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쓰는 편지
성영경(71, 동향 학선리 하신동)

딸로 태어난 것이 죄가 됐고, 어려웠던 가정형편때문에 배우지 못했다는 것이 어르신들에게 한이 됐습니다. 그런 어르신들이, 나이를 먹어서는 부끄러워서 내색도 못했던 한글 익히기에 나섰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내 보였습니다.
처음 글을 배우고 쓴 글들이 조금은 투박해 보이지만, 그 글들은 어르신들이 살아온 인생을 꿰뚫고 있으며, 생명의 씨앗을 뿌리듯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글속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도 담뿍 담겨있습니다.
이번 주부터 어르신들의 정성이 가득 담긴 편지글을 한 편씩 소개합니다.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내가 오빠 대학 드러갈 때 입팍금 대주면서 또 돈 모와서 우리 헤란이도 대학드러갈 때 입팍금 대주야 겄다 햇는데 왜 내가 돈을 못 모와쓸까.
우리 헤란이 스레 왓쓸때 입팍금 대라고 돈을 줘서 보내써면 내 마음이 편할낀데 돈을 못줘서 내 마음는 모진 재미나 들면 이저질까 이절나리 업다.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
헤란아 내가 언제던지 편지늘 썰나고 햇는데 인재 쓴다.
헤란아 엄마가 아푼게 속쎄기지 말고 아빠, 엄마, 옵빠 말 잘듯고 못된 친구 새기지 말고 착칸친구 만나서 공부나 잘해라.

헤란아 내가 글씨가 무어신지도 몰난는데 노인학교에 다니면서 이거라도 썰줄안다. 쓰고 익고 하니까 공부거치 존거시 업다.
헤란아 방학하면 차 이쓴게 아빠하고 엄마하고 옵빠하고 다 함께 와서 롤다가 가거라. 추석에 옵빠하고 너하고 안와서 내가 말을 안햇서도 서운해서 주글뽄했다.
우리집 대장인데 명질때마다 안온게 내 마음이 편하들 안하다.
헤란아 너 아리밧트해서 돈 벌면 꼭 쓸띠만 써야지 아무디나 써지마라. 공부 열심히 해야지 때느지면 못한다.

헤란아 입팍금 안대쥔다고 서은이 생각하지 말고 이해해도라. 내가 늘근인게 돈도 안 벌니다.
내가 이거라도 쓰줄아는거시 군수님하고 면장님하고 목사님하고 선생님하고 협조해주신 덕분이라.
헤란아 말 안되는디는 니가 고쳐서 일거보와라.
사랑하는 우리 헤란이. 인재 고만 써야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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