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수몰된 우리지역 유물은 어디로 갔나 6·

글 싣는 순서

   1회: 진안 수몰의 아픔, 진안 유물의 현실
 2회: 조선대 박물관에 숨겨진 진그늘 마을의 역사
 3회: 진안군 청동기 시대를 옮겨 놓은 국립전주박물관 등
 4회: 지역 출토 유물 관리문제 이대로 좋은가
 5회: 지역 유물 제자리 찾아주기의 의미와 전망
☞6회: 기획을 마치며…박물관 전시공간을 넘어 문화공간으로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 대가야박물관
◆박물관 전시공간을 넘어 문화공간으로 … 근대까지만 해도 '문화'는 일부 특정 계층만 향유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문화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대중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전시회를 관람하거나 자신의 문화적·지적 갈증을 해소하길 갈망한다.

박물관도 기존의 '그들 자신을 위한 기획'에서 탈피해, 관람객의 요구를 수용하는 '외부 지향적이고, 수요자(관람객) 중심의 경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다소 혁신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의 한정된 예산과 턱없이 부족한 인적 자원으로 관람객의 요구에 부응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공공 프로그램을 개발·실행·평가하고 이러한 일련의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시설과 전문 인력 고용에 따른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박물관의 재정적인 자립은 모든 박물관이 직면한 과제로 보인다.
 

▲ 대가야박물관
◆인기 있는 박물관 뭔가 달라도 달라 …겨울을 재촉하는 듯 비가 제법 내리는 11월 29일 토요일이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였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와 쌀쌀한 날씨 탓인지 고속도로조차 오고 가는 차량의 행렬이 뜸했다. 그런데도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전시한 곳이 있다고 해 찾아가 보았다.

그곳이 바로 경북 고령군 대가야 박물관(관장 신종환)이다. 이곳은 대가야왕릉 전시관과 대가야 역사관 그리고 우륵 박물관 등 3동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외에도 야외전시장을 마련해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와 쌀쌀한 날씨 탓인지 오고 가는 차량의 행렬도 뜸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가야 박물관은 다른 모습이었다. 이곳을 찾는 발길은 꾸준한 모습이었다.

대가야 왕릉 전시관은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무덤을 원래의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이다. 전시관 내부는 왕릉의 축조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아 교육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대가야 역사관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설전시실은 대가야 및 고령군 지역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문화에 대한 설명과 유물을 전시해 놓았다. 이곳은 석기제작과정, 토기제작과정, 철 생산과정 등을 관람하고 체험도 함께 겸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또 기획전시실은 연간 1~2회 정도 특정주제를 설정해 기획전을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또 가야금을 창제한 악성 우륵과 관련된 자료를 발굴·수집·보존·전시해 국민이 우륵과 가야금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건립한 전국 유일의 '우륵과 가야금' 테마박물관을 최근에 건립했다. 더불어 전문 장인 가야금 공방을 운영하며, 가야금의 제작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어린이 체험학습실은 대가야 토기 퍼즐, 탁본 및 인쇄, 민속품 체험 등을 통해 여러 가지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즐기기 위해 연간 20만 명의 관람객이 고령군을 찾는다.
 
◆시대에 발맞춘 대가야 박물관 …
고령군(군수 이태근)은 3만 5천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자치단체다. 하지만, 역사와 문화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고령군을 찾는 관광객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모습은 고령읍에 자리 잡은 대가야왕릉전시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2000년 9월에 개관한 대가야왕릉전시관을 보기 위해 2개월 동안 2만 5천여 명이 고령군을 찾았다. 2개월 동안 고령군 인구보다 1만 명이 적은 관광객이 지역을 찾은 것이다.

대가야왕릉전시관은 국비(30억 원)와 도비(9억 원) 그리고 군비(9억 원) 등 총사업비 48억 원을 투자해 자연녹지지역으로 조성됐다.

대가야왕릉전시관은 규모 면에서 45억 원을 투자해 마련한 진안역사박물관과 많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관람객 면에서는 그 차이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렇게 조성된 대가야왕릉전시관은 바로 다음해인 2001년도에 17만 2천여 명이 찾았다. 또 2002년에 22만 2천 명이 방문했다.

이 같은 결과를 낳는 데는 이태근 고령군수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이 군수는 대가야왕릉전시관에 만족하지 않고 또다시 대가야 역사관 건립을 추진했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쏟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무리한 투자를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역을 알리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대가야 역사관 역시 국비(46억 원)와 도비(11억 원) 그리고 군비(38억 원) 등 총사업비 97억 원을 투자, 2005년 4월에 준공됐다. 그러면서 관람객이 27만 8천 명으로 늘었다. 고령군의 인구 9배가 넘는 관광객이 찾아온 것이다.

