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김순용 간사

한동안 떡 만드는 걸 배우러 다녔다. 떡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실습하는 것도 참 좋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떡 만든 것을 집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실습하느라 제대로 맛을 느끼지도 못하다가 집으로 가져와서 밥 대신 먹기도 하고 사람들과 나누어 먹기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도 실습이 끝나고 떡을 나눌 차례다. 다섯 명의 조원이 공평하게 나누느라 칼을 든 사람 손이 떨릴 지경이다. 그 때 나이 가장 많으신 조원이 말씀하시기를 "나는 떡 가져 가봐야 먹을 사람도 없어. 지난번에 가져 간 야채설기 있잖어. 그것도 버렸어." 하고 말한다.
나는 그 순간에 '먹을 거 함부로 버리면 천벌 받는다는디.'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 말을 하고도 그 분은 떡을 알뜰하게 싸가지고 간다.
먹을 것을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하지 않았던 것은 우리의 옛이야기에도 있다. 옛날 수행이 깊었던 어느 스님이 밥 짓는 동자승이 실수로 쌀 세알을 물에 흘러 보내는 것을 보고 삼 년 동안 소가 되어 일을 하도록 도술을 부린 이야기도 있다. 그렇게 귀하게 여겨지던 먹을 것들이 언제부턴가 이렇게 흔해져서 그토록 함부로 하게 되었단 말인가.
음식물을 따로 버리는 아파트의 수거함을 열어보면 과일이 통째로 버려져 있거나 채소가 그대로 버려져 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다시 시골에 들어와 살면서 먹을 것이 우리 입으로 들어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수고를 거쳐야하는가를 날마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현주 목사님의 시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밥 먹는 자식에게

이현주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부터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바람 땡볕 속에 익어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서야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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