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 김순용 간사
고3인 큰 아이가 학교에서 전화를 했다.
"엄마 전에 치료 받았던 이빨이 너무 아파요. 병원에 가야할 것 같아요."

나는 가슴부터 쿵 내려앉았다. 두 아이 모두 대안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느라 자주 집에는 오지 못하고 전화 통화만 하는데 목소리에 힘이 없어도 걱정부터 앞선다.

다행히 3학년이 되도록 크게 아픈데 없이 잘 지냈다. 어릴 때 앞 이빨을 다쳐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고 교정을 했는데 그 이빨이 아픈 모양이다. 토요일에 집으로 와서 병원에 가자고 했다.

토요일에 아이가 좀 기운이 빠져서 기차에서 내리는 걸 그길로 폭우가 쏟아지는 길을 달려 전에 다니던 군산 병원으로 갔다. 여러 검사를 하고나서 의사 선생님 하시는 말씀이 "아무 이상이 없어요. 아마 수능 보고 나면 괜찮을 거예요." 하고 말한다. 나는 한시름 놓이면서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만 나름대로 긴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짜안했다.

돌아오면서 뭐가 먹고 싶으냐고 했더니 두부랑 파 넣은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고 한다. 된장찌개를 끓여 줬더니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먹는다. 아이는 온 김에 머리도 자르고 싶다고 해서 그 길던 머리도 짧게 자르고, 여름 반소매 옷 두어 개 사고 함께 미사를 드리고 내 무릎에 누워 뒹굴거리며 TV도 보고 하다가 또 학교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아이에게 "고3 병은 좀 어떠니?" 했더니 "이제 괜찮아."하면서 웃는다. 아이는 아마도 된장찌개와 엄마 무릎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아이는 "엄마 나는 고 3인데도 왜 자극이 안 오지."하는 말도 했다. 그건 고3 엄마인 나도 마찬가지다. 모두 긴장하고 있는데 나만 태평인거 아냐. 하는 생각도 가끔 들고 신문에 '입시설명회장을 가득 매운 학부형' 이런 기사를 보면 나도 저런데 가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고 한다. 고3 엄마는 인삼 산삼보다 강하다는 둥, 집안에 고3 수험생이 있으면 발소리도 내지 못한다는 둥 하는 이야기도 다 남의 이야기로만 들린다.

하지만 고3도 삶의 한 시절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기를 충실히 살고 겸손하게 결과를 기다리면 그 뿐 아니겠는가.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 아이가 주도권을 가지고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을 존중해주고 아이의 생각을 전적으로 믿어주며 살았다.

고3인 아이도 오랫동안 고민을 하며 진로를 결정하고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다. 아이 스스로도 그 모든 것이 나름 힘이 들고 벅찰 것이다.
나는 그 아이를 격려해주고 지지해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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