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함께…

▲ 박계숙 교사
1학년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 시간입니다.
"1번, 우리 동물원, 2번, 여우……6번, 바구니."

한참을 불러 주고 있는데 그 중 동이(가명)가 커다란 눈을 끔뻑끔뻑하며 저를 자주 쳐다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한글을 아직 익히지 못한 친구입니다. 공책에 한 글자도 받아 적지 못하고, 침울한 표정으로 저를 자꾸만 쳐다보았습니다. 동이 옆으로 가서 받아쓰기 문제를 불러 주며 "아는 글자가 있으면 한글자라도 써도 돼."하고 말해주었습니다.

마지막 문제 "10번, 나귀"
받아쓰기 시험이 끝나고 채점을 하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동이는 오늘도 0점입니다. 아는 글자를 한 글자라도 쓸 법도 한데 금방 생각이 나지 않았나 봅니다. 동이 것을 채점하는 것을 바라보던 한 친구가 동이를 놀릴 태세입니다. 나는 미리 선수를 칩니다.

"동이야, 이번에 시험을 잘 못 봤구나! 열심히 하면 너도 나중에 잘 볼 수 있으니 걱정 하지 마. 지금은 동이가 받아쓰기를 잘 못하지만 좀 지나면 금방 따라갈 수 있어. 그리고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람도 될 수 있어." 동이의 표정은 어느새 밝아지고, 동이를 놀리려던 친구도 별일 없었다는 듯이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놉니다.

얼마 전 동이의 집에 가정방문을 갔던 기억이 납니다. 학습 면에서는 부족해도 동이의 부모님에겐 무척 소중한 아들이었습니다. 또한 동이는 미래에 어떻게 꿈을 펼칠지 모르는 존재입니다. 지금은 글을 잘 몰라도, 수학 월말평가를 잘 못 봐도 미래의 꿈나무인 셈입니다. 동이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요.

이런 소중한 아이들에게 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교사가 되어 즐거운 학교생활이 되도록 해주고 싶고, 감동을 주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해주고 싶고, 수업을 잘해서 공부에도 많은 도움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여러 연수를 받으며 배우려는 자세를 갖고 있으나 항상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

이런 제게 "선생님 드리려고 가져왔어요."하며 홍삼캔디 하나를 내미는 아이, 평소에는 별로 표현을 하지 않던 아이가 홈페이지에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글을 남기는 아이, 우유를 안 먹으려고 해서 혼난 아이가 언제 혼났냐는 듯 내 등 뒤로 와서 껴안으며 "선생님이 좋아요."하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부족한 제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는 아이들이 좋습니다. 오늘 하루도 아이들과 부대끼며 즐거운 학교생활을 해 볼 랍니다.

선생님은 진안초등학교에서 1학년 2반 담임으로 10년째 선생노릇 하고 있으며 백운면에 살면서 진안을 사랑하며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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