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부들의 왕 언니 '오히라 구니에'
굴바르친(키르기스스탄)

오늘도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교실에서 일본어 강의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일본에서 오셨고, 우리와 함께 글 쓰고 있는 오히라 구니에씨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아들 둘을(큰 아들 대학생 89년생, 둘째 고1) 둔 선배 언니라 아이들 교육, 특히 모국어를 아이들한테 어떻게 가르쳤는지 늘 궁금했다. 저도 아이가 3명인데 모국어를 가르치기가 쉽지 않아서 한번 선배 언니의 경험담을 물어봤다.

늘 가까이 있어서 오히라 구니에씨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내가 모르는 면도 많이 있었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볼펜을 잡게 되었다. 또 진안군에 200명이 넘는 외국인 주부들이 살고 있어서 그분들도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또 다른 이름은 "왕 언니"다. 현재 진안군에 거주하고 계신 외국인 주부들보다 제일 선배 언니기도 하지만 한국에 1985년 12월 달에 가정연합을 통해 결혼을 해서 입국한지가 벌써 25년이 된 분이다. 그 당시에 시부모님이 진안군에 거주하고 계셨지만 오히라씨 남편의 직장이 경기도 이천에 있어서 3-4년 동안 이천에서 살았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많지 않아서 그녀는 서울대학교 어학연수를 9개월 동안 다녔다. 거리가 2시간인 이유로 겨울에는 하숙까지 하면서 열심히 배웠다고 한다. 첫 아이를 낳고 남편이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1991년도에 고향 진안에 이사를 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진안군에서 살고 있다. 진안에서 둘째까지 낳았는데, 아이들을 처음부터 일본어를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큰 아이가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하는 동기를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 큰 아들한테 일본어를 늦게 가르쳤어요, 어렸을 때는 가르치고 싶어도 쉽지가 않았어요, 시부모님이 가까이 계셨기 때문에 같이 있을 때 일본어를 쓰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진안읍에 있는 제일고등학교 들어갔는데 운 좋게 제2의 외국어가 전에 불어였는데 그해 일본어로 바뀌었어요. 그 동기로 집에서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까 아들이 일본어 능력시험(JPT) 3급에 합격을 했었어요. 학교에서 일본어 선생님이 전남 호남대에서 하는 말하기 대회에 나가보라고 추천을 하셔서, 선생님도 잘 가르쳤지만 제가 옆에서 대화를 많이 하고 발음도 많이 고쳐주었어요. 그 결과 몇 년 동안 유학 다녀온 학생들도 많은 가운데 참석자가 20명이 넘었지만 당당하게 1등을 하고 왔어요, 그때 저도 자랑스러웠고, 무엇보다도 큰 아들이 그 계기로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그 자신감 때문에 다른 과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외국인이라서 더 장점을 느끼는 순간이었어요. 저도 힘이 나서 작은 아들도 일본어를 의무로 시켰고 중학교 1학년 때 일본어 능력시험 3급을 땄습니다. 다음에는 또 배우고 싶다고 스스로 말할 때 가르쳐 준다고 아이한테 맡겼어요."

오히라씨는 아이들한테만 일본어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 낳고 키우면서부터 여러 군대 일본어 가르치는 경력이 총 20년 가까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화려한 경력을 적어보았다. 전주 신흥 중학교, 설빔 중학교, 한태평양 외국어 학원, 진안군 보건소, 진안군 공업고등학교, 진안군청, 진안군 새마을 지회(현재).
오히라씨 현재 큰 아들을 군대에 보냈고, 지금도 열정적으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어 가르치면서 그녀가 느낀 점을 물어보았다.

"경력이 20년이 넘다 보니까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재미있게 수업을 할지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재미있게 배우는 학생들도 늘 고맙고 가르치면서 제가 배우는 것도 많아요.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도 시골이다 보니까 기회가 없어서 못 배우신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하면 보람이 큽니다. 현재 새마을 운동 진안군 지회 작은 도서관에서 수업은 일반인들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번 하는데 중급반(주간, 야간), 초급반(야간, 주간) 4팀이 있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언제든지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한편 많은 외국인 여성들이 아이한테 모국어를 알려주고 싶어도 가족들의 이해와 협조가 부족하고 또 자신이 한국어 배우느라 아이들 외국어, 특히 모국어를 못 가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개 국어를 하는 것은 자신들한테도 좋은 일이지만 나아가서 앞으로의 대한민국의 장점이기도 한다. 그에 대해서 남편 및 가족들의 협조와 이해가 필요 있다고 본다. 아이가 모국어를 배운다면 한국어를 서투를까봐 걱정하는 것은 이해 하지만 엄마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아이한테 자신감을 주고 엄마가 외국인이라서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주위에서도 많은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은 한국에서 살면서 느낄 때가 많다.

저작권자 © 진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