으로 활용하면서 연극마을로 정착시킨 주인공이다. 나아가 밀양시를 공연, 예술의 메카로 발돋움시키고 있는 밀양시 '주민'이기도 하다.

연희단패거리가 밀양에 정착하게 된 계기는 밀양시의 적극적인 폐교활용방안의 모색에서 비롯됐다. 밀양시는 교육청으로부터 옛 월산초의 5년 무료임대를 승인받아 예술문화촌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연희단패거리에 관련 용역을 맡겼다.

연희단패거리에게도 일종의 모험이었다. 밀양에서 연극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은 서울, 부산 등 대도시로 집중된 문화기반과 문화 활동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도전에 대한 보상은 예상외로 후했다. 연희단패거리에는 수준 높은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자체 공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대외적으로는 주말극장을 운영한 결과 부산, 서울, 대구 등에서 공연을 보러 오는 연극마니아들이 줄을 잇는다. 날이 좋을 때는 "숲의 극장"이라는 야외 공연장에서 연극을 즐길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은 무료로 관람을 할 수 있고 이 공연에는 평균 200여 명의 인파가 몰린다. 또한 전국의 대표적인 연극축제라고 할 수 있는 밀양공연예술축제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이러한 모든 공연 유치 및 시설 개보수에는 밀양시가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사실상 연극인들과 밀양시가 합작으로 일궈낸 밀양연극촌은 밀양의 관광자원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 다양한 연극 포스터들.
◆밀양과 동화된 연희단패거리
타 도시민들을 유치해 관광수입을 내는 것이 큰 과제였다면, 주중에는 밀양의 어린이와 청소년들, 직장인, 주부 등 다양한 지역주민에게 연극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연극을 통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기도 하고, 연극을 취미활동으로 삼기도 하며 심리치료 등 다양한 도구로 활용한다.

기업인과 동호회 등 일반인들을 위한 연극 프로그램도 있고, 팸 투어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면서 연극과 농촌마을의 성장을 함께 이루고자 하는 노력도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학교나 복지시설 등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프로그램에 컨설팅을 하거나 위탁운영을 하면서 지역에서 '밀양연극촌'의 평가 역시 칭찬일색이다.

이는, 멀게만 느껴졌던 '연극'이라는 문화·예술 활동에 타 도시민이든 지역주민이든 누구나 밀양연극촌에 손을 내밀면 연극관람, 배우와 함께 하는 시간, 춤·노래·연기 등 연극체험, 밀양 관광지 투어 및 전통문화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는 것과 상통한다.

▲ 폐교근처에 새로 지어진 소극장 '우리동네'
물론 처음부터 연희단패거리와 밀양연극촌이 지역주민들에게 '이웃'이었던 것은 아니다. 농촌형 도시인 밀양은 우리 지역과 마찬가지로 농업을 생계로 하는 고령의 주민들이 많다. 보수적 성향을 띄는 고령의 주민들에게 대도시에서 폐교에 정착한 연희단패거리는 '버릇없는 젊은이'들로 비쳤다.

자유분방한 옷차림과 행동 등에서 주민들은 연희단패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고, 이에 연희단패거리 단원들이 매일같이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하고 지역주민들에게 무료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 결과 주민들 역시 연희단패거리에 마음을 열게 됐다.

이제, 밀양연극촌에서 연극이 있는 날은 삼삼오오 마을주민들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막이 오른 객석에서는 어르신들의 기침소리, 동네 아주머니들의 수다소리, 어린이들의 장난 치는 소리로 시끌벅적해진다. 무대가 끝나면 동네 주민들과 어울려 뒤풀이를 가지며 계속해서 친분을 유지한다.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은 '연극을 보는 눈높이'가 높아져 문화적 갈등을 해소함과 동시에 문화적 지식을 쌓아가게 된 것이다.
 
◆그들의 성곡요인, 그리고 우리의 과제
밀양연극촌의 극장들은 폐교를 중심으로 새롭게 지은 것들이다. 커다란 하우스에 천막을 쳐서 시작했던 연극장은 이제 컨테이너를 세워 그럴싸한 소극장으로 변신했다.

그러나 여태껏 보아왔던 여느 폐교와 마찬가지로 학교 건물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 옛날 왁스로 닦으며 광을 냈던 나무 골마루와 색이 바랜 학교외관이 이를 대신 말해준다. 또한 주변경관역시 이순신장군, 세종대왕 동상 등 옛 모습 그대로다.

밀양 연극촌 최영 기획실장은 "연극단 성공의 핵심은 연극단원 50여 명이 이곳에서 상주를 하면서 운영하고 활동하는 것에 있습니다. 결과 공연활동의 질과 성과에 큰 영향을 미쳤죠. 단원들이 함께 호흡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늘 연습과 공연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연극의 질적인 부분에서 높은 퀼리티를 자랑하는 것이 우리 극단의 가장 큰 자랑거리입니다."라고 말한다.

▲ 밀양연극촌의 최영 기획실장.
단원들은 폐교 뒤에 숙소를 지어 기혼자들의 공간과 미혼자들의 공간으로 나눠 이곳에서 거주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단원들이 주소지를 밀양시로 옮기면서, 이제 주민등록증은 이들이 어엿한 '밀양시 북부면 가산리'의 주민임을 증명하고 있다.

식사는 폐교 내 만들어진 식당에서 해결을 하며, 모든 공간이 연극과 이어진다. 이런 집단 거주형태의 연극 활동은 서울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연극제에서 거의 모든 부분을 석권하며 전국의 연극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연극단이 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2001년도에 제 1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를 개최했다. 지난 2007년에는 3만 2천 명이라는 관광객을 유치해 국내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지역마다 저마다의 문화 콘텐츠, 이벤트 등을 개발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매년 방문객을 유치하고 경제유발효과내기에 급급한 내용 없는 문화행사에 지칠 때 즈음 만난 밀양연극촌. 묵묵히 시민과 함께 차근차근 기초를 닦아 이제 전국 대표 연극축제로 일컬어지는 축제도 해마다 성공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문화예술도시로 나아가는 밀양시의 미래에 밀양연극촌이 자리하고 있음은 분명 밀양에겐 귀중한 자산이며 나아가 우리에게 주어진 '성공적인 폐교활용방안과 축제유치'에 대한 과제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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