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마당 담당 윤일호 선생님

목욕탕 

송풍초등학교 5학년 문다정
 
우리 식구끼리
세종장으로 목욕을 갔다.
옷을 벗으려 하니
남자애가 있다.
왠지 옷 벗기가 부끄럽다.
'아나, 재 뭐야?'
그 애가 화장실에 간 틈에
얼른 옷을 벗고 들어갔다.
여탕에 남자가 들어오면
짜증난다.
(2007.12.14)

아이스크림

○○초등학교 4학년
 
겨울에 먹으면 추워!
여름에 먹으면 시원해.
 
내가 먹으면 언제나 맛있는
아이스크림
 
내 마음을 몽땅 가져간
아이스크림
그러다
숙제도 못했네.

■ 함께 나누는 생각 ■

작은 일도 마음으로 느끼면 시간 된다
가끔 목욕탕에 가면 남탕에 여자 아이가 따라오거나 여탕에 남자 아이가 따라가는 경우가 있다. 어른들이야 그럴 수 있겠다 싶어 그냥 넘어가지만 사춘기가 다가오는 아이들에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왠지 창피하게 느껴지고 그 아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다정이도 목욕탕에 갔는데 난데  없이 남자 아이가 있으니 창피해서 옷을 벗지 못하고 화장실 간 틈을 타 얼른 탕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 장면을 생각해보니 웃음이 나온다. 별일 아닐 수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다정이는 창피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적었으니 좋은 시가 되었다.

하지만 아래 시 '아이스크림'은 어떤 내 생각도 없다. 너무 당연한 말을 써서 공감하는 것도 없고, 아이스크림이 내 마음을 몽땅 가져가서 숙제도 못했다고 했는데, 이 말은 거짓으로 부풀린 말이란 걸 금세 알 수 있다. 말장난처럼 시를 쓰게 되면 시는 아이의 삶을 제대로 가꿀 수 없다. 내가 사는 모습이 담겨야 하고 내 마음이 담겨야 좋은 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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