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김 진 경희대 객원교수, 진안군체육회 상임부회장

최근 6.2지방선거의 서울시장 개표결과를 두고 부자동네 강남이 또 한 번 회자되었다. 강남의 한 지역구에서 오세훈 후보에게 85%라는 몰표를 주어 한명숙 후보의 다된 밥에 재를 뿌림으로써 부자들의 한나라당 사랑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에서 60%에 가까운 지지를 보였으니 MB의 강남부자들을 위한 <강부자>정책이 결실을 거둔 셈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돈과 명예를 가진 기득권층을 싫어할 리도 없지만, 강남구나 송파구 같은 경우는 인구수도 많다보니 애정이 더할 것 같다. 비교적 인구가 적은 지역인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 등 3곳을 합쳐도 강남이나 송파 한곳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부자 동네인 강남 3구에서만 12만 표가 넘는 차이를 보였으니 한나라당이 이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식의 빛이 흐르는 도서관
세상을 살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편견을 갖게 된다. 부자들에 대한 우리사회도 생각도 때론 그렇다.
예를 들면 돈을 많이 모은 사람들은 나쁜 짓을 많이 했을 거라는 추측이나, 없는 사람들을 울리고 부를 축적했을 것이라는 생각들이 그렇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돈이 돈을 벌고, 돈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편협 된 가치관을 가진 사회구조에서 나타난 여러 부정적인 현상들을 보면 부자들에 대한 이러한 편견을 이해할 것도 같다.

하지만 편견은 편견일 뿐이다. 세상은 남녀가 있고 음양이 있듯이, 착한 부자와 나쁜 부자는 늘 공존한다. 많이 알려진 얘기지만 '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라는 신념을 가지고 살았던 철강왕 카네기는 공공도서관이란 게 없었던 19세기 말부터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많은 나라에 1.509개의 무료도서관을 건립하여 기부하였다. 지금까지도 '도서관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그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여 전 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하고 죽었다. 여기서 우리는 카네기가 왜 굳이 도서관건립에 집착했는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3살에 스코틀랜드에서 건너 온 이민자의 아들인 카네기는 면화공장과 메신저보이 등으로 힘겹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었다. 그때 코로넬 앤더슨이란 은퇴한 상인이 자신이 소장하던 400여 권의 책을 모아 일하는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고, 책을 빌려 주었다. 새벽6시부터 밤11시까지 일하던 카네기도 틈틈이 책을 빌려 읽으며 꿈과 능력을 키웠던 것이다. 그런 기억으로 성공한 카네기는 불우한 청소년들의 지식과 상상력을 위해 그 많은 도서관을 지었던 것이다.

제 책임도 못하는 기업형 슈퍼
결국 코로넬 앤더슨이라는 한 사람의 기부로 만들어진 작은 도서관이 어린 카네기의 자양분이 되었고, 그의 관대함에 보답하고 싶었던 카네기의 기억이 전 세계에 1.509개의 도서관을 지은 것이다. 시골의 작은 도서관에서 시작된 인연이 이리 큰 이야기를 만들어 냈는데, 그 많고 큰 카네기의 도서관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꿈들은 얼마나 많을까! 이러한 사례를 보더라도 강남에 산다는 것만으로, 부자라는 것만으로 편견을 갖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거나, 학생이 학생답지 못하면 손가락질을 받듯이, 부자도 부자답지 못하면 지탄 받아 마땅하다. 어른으로서의 책임이나 학생으로서의 책임이 있듯이, 부자도 가진 자로서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고 지역의 바닥상권까지 싹쓸이 하려는 기업형슈퍼(SSM)들이 비난 받아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부자들은 지금까지 보여 온 잘못된 행태를 반성하고 나눔의 미학을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부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부자는 나쁜 것이 아니며, 좋은 일하는 부자가 존경받을 수 있다는 <부자철학>을 심어줄 것이다. 그렇게 당당한 부자가 많아졌을 때 우리사회의 행복지수도 올라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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