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우리아이들의 성(3)- 성폭력, 양성평등

우리는 자연스럽게 '남자가' '여자가'라는 말로 자녀의 행동을 제약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차이를 차별로 만드는 우리 생에 첫 번째 교육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남자가 우월하고 여자가 열등하며 여자가 남자보다도 능력 면에서 열등하다고 믿는 편견을 가지게 되어 각자가 가진 다양한 잠재력을 발전시킬 수 없게 한다.

남녀가 서로 돕는 존재,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이며 협력관계에 있다는 것을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워야 한다.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볼 때 자녀들이 저절로 보고 배우게 된다.

허은하 상담자는 "학생들과 단어카드를 놓고 남자와 관계된 것을 고르라고 하면 '강하다', '적극적이다'. '능동적이다' 라는 단어를 고른다. 그리고 여자와 관계된 단어를 고르라고 하면 '약하다', '수동적이다'. '소극적이다'를 고른 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남가가 여자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 성폭력의 씨앗이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누르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폭력의 가해자는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스스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진안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 9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남자와 여자가 평등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53%가 '그렇다고' 대답했으나, '우리사회에서 남녀가 평등하게 대우 받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체 63%의 학생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 현재 학생들의 생각과 기성세대의 생각에 차이가 있음이 나타나고 있다.

'집에서 남녀차별을 느낀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20%가 '그렇다'고 답했으나 남학생들은 5명 만이 이렇게 답했다.

중학교 시기는 신체의 발달이 빠르게 진행되어 자신의 몸이 변하는 것을 느끼는 시기이다. 이러한 신체의 변화가 서로의 차이로 이해되어야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성폭력의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 요즘은 남학생들도 힘 있는 친구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있다. 힘의 논리로 성을 이해하게 되면 남학생이건 여학생이건 성폭력의 영향 하에 있게 된다.

성폭력의 개념은 음란하게 쳐다본다든지 성을 매개로한 신체적, 정신적, 언어적 폭력을 포함한다.
신체를 놀리는 행위, 성적인 질문을 한다든지 어디까지 해 봤느냐고 묻는 것도 성폭력이다. 우리도 시시때때로 성폭력을 당하고 살지만 인식을 못한다.

학생들은 성폭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처음부터 싫다는 자기주장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쫒아 다니는 것,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것도 성폭력에 해당한다.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에서는 힘이 필요한 일은 남학생을 시키는 정도의 구분이 있을 뿐이지만 가정에서는 아들 쪽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허은하 상담자는 "'남자가' '여자가'라는 말보다는 '사람'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학생들이 자기 입에 들어가는 것, 자기가 입는 것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가르침 속에서는 온전한 한 사람으로 자라는 데 필요한 인격적 수련이 어렵게 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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