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강(진안초 3)

요즘 도시 디자인, 환경 디자인이라는 말이 언론매체를 통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가로수 정비사업, 골목길의 보존과 특성화 사업, 거리 공공미술이라는 말도 자주 들을 수 있다.
환경이 디자인 영역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좋은 자연, 개성 있는 도시, 특색 있는 거리 등이 상품가치로 부각된다는 의미다.

특히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나 이탈리아의 밀라노는 예술과 패션, 명품의 거리라고 불리며 해마다 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수많은 명품 샵이 즐비하게 들어선 두 도시의 거리엔 네온사인과 화려하고 큰 간판은 찾아 볼 수가 없다.
건물의 멋을 그대로 살린 작고, 소박하지만 개성 있는 간판들이 보기 좋게 걸려있다.

이런 걸 보더라고 간판이 크고 화려하다고 해서 손님들이 몰리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지자체를 중심으로 간판 정비 사업에 착수했다.
진안에서도 2년 전 백운면 소재지의 간판을 민간단체에 의해 새롭게 정비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지역방송은 물론 MBC 시사매거진 '2580'에 까지 방송되면서 백운면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었다.

백운이라는 '흰 구름'을 주제로 튀지 않으면서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색, 글씨체를 써서 소박하지만 백운면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호평을 받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간판은 네온사인과 화려한 색으로 건물 전체를 덮을 만큼의 많은 수가 도시 전체를 채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무조건 크게, 화려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불법 입간판까지 거리를 점령한지 오래다.

자자체별로 일부 간판을 통일시키긴 했지만 시작단계여서인지 미흡하다.
진안에서도 올 초에 버스터미널 부근의 일부 점포를 대상으로 간판정비 사업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색이며, 간판 크기 등 원색적이고 커진 느낌이다. 글씨체는 일부 통일시켰는데, 큰 글씨체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냈다.

건물의 특징이나 가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간판정비 사업은 예산 낭비는 물론 사업을 펼치기 전보다 오히려 못하고 산만하며, 정신없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간판을 바꾸기 전에 먼저 시장조사와 함께 철저하게 계획을 수립하고, 디자인 공모 등 각종 아이디어를 반영하여 실행에 옮겨야 보기 좋고, 아름다운 간판이 거리에 걸릴 수 있을 것이다.

간판은 얼굴이다.
얼굴에 화장을 할 때 무조건 화려하고 찐한 색을 쓰면 아름답지 않듯이 간판도 그렇다.
잘 정비되어 개성 있는 간판들이 진안거리를 아름답게 만들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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