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덕임(72, 동향 학선리 봉곡)

우리 할머니 생각 남니다.
요세 고사리 꺽다보니 우리 할머니가 고사리 꺽다 호랑이 만난 야그가 생각이 남니다.
할머니 절물때 비료도 업고 논에도 풀베다 느야 모심었지요.

잇때 집집마다 풀비는 사람들언 건너편 산에서는 노래소리가 처량하게 들려오고 그 노래소리 들어가며 재미나게 고사리를 꺽다보니 노래소리도 안나고, 할머니는 해가 너머가는 줄도 모루고 고사리만 꺽엇때요.
그런데 머리끗이 하늘로 서고, 어디서 황소 우는 소리가 나고, 무서워서 이리저리 바라보니 산 날망에서 호랑이가 흑얼 뒷발로 찌끄리며 소리를 내고, 산골짝이 쩌렁쩌렁 울리드래요.

할머니는 고사리 바구니도 내 던지고 놀라서 대굴대굴 굴러서 집엘 오니 동네사람들은 징얼치고 나오드래요. 저물드락 사람이 안오닝개 산에로 차자갈나고 징을 치고 나오는 중인디 허둥지둥 겁을 먹고 오는 할머니를 보고 방가워 하드래요.

몃칠 누어 있섰대. 몃칠 후 정신차려 인나서 보니 손발이 성한디가 업드래요.
긋때 놀라서 평생 산에를 안 갓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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