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김 순 용

일요일 아침 성당에 가려고 신발장에서 여름 구두를 꺼내 신었다. 굽이 좀 닳고 낡긴 했지만 오래 신어서 발이 아주 편한 신발이니 한참 걸어야 할 때 신기에 아주 좋은 신발이다.

한참을 걸어가는데 오른쪽 신발 뒤축의 감각이 자꾸 이상하다. 뒷발을 들고 신발을 바라보니 신발 안쪽에서 뭐가 삐져나왔다. 걸을수록 한쪽이 내려앉는 느낌이 역력하다. 그래도 성당까지는 갈 수 있겠지. 하고 생각하며 서둘러 걸어가는데 구두 뒤축은 점점 주저앉더니 결국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영락없는 절름발이 신세가 되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 보기는 했지만 내가 그런 일을 당하고 보니 참으로 난감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시간도 거리도 안 된다.

나는 성당가까이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신발하나를 더 가지고 와달라고 부탁을 하고 절룩거리며 성당마당으로 들어서니 사람들이 나를 보고 한마디씩 왜 그러냐고 묻는다.

걸어오는데 구두 뒤축이 망가졌다고 하니 친하게 지내는 몇몇은 "니가 그러니 신발공장이 부도가 나지." "그래 너 그렇게 구두 한 켤레 안 사 신고 퍽 부자 됐냐?"하고 놀린다. 허물없이 지내는 사람들이니 평소의 나를 보고 하는 말들이다. 생각해보니 그 구두를 십년이 넘게 신었다

정말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다. 가난한 남편에게 시집와 아이 둘 낳아 기르며 신발 하나, 옷 한 벌을 마음 놓고 사보지 못하고 살았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비싼 옷 한 벌 사 입혀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았던 것이 부끄럽거나 후회스럽지 않다.

그렇게 검소하게 살면서 남편과 나는 함께 공부를 했고 아이들도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제 힘으로 잘 자라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근검절약하며 사는 삶을 배우는 배움터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날 나는 무너진 구두를 보면서 비가 오는 날이면 나막신이 팔리지 않아 어찌할까 걱정하고 해가 나면 우산이 팔리지 않아 어찌할까 걱정했다는 나막신 장수와 우산장수를 둔 어머니 생각이 났다. 어려운 시기를 이길 수 있는 방법으로 알뜰하게 사는 법을 알려 주지만 한편으로는 물건이 팔리지 않아 노동자들의 급여를 주지 못한다고 한다. 어찌해야 하나,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내가 겪어 본 바로 검소하게 아끼며 사는 것이 결코 잘못된 삶은 아니다. 우리 가족은 그 검소한 삶의 굳건한 터전 위에서 든든하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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