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7월 28일 재보선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두 달도 채 안 된 6.2 지방선거에서는 야당이 대승을 했고, 또 민간인 사찰, 여권의 권력투쟁, 성추행스캔들, 외교장관의 망언 등으로 여당이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정치상황인데도 여당이 크게 승리한 사실에 대하여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이변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지형인 것 같다. 이번 재보선에는 6.2지방선거 결과에 대하여 대단히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보수층들이 더 많이 투표장을 찾았고 야성향의 유권자들은 상대적으로 투표장을 덜 찾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야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덜 찾은 이유는 야당에게 표를 주고픈 적극적인 마음이 없어서였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민주당은 주도적 지지층이 없다. 노무현대통령은 전국정당을 만든다고 열린 우리당을 창당함으로써 기존 민주당과 심한 마찰을 빚어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이 일부 떨어져나갔다. 이후 노무현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자 열린 우리당 대권주자나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안전을 위하여 노무현 대통령을 버렸다. 이리되자 노무현의 지지자들도 민주당을 돌아섰다. 따라서 지금의 민주당은 순수지지자가 없는,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한 반사이득이나 챙기는 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민주당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았다면 뼈를 깎는 아픔을 겪더라도 거듭나야 했을 것이지만 지방선거이후 오히려 자만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단일화나 후보공천에 있어서도 옆에서도 조바심이 날 정도로 오만하고 서투르게 보였으니 아무리 정부여당의 행태를 못마땅해 하는 국민들이라도 투표장에 가기가 선뜻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독재시절 우리나라 정치지형은 민주냐 독재냐 하는 식으로 비교적 단순했다.
경제가 발전되어 중산층이 많아지고 민주화가 진행되자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났는데 바로 진보냐 보수냐 하는 계층으로 갈라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진보냐 보수냐 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은 모두 보수정당으로 정권이 어느 쪽에 있느냐는 것으로 여야의 입장으로 나뉠 뿐이다.
이처럼 보수정당끼리 정권을 나눠가지면서도 서로 좌빨이다, 수구꼴통이다 하고 핏대를 올리고 있다.
그렇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광복이후 지속된 독재정권에 뿌리가 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가 무려 50년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직간접적으로 여기에 종사했거나 동조한 국민들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핵심들은 정권이 바뀌게 되자 새로운 질서가 못마땅하고 새로운 일꾼들이 못마땅한 거다. 또 새로운 민주정권이 실패해야만 자신들의 과거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있겠다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니 정부여당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만 했고 일부 정파적 수구언론도 거기에 동조하는 의제를 생산해내기에 바빴다. 여기에 이해를 같이하는 신흥졸부들, 또 진보세력의 득세를 배 아파하던 전문가 집단까지 나서 보수적 논조를 펼치고 이를 수구언론들이 이용하는 방법으로 여론을 이끌었다.

그런데 기득권층이 그러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데 여기에 지역감정으로 뭉친 세력들이 가세하고 수구언론에 세뇌된 무리들까지 가담하여 편을 가르고 있는데 그 숫자가 만만치 않다. 여론조사 등을 참고하면 대략 전 국민의 1/3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은 정치 상황을 누가 옳으냐, 그르냐로 구분하지 않고 내편, 네편으로만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결코 버리지 않을 만큼 충성심이 강하다. 그러니 투표장에 가는 것도 인색한 어설픈 진보세력들이 그들을 이길 수는 없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는 그들이 결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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