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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 축제는 우상숭배도 미신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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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영
등록일
2007-09-07 22:23:29
조회수
5182
'마이산신령'축제는 유망한 축제 프로젝트


진안군에서는 작년 바람직한 지역축제를 발굴하기 위하여 지역사회의 문화단체의 장 등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축제발전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에 축제발전위원회에서는 여러 가지 축제를 구상해보다가 최종 ‘마이산신령축제’라는 이름의 축제로 결정하였다.

이 이름을 채택한 이유는 마이산에 서려있는 산신령 전설을, 신비하고 수려한 마이산의 경관에 입체적으로 접합시키면 남의 이목을 끌기에 딱 들어맞는 컨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축제의 이벤트에서도 산신령의 이미지에 걸맞도록 전국 무속춤 컨테스트를 개최하면 희소성과 그 볼거리 때문에 전국적으로 이 축제를 찾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되었고, 이런 이벤트가 성공하면 점차 세계적인 무속춤꾼들도 자연스레 유치되어 진안마이산이 세계적으로 그 방면의 명소가 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관광특수를 누릴 뿐만 아니라 ‘마이산신령’은 이 지역의 브랜드가 되어 지역에 유무형의 자산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축제발전위원들의 생각만이 아니라 국내 유수의 축제 전문가들도 유망한 축제 프로젝트라고 공감하는 현실이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 대하여 엉뚱한 곳에서 반대를 하고 나섰는데 바로 개신교 일부 목사들이었다. 진안군 축제발전위원회에서 이 문제로 공청회를 개최한 이래 일부 목회자들은 유형무형으로 군수나 의회의장에게 이 축제를 채택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는가 하면, ‘산신령축제 반대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고, 반대결의문을 채택하여 지역신문에 광고를 싣기도 하였다.

그 결의문에서는, ①축제발전위원회 위원장인 본인의 문화원장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②진안군이 산신령축제를 백지화 하지 않으면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고, ③전국적으로 산신령축제 반대 서명에 돌입할 것이며, ④전국 기독교인이 연대하여 산신령축제를 끝까지 반대할 것이다. 라고 천명하고 있다.

한편 이들이 주장하는 반대 이유는 요컨대 (산신령축제는) 우상과 미신조장이며, 군민간에 불신과 갈등만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라는 거다.

그런데 이건 아무래도 마녀재판식 주장이 아닌가 싶다.

어째서 우상이 문제인가?
우상(偶像)이란 물질로 만든 신이나 부처나 사람의 형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사찰이란 사찰은 죄다 이 우상(불상)을 만들어 놓고 섬기고 있는데 왜 거기다가는 말 못하고 애꿎은 산신령만 나무라는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마이산신령축제’는 산신령상(像)을 만들자는 취지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 한다’는 헌법조항처럼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이다. 우상숭배를 하든 말든 특정종교가 남의 종교에 참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체계 어디에도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으며, 도덕교과서 어디에도 우상숭배를 나무라는 대목은 없다. 다만 기독교의 구약성경 출애급기의 십계명에 들어있는 대목일 뿐이다.

그러나 구약의 기록은 이스라엘 민족의 부족신관일 뿐이라는 데에 전세계적으로 대다수의 기독교인들까지 동의하는 추세인 21세기에서 우상을 반대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전혀 온당하지 않다.
설령 우상숭배 금지가 기독교의 교리라 할지라도 자신들의 신자가 우상숭배를 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있을지 몰라도 비기독교인이 우상숭배를 하는 것을 무슨 근거로, 어떤 권한으로 비난할 수 있는가?

더구나 산신령사상은 조상 대대로 전래되어온 우리민족의 아름다운 전설이고, 알게 모르게 우리민족의 핏속에 녹아있는 정서인데, 전래된지 겨우 백여년의 개신교가 수천년 전래의 산신령을 배척한다는 것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속담처럼 너무 심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한편 미신(迷信)이란 말은 조심해서 써야 될 말이다. 미신이란 ‘비과학적이고 종교적으로 망령되다고 판단되는 신앙’을 가리키는 데 신(神)을 섬기는 모든 종교는 미신적인 소지를 가지기 때문이다. ‘비과학적’이란 말은 ‘입증할 수 없는’이라는 말과 통하는데 아직 신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입증한 사례는 없다. 만일 신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다면 인류는 갈등과 번뇌에서 진즉 벗어나 있을 거고 인류의 문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종교가 감히 다른 종교를 (아무리 토속신앙이라 한들) 미신이라 단정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구나 산신령축제는 아예 미신이 될 수가 없다. 미신이란 어쨌든 ‘신앙’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산신령축제에서는 전혀 신앙이 전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의 산신령사상은 처음부터 종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종교란 구원을 목적으로 신이나 진리에 귀의하는 행위이며, 여기에는 합당한 교리체계야 형성되어 있어야 할 것인바, 산신령사상은 단순히 자연(산)에 대한 외경의 생각이 의인화된 것이며 교리체계도 없으므로 종교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산신령축제를 미신으로 보고 반대투쟁에 올인한 일부 개신교 목회자들은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다 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나라에서 일부 개신교인들의 현실 참여로 비기독교인들과 번번이 갈등을 빚는 것은 크게 우려할만한 일이다.

종교의 자유란 남의 신앙에 대하여 비난하거나 간섭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타인에게 자신의 신앙이 옳다고 강변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일부 개신교 단체가 산신령축제에 대하여 자신들의 교리를 근거로 비난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스스로 종교의 자유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종교와 정치를 엄연히 분리하는 나라이다. 진안군이 축제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권한을 위촉한 것은 행정행위이다. 개신교 목회자들이 오로지 자신들의 교리와 배치된다는 이유만으로 행정행위에 대하여 가타부타 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다.

이런 행동들은 일부 기독교인들에게 구약의 (이스라엘 민족의) 선민의식(選民意識)이 녹아든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이런 선민의식은 결국 기독교우월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남의 종교를 연민하고, 간섭하게 된다.

개신교계의 ‘예수전도단’은 아예 모슬렘권, 힌두권, 불교권에 가서도 그들을 연민하고 봉사하라고 가르친다. (www.ywamkorea.org 참조) 마치 가난할망정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당신의 그 행복은 가짜이니 진짜 행복을 찾으려면 이쪽으로 오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러다가 아프칸에서 혼쭐이 나고, 아까운 인명피해와 피랍자 가족들의 막심한 고통은 물론 전 국민의 걱정과, 정부의 부담을 초래하고 석방의 조건으로는 ‘앞으로 아프칸에 기독교의 선교는 금지해 달라’는 희한한 요구에 합의까지 해주게 되었다.

아무리 선의로 행한다 해도 남을 일방적으로 연민하고 간섭한다면 호응은커녕 다른 문화, 다른 신앙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요즘 기독교의 공격적인 선교방법이 구설에 오르지만 어쨌든 선교란 기독교 신앙을 선전하여 널리 펴는 일인데 그런 방법으로는 선교가 될 리가 없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종교가 남의 종교나 일반에 간섭하면 그 대상자들이 반발하고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선교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진안의 목사님들이 주장하듯 산신령축제가 군민간의 불신과 갈등을 불러오는 게 아니라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객관적 근거 없이 월권으로 산신령축제를 배척함으로써 군민간의 불신과 갈등을 불러올 것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왜 인식하지 못할까?

※이 글은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 )에도 실려 있습니다.
작성일:2007-09-07 22:23:29 125.139.8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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