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영의 잡동사니>

천안함 사태가 언론을 달구던 지난 5월 24일 전쟁기념관에 나타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천명하는가 하면 일부 수구신문들까지 가세하여 일전불사를 외쳐댔다.
이후 한미합동 군사훈련 등에 북한과 중국이 반발하는 등 동북아의 정세가 긴장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남북한 간에 만일 전쟁이 난다면 어찌될까.
무기체계 등 객관적 전력으로 보아 해군력과 공군력은 남쪽이 우세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전쟁을 이기려면 육군이 진주해야 하는데 어느 쪽이 강한지는 겨루어보아야만 안다. 쉽사리 승패가 안 나면 양측이 막대한 소모전을 치룰 것이다.
전쟁을 하게 되면 상대방의 급소를 타격하려 할 것이므로 서로 간에 발전소, 송전선로, 도로망을 파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전기가 끊어졌다고 가정해보자. 그리되면 우리나라의 전 산업이 올 스톱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국민들은 생활자체가 불가능해진다. 6.25 당시에도 전기가 끊어졌지만 그래도 견뎌냈던 것은 당시의 생활상이 전기의존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기가 끊어지면 수도도 끊어져 취사도 못하고, 배설도 못하고, 난방, 냉방도 못한다. 고층아파트라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여 출입도 곤란해진다. 도시 뿐만이 아니라 농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거의 모든 주택이 보일러난방이고 수세식 변소이고 전기로 취사한다.

또 도로망이 마비되면 생필품 조달도 어렵게 되어 전 국민이 기아와 질병에 노출된다.
물론 북한도 그런 곤란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발전 결과 크게 문명을 이루었지만 북한은 아직도 우리의 60~70년대 수준이라니 우리보다는 견디기가 나을 것이다. 그래서 병서(兵書)에도 '구슬로 기왓장을 치지마라'고 가르치고 있다. 기왓장이야 좀 깨져봤자 그만이지만 구슬은 조금만 흠집이 나도 타격이 크다.
어찌 됐든 최종적으로 우리가 승리는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인데 여기에는 중요한 변수가 숨어있다.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물 듯 북한이 전력이 몰리는 경우 이미 가지고 있는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또 하나 북한이 궁지에 몰려도 결코 남한에 승리를 넘겨주기는 싫을 것이니 반드시 중국에게 구원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면 중국은 동북공정(차회에 논급할 예정)의 기회가 왔으니만큼 얼씨구나 하고 북한에 군대를 진주시킬 것이다. 그럴 경우 우리의 전력만으로 1천만 인민해방군과 한판 붙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80%가 넘는 나라인데 전쟁이 터지거나 중국이 한반도에 진주하는 상황이 되면 최대교역국인 중국과의 교역도 접어야 될 거고 불안요인의 증가로 경제는 쑥밭이 될 것이고, 그리되면 50년 전의 후진국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이처럼 전쟁을 한다면 민족은 공멸하게 되고 통일은커녕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가 버릴 것이니 전쟁을 논하는 것은 무모의 극치라 할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남북한 화해정책, 햇볕정책을 추구한 것은 꼭 북한이 예뻐서라기보다는 그 방법 밖에는 우리민족이 공존하는 길, 통일의 길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심리란 아무리 호의를 베풀어줘도 계속 망나니짓을 하는 인간에게는 무언가 응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는 보수층의 응징심리를 이용하여 지지층을 결속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남북간을 대결국면으로 몰고 가는 처사는 국가와 민족의 앞날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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