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덕임(72, 동향 학선리 봉곡)

봉곡마을에서 심재우가 6월1일날 모내기 끗마무리 했습니다. 재우 각씨가 수박밭에 다닐라, 수박도 일차 이차 그럭캐 만이 하다 보니 모심는 거시 느전줄도 몰랐대요.
모심우로 들판 논에 가 보니 자기네 논만 남았드래요.

지금은 모 심어도 심운줄도 몰라요. 전에갓치 밥을 안 하고 가든에로 가서 먹고, 아니면 밥집에서 불러다 먹고 그럭캐 십게 일하더군요.
우리 절물때는 손모 심었지요. 동네사람들이 *안팟에 다 나섰지요. 동네 한 집썩 심으면 20명 넘게 밥을 하는데 동네 잔치 갓았지요. 반찬도 시장바다 고기사다 고등어, 갈치, 돼지고기, 산도라지 캐고, 머우때 깩국 끄리고 정성끗 장만했지요.

그럭캐 장만해서 논이로 머리다 이고 가고, 밥언 꺼먹가마솟에다 불때서 해 가지고 널박지다 이고 가는디 밥이 뜨거서 머릿속이 뜨건게 또아리 받치서도 뜨거서 판자쪽얼 또 받치가꼬 여자들은 주르러니 이다 주고, 밥언 박바가지다 퍼고 국도 바가지다 퍼고 바삐와서 동네사람들 밥 나나 먹고 그랜는데 색거리는 국수 삶고 집에서 만든 농주 한 동우 걸러서 한동우 이다 주고 중년에는 새마을 시작 험서부턴 부인단 생기고 부인들은 *고지모 심으로 다니기 시작함서부턴 모밥 할 사람이 업어서 애먹언 때도 있섯지요.

늙은이들이 밥만해 녹고 이고 나오들 못해서 이고 갈 놉 어더로 다닌적도 잇섯지요.
요즘언 세상이 이러캐 조와젓어요.
기게로 모 심운개 모밥도 업서지고 *이우지 모 심어도 심운 줄도 몰나요. 자기네 모심얼때는 색거리도 업대요. 그나마 남에 모 심어야 빵 하나라도 구경한대요.

점심도 가든에 가서 사 먹고, 모 심어도 요즘에는 여자들이 모심우로 안 다잉개 전에보다 편한일이지요.
전에는 모심우로 다니면서 *뉘 키우면서 밥하지요. 밤에도 자다 뉘뽕 써러주고 그럭캐 하다보면 아침에 왜 그럭캐 잠도 안 잔거 갓지요.
 
*안팟: 내외지간.
*고지모: 하루에 한 사람이 한 마지기씩 심을 수 있도록 모판에서 떼어주는 모.
*이우지: 이웃.
*뉘: 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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