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김수열 현대시선 시인

이스터라는 섬은 남미의 서부해안에서 3,700㎞ 떨어진 곳에 120㎦의 넓이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은 소수의 원주민들만 이 섬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살고 있는 가장 가까운 섬과는 2,000㎞나 떨어져 있어 지구상에서 사람이 사는 장소로는 가장 외진 장소입니다. 그런데 이 섬의 역사가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많습니다. 이 섬에는 5세기경에 폴리네시아로 부터 사람들이 이주하였고 그들이 정착함으로써 문명이 시작되었습니다. 과학자들이 화분(花粉)을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인간이 발을 딛기 훨씬 이전인 3만년전에 이스터섬은 야자나무의 숲이 무성하였다고 합니다. 인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인구에 비하여 숲이 상대적으로 넓었던 초기에는 토지도 비옥하고 해산물도 풍부하여 생활이 풍요로웠습니다.

그래서 인구는 1만5천명까지 늘어났고 다른 문명에 비교하여 이스터 섬은 풍요를 만끽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풍요롭고 평온한 생활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정착한 주민들이 숲에서 나무를 베어서 경작지를 확장하고 생활도구를 만들어 썼던 것입니다. 풍요로운 생활에 따라 제례(祭禮)활동을 발전시켰으며 이것이 씨족들 간의 경쟁으로 치달아 그들은 제례의식을 행하고 기념비를 제작하는 데에 많은 자원을 소모하였습니다.

특히 한정된 섬 지방에 있어서 산림자원의 낭비는 극심하였습니다. 지금 이스터 섬에는 높이 약 6m와 무게 85톤에 달하는 "모아이" 석상이 6백기나 남아 있습니다. 씨족 간에 조각상 세우기 경쟁이 벌어졌고 제작된 수레가 없었기 때문에 나무를 바닥에 깔아서 거대한 석상을 굴려서 옮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굴림 목으로 엄청난 양의 통나무가 소요되었고 인구증가에 따른 경지확보를 위하여 산림을 엄청나게 파괴시켰습니다. 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정착한 수백 년 후부터 산림파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약 800년경에는 이 섬에서 숲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산림이 파괴되자 토양의 유실이 촉진되었고 그 결과 작물생산은 감소되었으며 농업생산성이 감소되자 기아가 생기게 되고 사회가 불안해 져서 급기야는 씨족 간에 전쟁이 벌어져 종국에는 포로를 잡아먹는 식인풍습까지 생기게 되었던 것입니다.

한때 이스터 섬 사회는 씨족 중심으로 정교한 의식과 기념비를 제작하여 지구상에서 앞선 문명을 건설하였습니다. 이스터 섬의 문명이 그 이후 갑자기 퇴보를 하게 된 궁극적인 이유는 산림을 황폐하게 한 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산림이 파괴됨으로써 문명을 지탱시켜주는 자연환경도 파괴되었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자연환경의 파괴는 궁핍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문화적인 발전까지 저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구상에는 개발도상국의 극빈자 60%에 해당하는 5억의 인구가 현재 생태적으로 지극히 열악한 지역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산림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산림을 그렇게 무분별하게 훼손하지 않았거나 산림은 보호할 자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재생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들은 산림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제도화하기 보다는 산림훼손으로 인하여 시작된 전쟁으로 황폐화 되었습니다.
한 때 이스터 섬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산림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식량을 생산하는 능력, 야생동물을 가축화하는 능력 , 그리고 자연환경이 문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산림을 훼손시켜 식량생산을 감소시켰기 때문입니다. 지구 전체에 그러한 일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아이터는 면적이 120㎦에 지나지 않지만 이스터섬에서 일어난 일이 지구 전체에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할는지 모르지만 그렇게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따지고 보면 지구도 태양계로부터 고립된 하나의 행성에 불과하고 외부로부터 받는 것은 태양광선과 지구로 가끔 날아 들어오는 운석 정도이지만 그러나 진안이 이스터 섬과 같은 처지에 놓이지 않으리란 법도 없습니다. 이스터섬 사람이 겪은 비극은 오늘날 지구 사람이 조만간에 맞게 될 비극인지도 모릅니다. 진안의 좋은 숲은 생명의 보고입니다.
현재 진안의 숲도 좋지만 부족한 점도 많다는 것을 알고 좋은 숲으로 가꾸어 갈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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