또 우리나라 3대 악성(우륵, 박연, 왕산악) 중의 한 명인 우륵 선생이 예술 활동을 펼쳤던 정정골(고령읍 쾌빈리)에 우륵 박물관을 2006년 3월에 준공했다. 우륵 박물관 또한 국비(6억 원)과 도비(2억 원), 군비(18억), 기타(10억 원) 등 총사업비 40억 원(부지매입포함)을 투자했다.

고령군은 가야 말기 성열현 출신으로 가실왕의 명을 받아 정정골에서 중국의 쟁을 본떠 12 현금인 가야금을 만든 우륵 선생의 얼을 이어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국악의 고장답게 가야금, 거문고 등의 국악기를 연구·제작·보급하기 위해 우륵국악기연구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고유문화를 널리 알리고, 전통문화체험의 기회로 삶고 있다.
 

▲ 대가야박물관
◆전시·교육기능 가능한 박물관 … 대가야 박물관은 전시기능과 교육기능이 가능한 공간이 되고 있다. 박물관 기능상 수집이라는 것은 자연상태에서 파손·인멸·멸실 등으로부터 유물을 보호하고 적절한 환경을 조성해 영구히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이다.

박물관은 소장품으로 인해 성립되고 항구적인 존속이 전제되는 곳으로, 그 소장품은 세밀한 관리가 요구된다.

지역 박물관은 주제와 설립취지에 맞는 수집을 해야 하며, 이를 관리하는 관리시설도 효율적으로 갖춰야만 소장품을 학술적 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

박물관 전시는 단순히 실물자료를 나열해 놓는 것이 아닌 실물자료의 역사적 예술적 자료적 가치를 최대한으로 설명하면서 전시 내용을 표현하기 위해 전시 공간 자체를 질 높은 학습, 문화공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박물관 전시는 관람객이 자료와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되고 있다. 즉, 관람객이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참여자의 입장이 되는 것으로 감동과 즐거움을 받고 있다.

박물관은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수집, 보존, 연구, 전시, 교육하는 평생 교육기관으로 일반 대중의 흥미와 관심을 넓혀 그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교육적 효과를 거두는 데 있다.
박물관 교육대상의 성별, 계층, 지역, 교양 및 흥미와 관심이 서로 다양하기 때문에 교육의 효율성이 늘 문제이다.

박물관 교육은 학교 교육과는 달리 이용자의 보다 적극적 의지와 선택에 의해 참가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므로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가르치고자 하는 교육 내용도 중요하지만 참여자 중심으로 기획되고 진행되어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박물관의 기능을 서로 연계성을 갖고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면 박물관은 지역공동체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사회 문화 창달의 중추적 역할을 다망할 수 있다고 한다.

지역박물관의 운영을 활성화하려면 박물관의 설립취지와 주제에 맞는 작품을 수집, 보존하고 심층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손정미 학예연구사
·인터뷰 … 대가야박물관 손 정 미 학예연구사·

대가야 박물관은 경북대학교에서 1977년 발굴된 유물을 토대로 전시되고 있었다. 손정미 학예연구사는 대가야 박물관이 어떻게 해서 활성화되었는지 말해주었다.

"고령군은 대가야 도읍지였습니다. 이를 알고 계신 이태근 군수님은 역사적 사실에 주안점을 두시고 투자했습니다. 군수님이 역사에 관심이 많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중심으로 투자했지만 그 결과는 관광에 투자를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대가야 박물관을 보기 위해 고령군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태근 군수는 역사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대가야왕릉 전시관과 대가야 역사관 그리고 우륵 박물관 등 3동의 전시관 이외에도 더 확대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규모가 모자란다고 생각을 하고 계시죠. 대가야를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고령군을 알리기 위해서 더 확대시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십니다."

자치단체장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관장부터 학예, 관리 담당 등 운영조직의 중요함도 간과할 수 없다.

"대가야 박물관은 국립박물관 관장출신 관장님과 3명의 학예담당 그리고 관리담당 등 모두 15명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군수를 비롯한 박물관 운영조직은 대가야 박물관 관리 및 홍보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대가야 박물관에 대해 홍보를 많이 합니다. 물론 박물관 변화에도 신경을 많이 쏟고 있고요. 박물관은 특성상 한번 오면 다시 찾지 않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초·중·고등학교에 홍보물을 보내고,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고령군 지도와 함께 대가야 박물관 팸플릿을 홍보용으로 비치해 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체험 중심과 고령군에서 양성한 해설사 분들이 박물관과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간 등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령군에서는 대가야 박물관을 홍보하기 위해서 대가야 축제를 한다. 그 축제의 장소는 대가야 박물관 앞마당이다. 지역도 알리고, 박물관도 알리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을 끌기 위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아마 다른 지역에서 축제를 했다면 참여율이 저조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열린 공간에서 축제를 함으로써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곤 합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토기도 만져보고, 탁본도 해보고, 대가야 갑옷 입고 사진 찍어보기 등을 합니다."

이외에도 지역에 대한 역사를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그리고 식당대표 등 지역 알기와 지역 알리기 교육을 연중 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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