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수몰된 우리지역 유물은 어디로 갔나 5·

글 싣는 순서

  1회: 진안 수몰의 아픔, 진안 유물의 현실
  2회: 조선대 박물관에 숨겨진 진그늘 마을의 역사
  3회: 진안군 청동기 시대를 옮겨 놓은 국립전주박물관 등
  4회: 지역 출토 유물 관리문제 이대로 좋은가
☞ 5회: 지역 유물 제자리 찾아주기의 의미와 전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솔직히 국가로부터 귀속된 유물을 찾는다는 것은 절차와 규정 등 힘겨운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귀찮아서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이 없어도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찾지 않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행정의 모습은 지역 주민들의 자긍심을 꺾는 것이다. 한 예로 충북 단양군은 충북대 박물관에 의해 1980년 출토된 선사유물을 이관 받는 등 선사문화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군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찾아오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그리고 새로운 콘텐츠를 멀리에서 찾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국가귀속 유물 지역귀속 의견
최근 국가 귀속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곳도 있다. 지난 7월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권영빈)은 '발굴문화재 관리정책의 현황과 과제'란 주제로 경기문화포럼을 열었다.

이 포럼에 참여한 경북 칠곡군 영남문화재연구원 박승규 연구실장은 발굴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주장을 제기했다.

박 연구실장은 "각 자치단체의 발굴 문화재의 활용을 도모하고 장려함으로써 지역보관 및 지역주민을 위한 발굴문화재의 활용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이룰 수 있다."라며 "중앙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현행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지역귀속제 확대가 필요하다."라는 의견이다.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이 국가로 귀속되어 있는 것을 지역으로 귀속해 주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박 실장은 "진안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뭐라고 말해줄 수 없다."라고 생각을 말했다. 다만, 국가귀속 유물을 지역으로 귀속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또 행정기관의 문화재에 대한 유지 관리에 대한 인식부족과 업무능력 미비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함을 설명해 주었다.
 
◆충북 단양군이 지역 발굴유물 찾다
국가로 귀속되지는 않았지만 지역의 대학교 박물관에서 보존 관리한 유물을 이관한 곳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곳은 충북 단양군이다. 이곳은 우리나라 후기 구석기인들의 문화와 생활상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곳이다.
충북 단양군은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지난 1980년 충북대학교 박물관 조사팀에 의해 조사됐다고 한다.

충북대학교 박물관 조사팀은 단양군 수몰지역의 선사유물을 발굴했다. 발굴 유물을 20여 년이 지나서야 이관되었다. 지난 7월 1,200점을 이관받고, 올해 연말까지 총 4번에 걸쳐 4,400점을 인수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단양군은 인수받은 유물 및 문화를 토대로 수양개 선사유물전시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또 학술세미나, 문화교실, 테마체험 등 다양한 형태의 학술토론회 등을 마련해 지역 및 학계에 널리 알리겠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교육 등을 통해 선사문화의 메카로 발돋움시킬 복안이 있었다. 아마도 단양군은 새로운 콘텐츠를 선사유물에서 찾으려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단양군 수양개 선사유물전시관 김우성 학예연구사는 "이번에 이관되는 1,600여 점의 유물은 지역에 아주 중요한 의미와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라며 "20여 년 전, 수몰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이 제자리를 찾아 전시된다는 점에서 단양군으로써는 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전시관에 전시된 지역의 유물이 지역주민들과 관람객들에게 단양 선사문화를 이해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지역의 문화 발달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유물이어서 큰 기대를 하고 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 이영덕 실장
인터뷰 … 호남문화재연구원 이영덕 연구실장

전라남도 담양군 호남문화재연구원은 용담댐 수몰지구 발굴조사에 전북대, 조선대, 원광대, 국립전주박물관 등과 함께 참여했다.

호남문화재연구원 이영덕 연구실장은 원광대 안승모 교수와 함께 신석기시대 유물 발굴 현장책임자로 활동했다.

이영덕 연구실장에게서 신석기시대 유물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들을 수 있었다.
"용담댐 수몰지역은 중요한 유적입니다. 힘들었지만 저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조사·발굴되지 않은 유물이 물속에 잠겨있어 아쉽습니다."

반면, 지역 유물을 제자리 찾아주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해주었다. 그리고 시스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지역박물관으로 귀속되는 것은 반대했다.

"용담댐에서 발굴된 유물이 문화재적 가치가 높아 국가 차원에서 보호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재산이죠."

진안 지역에서 발굴되었다고 해서 지역에서만 만족할 수 있는 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에 대해서는 의미가 크다는 설명을 해 주었다.

"내가 살기 전에 또 다른 사람이 우리 지역에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의미의 중요성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것도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살았다는 증거는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수몰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보다 지역의 역사가 더욱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몰지역에서 발굴된 유물도 중요하지만 지역에서는 수몰민에 대한 역사와 이주민에 대한 삶에 초점을 맞춰져야 한다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모든 기초자치단체에서 박물관을 만드는 것은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그 이유가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쌓으려는데 초점이 맞춰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진안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진안에도 역사박물관이 있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된 운영은 어려울 것입니다. 박물관을 만들어 놓고 방치하는 수준이죠.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진안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자치단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치단체에서 박물관을 만드는 것에 대해 반갑지 않습니다."

이왕 만들어 놓았으면 활성화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문화관광은 보이지 않는 금전입니다. 콘텐츠 개발도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금전을 위해 투자하는 자치단체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안의 역사를 다룰 수 있는 인적자원이 구성된다면 수몰지역에서 발굴된 유적과 생활문화에 대한 콘텐츠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의 생활모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유리 밖에서 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유물에 대한 교육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합니다. 이런 체험 공간이 마련되면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여건이 됩니다. 이제는 이런 문화체험 공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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